No. 1364호 [칼럼니스트] 2007년 5월 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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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협상(4) : 자동차와 농축산물


홍순훈 (한-러 합영회사 코야쿠츠콥 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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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의 이해 득실을 따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변수(變數)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4월 초순에 발표한 재정경제부의 ‘한미무역협정 타결에 따른 경제적 영향 및 기대 효과’와 기타 기관의 FTA홍보문서들을 보면, 협상의 주체인 노정권에게 이해 득실을 따질 의지나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런 난삽한 내용이 곳곳에 널려 있다. 그동안 여러 사람들이 지적했던 그런 내용은 제외하고, 필자 나름의 생각만 몇 분야 뽑아 적어 본다.

[자동차] 한미FTA협상의 최대 수혜 품목으로 꼽는 것이 자동차다. 미국의 관세(2.5%)를 철폐시킴으로써 한국 차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따라서 수출 증대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2006년도 대미 자동차 수출이 113억달러인데, 거기서 현대-기아차가 51만대, GM대우차 11만6천대 그리고 자동차 부품이 26억달러어치였다.
수출을 하려면 먼저 수출할 물건이 있어야 한다. 미국으로부터 차 주문이 늘어난다 해도 현대-기아와 GM대우 2곳이 늘어난 주문에 맞춰 자동차를 더 생산할 능력이 있는가가 문제다. 자동차 공장과 연계된 부품공장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노사 분규가 났다 하면 국내 수요분도 생산을 못해 쩔쩔맸으며, 몇 년 동안 자동차 공장들의 생산성이 계속 떨어졌다.
이런 생산의 불확실성 때문에, 현대-기아가 미국, 인도, 중국, 터키 공장을 세웠던 것 아닌가? 만약 이런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대미 수출한다면, 그 수출 증가가 재벌들 부른 배만 더 부르게 해주지 한국 경제에 무슨 보탬이 되는가?

그런데 2006년도 대미 자동차 수출이 113억달러인 반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5억8천만달러란 미미한 숫자였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107억달러란 큰 무역 적자가 났는데, 미국이 무슨 천사라고 한국 차만 미국에 더 잘 팔라고 FTA를 맺겠는가? 미국은 그들 무역 적자를 해소키 위해 어떤 방법으로든 한국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려 들 것은 틀림없다.

그런 공작 중 하나가 ‘자동차 안전 및 환경기준에 관한 양국간 협의를 강화’하기 위해 <자동차 표준작업반>을 설치한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한국땅에서 한국인이 한국차를 만드는 데 미국인과 협의를 해야 한다니 황당한 얘기다.

더 황당한 것은, FTA는 Free Trade로 관세에 한해서만 협상하는 것이 원칙이지, 왜 한국의 다른 조세--특별소비세(3단계를 2단계로 축소), 자동차세(5단계를 2단계로 축소), 자동차 공채 매입--까지 건들여 주권을 침해당하고 미국 차의 한국 진입로를 활짝 열어주는가다.

이러고서 홍보문서에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준다’고 자화자찬이다. 자동차세 등 3가지를 고침으로써 세수 4천억원 가량이 펑크난다는 계산인데, 이 4천억원을 FTA협상을 한 노정권이 개인 재산으로 매년 대체해 넣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무슨 얼어죽을 ‘소비자 혜택’인가?
펑크난 자동차세를 다른 조세에 붙여 대체 징수하거나, 새로운 세원을 개발해 충당한다면, 이는 ‘있는 소비자’를 위해 자동차도 ‘없는 소비자’에게 덤터기 씌우는 형태다. 바로 FTA로 말미암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된다는 주장의 확실한 예다.

[농축산물] 한미FTA에서 농작물과 축산물(육류)을 함께 묶어 <농업분야>에, 명태 등 생선은 <상품분야>에 넣어 협상했다. 한국인 개념으로는 맞지 않는 이 분류에도 미국 협상팀의 영악함을 읽을 수 있다. 즉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든 농축산물 1531개 품목에 미국이 생산에 있어 절대 우위인 쇠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를 끼워 넣어 어물쩍 넘기려던 꼼수다. 최신 선박으로 전관 수역에서 대량 포획하는 생선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어쨌든 1531개 품목 중 576개 품목의 관세는 즉시 철폐한다. 그리고 어느 품목은 계절관세, 5년,15년 등 장기철폐관세, 세이프가드 가능 품목 등으로 나눴다. 얼핏 보면 노정권이 농축산업 보호에 만전을 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요즘은 냉동시설이 잘 돼 계절관세는 의미가 없고, 과일 나무 등은 10년, 15년 장기로 관세를 철폐한다 해도 누가 지금 그런 나무를 심어 노후생활을 하고 자식들에게 물려주려 하겠는가? 관세의 영향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부터다. 그리고 세이프가드는, 아래 쓰지만, 중국 농축산물이 함께 쏟아져 들어오면 어느 것이 어떻게 국내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지 판별을 못해 국제적 시비만 붙지 별 의미가 없다.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너울이라면, 이 너울이 중국으로부터는 쓰나미로 변환돼 한국 농촌을 완전 초토화시킬 위험성이 있다. 그 이유가 최혜국대우(MFN)인데, 한미FTA협정으로 한국이 미국에게 하는 대우를 WTO회원국인 중국에게도 의무적으로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FTA협상이 종료됐다는 발표가 나자마자 4월6일 중국의 원총리가 서울에 와서 ‘한중FTA협정을 위한 산,관,학 공동연구를 가속화시키기 기대한다’고 밝히고, 4월27일에는 노대통령이 ‘중국이 FTA를 하자고 조르기 때문에 괴롭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런 중국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 요구를 WTO조약에 의해서든 현실적으로든 거부할 수가 없다. 왜냐 하면 2005년도 무역 통계를 보면 대중국 수출이 619억달러(미국은 413억달러), 무역 흑자는 232억달러(미국은 107억달러)로 한국의 제1 교역상대국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제품을 중국 시장에 내다팔지 않고 석기시대로 돌아가겠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중국의 시장 개방 요구를 어떻게 거부할 수 있는가?

중국의 농축산물 값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싸다. 농지 값, 인건비 등 생산 요소가 미국 및 한국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다. 이런 싼 농축산물이 미국보다 훨씬 근거리에서-- 따라서 저렴한 냉동비 및 운송비--로 한국을 덮칠 때 농민들은 폐업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정부는 지금까지 책상머리에 앉아 빈 독에 물 붓듯 혈세만 퍼부었지 뭐 하나 농업 붕괴 대책이라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오히려 자연 보호니 어쩌니 하며 국토의 70%나 되는 산지에서 농가가 수입을 올릴 길을 철저히 봉쇄했다. 한미FTA가 종료됐다며 내놓는 대책 역시 자기들 주머니 털어 인심이나 쓰듯 앞으로 10년간 119조원을 농촌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가렴주구형 세금과 공과금 때문에 국민들 못 살겠다는 소리 하늘을 찌르고 있다. 국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친 X 널뛰듯 한미FTA를 밀어붙인 노정권, 그리고 이를 수수방관한 국민 대표자란 정치꾼들, 언젠가 다시 ‘역사바로세우기’ 하는 날이 있지 않겠소? <계속>

2007.05.06
@ 인용, 전재 허용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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