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46 [칼럼니스트] 2007년 2월 1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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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어찌 알랴
박강문    (대진대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http://columnist.org/parkk


인터넷에 사주나 점 봐 주는 사이트가 엄청나게 많다. 장래의 일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이다. 사는 것이 팍팍해질수록 운명을 일러 주는 이들의 영업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요즘 살기가 부드럽지 못한 까닭일 것이다. 특히 취업 걱정에 결혼 걱정까지 겹친 청년 실업인구가 늘어 문복 고객 자원은 풍부하다.

나는 사람의 운명이 선천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사주나 관상에 관심이 없다. 운수가 다 짜여 있고 그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다면 더 잘 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고 세상 사는 재미가 없는 것 아닌가. 어쩌다 어떤 일의 결정이 어려울 때 점쟁이한테라도 물어보고 싶어지기는 한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보면, 얼굴에서 그 사람의 인격이나 건강 상태 같은 것이 어느 정도 짐작된다. 그렇지만 관상으로 그 사람이 걸어온 삶이 얼굴에 남긴 자국은 볼 수 있을지 몰라도 미래 화복을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가령 고집이 센 듯한 상이라면 그 사람이 직장에서 화합하기가 어려우리라고 예측하는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작명 사이트도 참 많다. 이 쪽 또한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막상 아이의 이름을 지어야 하는 처지가 되니 책도 보고 사이트도 들어가 보게 되었다. 이왕이면 좋다는 글자로 작명하고 싶어서다. 좋은 말과 칭찬이 일을 잘 되게 할 수 있고, 말이 씨가 된다고도 하니, 좋은 이름이라는 것도 그런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사주나 점괘나 인상이나 성명이 운명을 결정한다고 맹신하면 곤란하다. 인사동 길거리에서 잠시 말벗이 되었던 한 점술가는 말했다. “손님이 자기 어려운 일 죄다 이야기합니다. 그거 들어주고 이런저런 희망적인 말로 위로하지요. 인생상담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는 자신의 역할을 알고 있었다.

- 벼룩시장 2007.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