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44 [칼럼니스트] 2007년 2월 8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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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키를 잡은 배는 떠났다
박강문    (대진대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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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발전위원회의 근거와 성격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발전기금의 근거는 2005년 1월 공포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에 있다. 전체 4개 장으로 된 이 법 제4장 ‘신문산업의 진흥 등’의 제27~36조가 신문발전원회와 신문발전기금에 관한 것이고, 마지막 제37조는 신문 공동배달을 맡는 신문유통원 설치에 관한 것이다.

제4장은 새 신문법의 핵심부분이라 할 수 있다. 제4장 아닌 다른 장에도 신문발전위원회가 언급된 조항이 군데군데 있다. 신문발전위원회는 문화관광부에 설치하고, 이 위원회에 신문발전기금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위원은 위원장과 부위원장 포함 9명이다. 위원은 문화관광부 장관이 위촉한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호선한다. 위원 9명 가운데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2인, 한국신문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언론학회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각 1인, 도합 6인이 포함되어야 한다.

추천권을 가진 곳 하나가 그냥 ‘시민단체’라고만 돼 있고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 특이하다. 피촉위원 명단을 보면 추천한 시민단체가 언론개혁시민연대거나 사단법인체인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일 것으로 짐작된다.

위원 구성은 신문발전위원회의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위상 및 활동과 관련하여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관광부 장관 재량으로 위촉할 수 있는 인사의 수는 3명으로 국한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회의장이 2인을 추천하면서 정부와 여당의 기피인사를 고를 일은 없을 테고, 언론노조와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정부와 이른바 코드가 같은 단체다. 이렇게 계산하면 위원 9인 중 친정부 인사가 7인은 될 수 있다. 정부의 의지대로 운영하기에는 순탄하겠지만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

임기 3년의 초대 위원 면면을 살피면 그들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위원장 장행훈(언론광장 공동대표,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ㆍ이사), 부위원장 김서중(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정책위원), 위원 강병국(변호사, 전 경향신문 노조위원장), 김민환(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전 한국언론학회장), 김영호(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 김유정(수원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위원), 이강렬(국민일보 논설위원), 이경형(서울신문 고문), 최상현(전 스포츠투데이 편집인, 전 미디어오늘 대표).

장행훈 위원장은 언론광장 공동대표인데, 언론광장은 언론노조와 공동으로 언론개혁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언론개혁시민연대에 참여한 단체 중 하나이고,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연대 단체로서 서로 얽혀 있다. 신문발전위원회 김주언 사무총장은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국장이다.

신문발전위원회는 법정 단체로서 신문발전기금의 관리와 운용 등을 포함해 상당히 큰 권한을 갖고 있다. 제16조에 따르면 우선 이 위원회는 일간신문사들의 경영 상태를 보고받는 기관이다. 일간신문사는 해마다 결산일 5일 이내에 전체 발행부수 및 유가 판매부수, 구독수입과 광고수입을 신문발전위에 보고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총 발행주식 또는 지분총수와 자본내역, 100분의 5 이상의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한 주주 또는 사원의 개인별 내역을 신문발전위원회에 신고해야 하고, 신문발전위원회는 이 신고사항을 검증하고 공개해야 한다.

2006년 6월 30일까지 위의 자료를 신고한 일간신문사는 75개사다. 중앙일간지 2개사, 지역일간지 49개사, 외국어 일간지 4개사 등이다. 위원회는 대상 신문사는 141개사이며 자진 신고율은 53.1%라고 밝혔다. 5개 항목 모두 신고 26개사, 전체 발행부수 신고 37개사, 유가 판매부수 신고 30개사, 광고수입 신고 61개사, 구독수입 신고 51개사, 자본내역 등 신고 66개사로 집계되었다. 신문부수 밝히기를 꺼리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정해진 기간에 신고하지 않으면 2천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위원들과 사무국 직원들은 업무상 알게 된 정기간행물 사업자의 영업기밀 관련사항에 대하여 비밀을 유지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전원이 준수 서약을 했다.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처벌을 하게 돼 있다. 신문발전위원회가 그만큼 중요한 언론사의 영업기밀을 쥐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객의 통신비밀을 지켜야 할 통신사업자들이 수사당국의 요청에 못 이기는 걸 보아온 바지만, 이 비밀유지 서약은 철저하게 지켜져야 할 것이다.

