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59호 [칼럼니스트] 2007년 4월 1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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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협상(1) : 발탄강아지 마루밑 쏴다니듯


홍순훈 (서울칼럼니스트모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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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일(2007년) 한미 FTA협상이 타결됐다고 양측 수석대표가 기자회견하는 모습이 TV에 나왔다. 그런데 뒤이어 쇠고기, 개성공단제품, 유전자변형식품 등에 대해 양측이 서로 다른 해석을 한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4월5일에는 경제부총리란 사람이 과천정부청사의 정례브리핑에서 ‘FTA협정문의 문안 확정 절차를 거쳐 다음달(5월) 중 전체 텍스트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도대체 문안을 확정짓지도 않고 어떻게 협상이 타결됐다고 했는지, 또 2-3년에 걸쳐 회의니 협상이니 하면서 그 내용을 발가락으로 긁적거린 것도 아닐 텐데 무슨 문안을 협상 타결 후 다시 한 달 넘게 다듬어 텍스트를 발표하겠다는 것인지--그것도 꼭 발표한다는 것도 아니고 ‘발표를 예상’한다니-- 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다 듣겠다.

과거의 자료를 찾아보면, 문서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2006년 4월 열린 ‘제2차 한미FTA비공식사전준비협의’에서 있긴 있었다. 그런데 그 내용은 ‘협상 도중/ 교환된 문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이지, 협상이 타결되면 당연히 나오는 협정문까지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더구나 4700만 전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협정인데 말이다.

어쨌든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2005년도 작성)에 의하면, 2004년 초에 한국이 미국에 FTA협상을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그 후 2005년에 3차례 ‘사전실무점검회의’, 5차례 이상의 ‘한미통상장관회담’, 2차례 ‘비공식사전준비협의’ 그리고 2006년 6월부터 7차례의 ‘공식협상’이 있었다.

이러는 동안 다수의 농어민, 노동자 등이 격렬하게 FTA협상을 반대했다. 그 지경이면 누구든 한번쯤 숨도 고르고 좌우도 살펴 볼만 하건만 노정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발탄강아지 마루밑 쏴다니듯, 2-3년에 걸쳐 한달에 한번꼴로 미국에 부화뇌동 협상을 밀어붙였다.

2002년도 미국의 주요국별 무역 적자 규모를 보면, 중국 1031억달러, 일본 701억달러, 유로지역(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 699억달러, 캐나다 498억달러, 멕시코 372억달러, 대만 138억달러, 말레이시아 137억달러, 한국 130억달러, 태국 99억달러 순이었다.

이들 나라 중 미국과 FTA협정을 맺은 나라는 캐나다와 멕시코 2나라뿐이다. 이 2나라는 미국의 위아래에 붙어 있어 FTA 아니라 서로 합방을 한다 해도 조금도 놀랄 일이 아닌 동일 경제권이다.
그런데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미국이 천문학적 규모의 무역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FTA 얘기를 쉽게 꺼내지 못한다. FTA를 잘못 맺었다가는 저가품은 중국에 고가품은 일본에, 미국 자신의 농업 또는 제조업 등이 초토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와 태국과는, 한국과 같이 미국이 FTA협상을 진행시켰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와는 지난 2월 5차협상을 끝으로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유는, ‘정부 조달’ -- 한미 FTA협상에도 이 부분이 있으나 소리소문 없이 타결됐다--을 말레이시아가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태국 역시 2004년부터 7차례 미국과 협상을 진행했으나, 작년 9월 발생한 군사쿠데타를 빌미로 협상이 전면 중단됐다.
결국 대미 무역에 큰 흑자를 보는 거개의 나라가 먼산만 보고 뒤로 자빠져 있는데 한국만 중뿔나게 FTA니 어쩌니 초싹댔다는 얘기다.

그리고 한국인이 뭔지 착각하는 것이 있는데, 미국에서의 매년 100억달러 무역흑자가 마치 한국 경제의 생명줄이며 미국에게 큰 은혜를 입고 있다는 생각이다. 한미FTA협정 옹호론자들이 첫손가락에 꼽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과연 그럴까, 2005년도 대미 무역흑자 107억5천만달러를 들어 이견을 써 본다. 이 107억달러는 대미 수출 413억4천만달러에서 대미 수입 305억9천만달러를 뺀 단순 계산이다. 이 의미는 한국 땅에 있는 재화를 미국으로 보내 달러로 바꿔 놓았다는 뜻일 뿐이지 순이익이 아니다.

순이익으로 따지면 2006년에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 50만대보다, 미국이 한국에 강매한 6천만달러짜리 F-16 비행기 1대가 더 남는 장사였다고 추산할 수 있다.
그렇게 보는 이유가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 시장에 밀어내기 수출을 하여 통계로는 큰 숫자가 잡혔으나 실제는 과도한 재고만 쌓였었고, 또 그 회사들의 영업 이익률이 극히 저조했거나 아니면 원가 이하로 자동차를 팔아 영업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이를 더 확대 추산해 보면, 매년 100억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보다 2000년-2003년 동안 미국이 한국에 강매한 무기 37억달러가 더 짭짤한 장사 아니면 적어도 돗진갯진 그게 그걸로 상쇄될 수 있었다.

미국은 대만에 매년 한국보다 약간 더 많은 무기를 판매해 왔다. 극비니 최신 기술이니 포장했지만 실제는 원가 몇 푼 안 되는 무기에 왕창 바가지 씌워 잘 팔아먹고 있으니 그로써 족(足)한 것, 허섭한 다른 물건 더 팔자고 FTA니 어쩌니 하여 평지풍파 일으킬 필요가 뭐 있겠는가? 따라서 미국은 대만을 FTA협상국에서 일단 젖혀놨다고 보는 것이 순리다.

지난 IMF도 인재(人災), 지금 FTA도 인재다. 그 피해를 대표자 잘못 뽑은 국민들이 옴팍 뒤집어쓰게 됐다. 그런 이유를, 원본은 언제 공개될지도 모르고 또 공개됐다 해도 이미 신뢰성에 금이 간 것, 하릴없이 4월4일 외교통상부가 발표한 자화자찬 홍보문서 ‘한미FTA 분야별 최종 협상 결과’를 가지고라도 이 글에 이어서 밝혀 써 본다. <계속>

2007.04.12
@ 인용, 전재 허용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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