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63 [칼럼니스트] 2007년 5월 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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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 이전에 극기운동을
박연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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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대선 진영이 분주해지자 여기에 합류하는 전. 현직 언론인들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선거 철이면 으레 나타나는 현상이라 조금도 이상할 것 없고, 그걸 보면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시정의 화제 내용도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특히 언론계 사람들의 반응이 그렇다. 어느 언론인이 어떤 진영에 가담했다면 그에 대한 배경 이야기가 뻔하다. A는 그 후보의 학교 동문이고 B는 자기 후보와 고향 선후배 사이이며 C는 그 후보의 정당을 출입하다 보통이상으로 가까워지면서 그렇게 됐다는 식으로 학연, 지연, 혈연, 인맥 등을 벗어나지 못한다. 심지어 어떤 언론인은 이 후보 저 후보 가리지 않고 때만 되면 대선 캠프를 기웃거리는 계절병이 도졌다는 평도 있다.
 
사적인 자리의 잡담 수준 왈가왈부라 이에 대해 정색을 하면 우스워지겠지만 그래도 궁금한 것은 왜 그 내용이 항상 비슷한가 하는 점이다. 빈 말이라도 예컨대 A는 사회복지에 관해 남달리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캠프에서 초빙했다, B는 문화정책에 대한 확실한 견해가 있어서 가담했다, C는 항시 정계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많은 대안을 가지고 있었는데 잘 됐다 라는 등의 이야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언론인들이 정계로 옮겨가는 것은 좋으면 좋았지 못마땅할 이유가 없다. 법조인, 학자, 기업인, 문화예술인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가세해 그 방면의 정책을 펴는 것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언론인들의 대선 캠프행을 두고 오가는 뒷말을 들으면 찜찜해지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그 답은 과거 대선 정국에서 활약한 언론인 등 언론계출신 정치인들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정계로 옮겨 간 언론인들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정치와 사회발전에 기여했다고 기억되는 이들은 불행하게도 몇 명 되지 않는다.

그 보다는 권력에 기생해 일신의 영달과 개인 사욕을 추구하거나, 정권의 나팔수로서 특정인 정권 안보를 위해 온갖 작태를 자행하면서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킨 이들을 우리는 더 많이 기억하고 있다. 한 마디로 한 자리 얻으려고 나선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과대망상에 가까운 엘리트 의식에 빠져 남의 말을 듣지 않으며  안하무인으로 사회 혼란을 야기했다.

그래서 대선 캠프로 간 언론인들에 대한 뒷이야기가 그런 것이다. 달리 말하면 지난 날 언론 출신 대부분 정치인들의 행적이 아직도 그런 이야기를 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에 대선 진영으로 간 언론인들은 이런 오해를 사지 않도록 정말 근본적인  차원에서 활동해주기 바란다. 정치와 사회발전에 언론 기능만으로는 미흡했던 점을 정확히 파악해 대선 주자들의 정책개발에 도움을 주고 시행해 나간다면 국가와 국민은 그들을 명예롭게 기억할 것이다.

교과서적인 진부한 말이지만 사적 욕구보다 공익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부탁이다. 요즘 흔히 기업, 학교 등에서 극기훈련이라 하여 군대 유격훈련 비슷한 프로그램을 애용하는데 극기라는 말은 엄밀히 말하면 克己之私를 일컫는다. 즉 자기 사욕을 극복한다는 말이다.

극기훈련 내용에 들어있는 팀웍, 정신력, 생존력, 담력 배양 등은 개인 사욕을 이겨내기 위한 방편들이다. 석가, 예수, 공자 같은 성인이 아닌 한 인간은 사욕을 백퍼센트 제거할 수 없다. 대선에 가담한 언론인들에게도 완전무결한 공인이기를 부탁하는 것은 무리이다.

언론이 사회의 목탁이거나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이라는 말을 순진하게 믿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언론인이 정치로 옮겨 갈 때 내세우는 명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건 시험 답안지에서나 통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루기 어려운 줄 알면서도 완전을 향해 진정으로 노력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국민은 그걸 주문하는 것이다. 공익이 보편화되면 사욕도 충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따라서 선거운동과 함께 각자 나름대로 극기운동을 하여 정말 멋지고 근사한 선거전을 펼치고, 국민의 기대치에 가장 근접한 대통령을 뽑게 해주기 바란다.

-'대한언론' 5월호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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