신문법 제29조는 신문발전위원회의 직무를 나열하고 있다. ① 여론의 다양성 보장과 신문산업 진흥을 위한 계획·정책에 관한 자문 ② 제16조 규정에 따른 신고·검증 및 공개에 관한 업무 ③ 신문발전기금 조성과 운용에 관한 기본계획 심의·의결 및 동 기금의 관리·운용 ④ 신문발전기금 지원대상 선정 및 지원기준 심의·의결 ⑤ 여론의 다양성 보장과 신문산업의 진흥을 위한 교육·연구·조사 ⑥ 그 밖에 위원회의 목적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등이다. 제30조에 따르면 신문발전위원회는 필요에 따라 문화관광부 장관과 협의하여 소위원회를 둘 수 있다.

언론사의 영업기밀을 쥐게 되는 막강한 기구지만 문화관광부 장관 아래 있는 것이 신문발전위원회의 위상이다.


신문발전기금과 지원대상 선정 논란

신문법 제33조에 따르면 “신문 등 정기간행물 및 인터넷신문의 진흥을 위하여” 신문발전기금을 설치하게 돼 있다. 그 재원은 ① 정부의 출연금 ② 다른 기금으로부터의 전입금 ③ 개인 또는 법인으로부터의 출연금 및 기부금품 ④ 기금의 운용으로 생기는 수익금 ⑤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수입금이다. 이 돈은 ① 여론의 다양성 촉진과 신문산업 및 인터넷신문의 진흥을 위한 사업 ② 독자권익 보장을 위한 사업 ③ 신문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사업 ④ 언론공익 사업 ⑤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업에 쓰게 돼 있다.

신문발전위원회는 정기간행물 사업자 및 인터넷 신문 등 모두 32개사의 지원신청을 받아 2006년 7월 4일 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업자 12개사를 선정했다. 일간신문은 지원신청 17개사 중 8개사를 선정했는데 전국일간신문으로는 지원신청 6개사 중 한겨레와 경향신문 2개사, 지역일간신문으로는 지원신청 11개사 중 강원일보, 경기일보, 경남도민일보, 무등일보, 새전북신문, 새충청일보 등 6개사가 지원을 받게 되었다. 인터넷 신문으로는 지원신청 5개사 중 이슈아이,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3개사를 선정했다. 잡지사는 8개사가 지원신청하여 민족21 한 군데가 뽑혔다.

신문발전위원회는 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업자로 선정된 정기간행물사업자들에게 157억원 중 신문사들이 신청한 금액을 검토하여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업별 지원금액은 ▶독자권익위원회 지원 2억원(1개사 최대 1천만원) ▶고충처리인 지원 1억원(1개사 최대 500만원) ▶경영컨설팅 4억원(일간최대 5천만원, 기타 최대 1천만원) ▶구조개선 및 신규사업 75억원(일간최대 5억원, 기타 최대 5천만원) ▶시설도입 및 정보화사업 75억원(일간최대 5억원, 기타 최대 5천만원) 등이다. 다시 8월에 위원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위 12개사에 지원하는 돈은 65억 5천만원이다.

지원대상 언론사 선정결과에 대해 보수성향 신문들의 반응은 지극히 부정적이었다. 조선일보는 7월 5일 기사 ‘12개 신문사에 발전기금 157억 우선 지원;정부돈 받고 정부비판할 수 있겠나’, 6일 사설 ‘정권과 親與 언론, 국민 稅金으로 무슨 거래하나’로, 중앙일보는 6일 사설 ‘권력 편드는 신문 세금으로 지원하는 나라’로 맹비난했다. 동아일보는 6일 기자칼럼 ‘신문발전기금에 어정쩡한 문화부장관’으로 정부가 신문의 논조를 우회적으로 통제할 위험성을 거론했다.

선정된 두 일간신문사인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이에 맞섬으로써 일대 필전이 벌어졌다. 한겨레는 6일 ‘조선·동아일보, 수십년간 정부혜택 받았으면서 발전기금 타신문에 주자 비틀기 보도’라는 기사와 ‘신문발전기금 왜곡하는 보수신문’이라는 사설을 실었다. 이 신문은 그 이튿날에도 ‘조선과 중앙, ‘비판언론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사설을 실으면서 공격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경향신문은 7일 ‘신문발전기금 악의적 보도 어디까지`? 조·중·동의 왜곡’이라는 1면 기사와 ‘보수신문들의 가당찮은 왜곡행태’라는 사설로 조선·중앙·동아 세 신문을 거세게 공박했다. 신문사간 이런 격렬한 대립은 한국 언론사상 유례가 드문 것이다.


