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52호 [칼럼니스트] 2007년 3월 1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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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립 근거를 상실한 노대통령


홍순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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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모사형 배신> 노무현씨는 2002년 12월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 총투표자 2455만표 중 1201만표(득표율 48.9%)를 얻어 당선했다. 2위였던 이회창 후보보다 57만표 앞선 박빙의 승부였다. 당시 전남, 광주, 전북 지역의 유권자들은 노후보에게 90% 이상의 표(노후보 275만표, 이후보 14만4천표)를 몰아줬다. 이 '몰표'는 개인 노무현을 지지한 것이라기보다 그 곳이 세력 기반인 새천년민주당을 지지해서 나타난 현상이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럼에도 노대통령은 2003년 11월 새천년민주당을 등지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해 나간다. 정당을 근거로 뽑힌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마찬가지 논리로 새천년민주당을 등진 노무현씨도 대통령 자격에 큰 문제가 생겼으나, 집권 초기의 강력한 권력에 눌려 유야무야 넘어갔다.

2. <권력의 셰퍼드 헌재> 2004년 3월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의결됐다. 이 탄핵에 대한 2004년 5월의 헌법재판소 심판은 한국 정치의 근간인 3권분립을 뿌리째 뽑아 놓은 폭거며 일종의 반역이었다.
헌법에 명시된 '탄핵의 심판'은, 탄핵이 군대의 강압 속에 이뤄졌나 또는 의사당 밖에서 은밀히 행해졌나 따위의 절차상 문제에 한한다. 어떻게 국민이 뽑은 대표자들로 구성된 국가의 최고 최대 조직인 국회가 법에 따라 정당하게 행한 의결을, 헌법 부설기관의 임명직 공무원 몇 명이 파기, 무효화시킬 수 있는가?
이 행위를 긍정한다면 헌재가 국회보다 상위 기관이 되며, 거기서 중요 국사를 결정하면 되지 구태어 국회를 구성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위의 헌재 심판은 원천 무효며, 2004년 3월 국회 탄핵 이후의 노무현씨는 대통령으로서의 정당성을 상실했다.

3. <개가 닭 보듯> 노씨의 국정 운영 지지도(지지율)가 2005-6년에는 20%대에서 30%대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 2007년은 아예 10%대로 내려앉았다. 열린우리당 역시 명색이 여당이라면서 군소 정당보다 못한 한자리 숫자의 지지율이었다. 이런 국민들의 철저한 외면 결과가 2005년부터 2006년 10월까지 4차례 치른 재, 보선에 나타났다. 열린당이 40대 0으로 모든 선거구에서 전패한 것이다.
여기서 참고로 할 하나의 수치가 있다. 헌법 67조 '대통령 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의 3분의 1 이다. 대통령이라면 적어도 성인의 3분의 1 즉 30%대 지지율은 돼야 한다는 얘긴데, 사실 열명 중 한 명 꼴인 10%대 지지율을 가지고는 국정이고 나발이고 들먹인다는 것 자체가 낯뜨겁지 않겠는가?
이런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볼 때 노대통령은 2006년의 어느 적당한 싯점--예를 들면 10.26재보선 직후라든지--대통령직을 사임하는 것이 순리(順理)였으며 국민에 대한 도리였다. 더구나 2003년 10월에 '재신임을 묻겠다'고 공언까지 하지 않았던가?

4. <제가(齊家)도 못하면서 치국을 한다?> 현대 정치를 대의정치 또는 정당정치라 한다. 정당이란 거대 조직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힘을 못 쓴다. 그래서 혈세로 거액의 국고 보조금(2007년 509억원)을 각 정당에 지원해 주고, 정당이 민간으로부터 정치자금을 거두는 것까지 허용한다.
2007년 1월 하순부터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하나둘 탈당하기 시작하더니, 2월6일에는 23명이 집단 탈당, 2월 말에는 '수석당원'이었던 노무현씨마저 탈당(그들 표현으로는 당적 정리)했다. 한국에서 여당이 실종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따라서 참여정부라 그토록 나발불던 '참여'의 길이 막혔다.
노씨의 탈당 핑계가 '전직 대통령 3명도 임기 말에 당적 정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 잘못된 정치 풍토 때문'에 자기도 탈당하게 됐다는 것인데, 정말 국민 알기를 개 뭘로 알고 하는 소리다. 왜냐하면 전직 대통령 3명의 탈당은 사람들에게 별 뉴스거리도 안 됐다. 후임자 선출에 중립을 지킨다는 뚜렷한 명분으로 제 발로 소속 당을 걸어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씨의 경우는 그게 아니다. 열린우리당이 분당인지 공중 분해되면서 쫓겨난 꼴이다. 그 뚜렷한 증거가 탈당의원들의 변으로,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실패했다', '확실한 반(反)노무현 행보를 한다', '노씨에게 15가지 문제점이 있다' 등인데, 결론은 노씨와는 당을 같이 못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의 세력 기반인 정당 하나 제대로 단속, 유지하지 못해 혈세를 낭비하고,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진 노씨를 어느 골빈 국민이 대통령으로 받들어 모시겠는가?

5. <꼼수의 달인> 지금껏 노무현씨가 대통령이라며 청와대에 거주했던 유일한 근거가 헌법이다. 청와대 입주 직전 노씨는, 첫마디가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란 취임 선서(헌법69조)를 국민 앞에 했다. 그랬던 그가 방을 뺄 때가 임박하자, 입주 기간이 기니 짧으니, 다음에 들어올 세입자의 임대 기간을 옆집 국개네 임대 기간과 같도록 맞춰야 되니 어쩌니 하며 계약서를 고치자고 떼를 쓴다. 2007년 3월8일 발표한 개헌 시안이 꼭 그 짝이다.
웃기는 것은, 20년 이내에는 자기 이외에는 아무도 계약서를 고칠 수 없다고 설레발치다가, 이번 시안에는 다음 세입자가 될 사람이 계약서를 고치겠다고 자기와 약속만이라도 해달라는 것이다, 세입자가 집주인으로 둔갑한 형상인데, 20년 이내에는 고치지도 못할 계약서를 왜 세입자끼리 고치겠다고 지금 약속해야 된다는 것인지, 생사람 정신병자 만들기 딱 좋은 개그다.
어쨌든 노씨는 '헌법 수호'(헌법66조)와 '헌법 준수'라는 국민과의 절대 계약을 위반했다. 그러니 여러 말 말고 '청와대 방이나 얼른 빼소!'

-200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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