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54 [칼럼니스트] 2007년 3월 28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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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동영상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이재일 (칼럼니스트, 전 서울신문 과학정보부장)
http://columnist.org/netporter


정부당국이 포털사이트에 유포되는 음란동영상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 18일 야후코리아에 포르노 동영상이 올랐으나 6시간 동안 방치됐고, 그 이후에도 네이버나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 음란물이 지속적으로 게재되자 더 이상 가만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정보통신부가 어제(26일) 발표한 ‘인터넷 음란물 차단 대책’을 살펴보면 △민·관이 핫라인으로 연결되는 감시체제 구축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안에 24시간 운영하는 ‘불법유해정보신고센터(가칭)’ 운영 △음란영상물의 원천소스인 해외 음란사이트의 유입을 차단하는 기술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정통부가 음란물의 게시자뿐만 아니라 포털업체에 대해서도 형법상 방조죄를 적용해 공범으로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통부는 포털업체가 부가통신사업자로 관리되는 점에 착안해 통신위원회의 사실조사와 정통부장관의 시정명령 등 규정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적극 행사하고, 사업자들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는 영업정지 등의 처벌을 한다는 계획이다.

또 음란물을 게재한 자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음란물을 방치해 공익을 해친다고 판단될 때는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 매출액의 100분의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정통부의 발표에 앞서 검찰에서는 이미 야후코리아와 네이버, 다음 등에 대해 고의적으로 음란물을 방치한 것이 아닌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혐의가 드러나면 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포털업체들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이들이 해마다 급성장을 거듭하면서도 사회적 책임과 관련 있는 활동에는 매우 소극적이라는 사회적 여론을 등에 업고 있다. 각 포털사이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네이버 3천574억원, 다음 2천25억원, 야후코리아 729억원이다.

정부가 벌이려는 ‘음란동영상과의 전쟁’이 과연 성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처음에는 적극적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란동영상이 법적 규제의 빈틈을 파고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나 다음 등 대형 포털업체에서는 200~300명의 전문 모니터링 요원을 두고 24시간 교무근무를 해가면 유해게시물을 걸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일은 게시물의 음란성만을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저작권 위반, 명예훼손 등의 내용까지 살피고 있고, 각 사이트에 올라오는 동영상이 하루 1만~2만개에 이르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리기가 힘든 실정이다.

포털업체들은 그동안 취약했던 시간대인 야간과 주말에는 모니터링 인력을 더 늘리고, 유통 중인 음란동영상을 데이터베이스로 국축해 자동적으로 걸러내는 등의 기술적 모니터링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다.

 그동안 음란동영상에 대해 정부당국은 거의 수수방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통신서비스업체가 담함했을 경우 수백억원의 과정금을 부과하는 등 엄격한 처벌을 하면서도 포털업체의 잘못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관대한 자세로 일관해왔다. 포털업체보다 정부당국의 태도에 더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잘못을 저지르는 자에 대해 법의 잣대를 엄격히 재서 죄과를 물어야 한다. 음란동영상이 올라왔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포털업체에 대해서는 법이나 규정에 정한 바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로 막 피기 시작한 UCC산업이 시들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음란물의 허용수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하루 빨리 마련하는 일이다. <07.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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