타율은 자율만 못하다

신문법, 신문발전위원회, 신문발전기금, 신문유통원… 이 모두는 ‘시민단체’의 응원을 받아 정부가 뽑은 언론개혁의 칼이다. 언론개혁은 언론계 자체에서 할 일이다. 정부가 언론을 개혁할 수 있다고 믿는 것부터 비극이다.

그러나 언론의 감시대상인 정부가 언론개혁을 운위한다는 것은 신문사 자체에도 허물이 있기 때문이다. 신문발행부수 공개가 얼마나 정직하게 되고 있는지, 자본력을 동원한 경품동원 등 무한 과열판매경쟁이 개선되었는지,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해 얼마나 성실하게 의제설정을 해왔는지, 언론의 보도행위가 품위 있게 이행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의견과 사실 보도가 분리되지 않은 제1면의 대문짝만 한 기사를 보면서 삐라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문제 아닌가.

정부가 언론개혁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민주정치체제의 유지와 발전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신문이 다소 오만스럽다 해도 참으면서 혹여 감시기능이 위축되지 않나 걱정해야 하는 것이 민주정부다. 그런데도 언론계에 자정 의지가 있는지 반문하면 쉽게 대답할 수 없다. 신문발전기금 지원 등을 포함한 언론개혁 문제에 대해 양비 또는 양시론을 펼 수밖에 없는 고민이 여기 있다.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을 두고 많은 찬반 논의가 있었지만, 이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어 정부가 법적으로 ‘신문의 자유와 기능을 보장’해 주게 되었다.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신문산업의 진흥’을 위해 신문발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신문사 등에 돈을 지원한다. 그 요체는 억강부약, 즉 큰 신문이 너무 크지 않게 하고, 작고 약한 신문이 잘 자라게 거든다는 것이다.

정말 언론자유를 위해 이런 배려를 할까 의심쩍기는 하다. 헌법재판소가 신문법에 일부 위헌판정을 내리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는 이 법의 합헌성을 인정했다. 언론에 대한 정부지원 문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상반된 견해가 대립한다. 정부지원은 결국 간섭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와, 다양한 의견이 나올 ‘공론장’ 형성을 위해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맞부딪친다. 이제 현실은 신문발전위원회에 꼬박꼬박 신문사 살림살이를 신고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발전기금위원회를 통한 목표 실현은 사실 쉽지 않을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보듯 신문은 독자가 선택한다. 정부가 독자더러 이 신문 봐라, 저 신문 보지 마라 할 수는 없다. 이 점에서 큰 신문들은 그다지 떨 필요가 없을 것이다. 큰 신문들은 “그래, 작은 신문들 좀 도와줘 봐라” 하고 여유롭게 지켜봐도 될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신문발전이라는 꿈이 실패로 끝날 위험도 있다. 키워야 할 열두 군데를 골랐지만, 대부분 자본이 잠식돼 담보제공이나 상환이 어려운지라 거저 주는 돈을 늘릴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무상지원 받은 곳이 어느 기간이 지나면 홀로 설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 국민의 돈만 낭비한 꼴이 되면 이 실험으로 ‘이러면 안된다’는 교훈만 남게 될 것이다. 신문발전기금의 예산 편성과 집행 등 업무에 신문발전위원회가 어느 정도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

지원금 줄 곳을 결국 친여매체만 뽑지 않았나 하고 큰 신문들이 보도하고, 뽑힌 신문들은 친여매체는 우리가 아니라 바로 너희다 하고 공박하니 희극 같기도 하고 비극 같기도 하다. 신문발전기금이 신문사간 분열과 대립을 부르고 있다.

민간 신문사 기자에게 문화공보부 장관이 ‘보도증’이라는 이름의 신분증을 주던 때가 있었다. 스스로 못하면 타율로 간다. 타율은 자율만 못하다. 상륙지점이 언론개혁이 될지, 언론장악이 될지 불안한 가운데 남이 키를 잡은 배는 부두를 떠났다.

- 관훈클럽 '관훈저널' 2006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