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42호 [칼럼니스트] 2007년 1월 30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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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그리고 국가비상사태[계엄] 선포


홍순훈
http://columnist.org/hsh


'대통령짓 못해 먹겠다' 를 공개석상에서 12번이나 내뱉었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자기 임기보다 3년이나 더 대통령짓을 해 먹게 하는 연임제 개헌을 추진하겠다니 이게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인고?

노대통령(이하 편의상 노통이라 표기한다)은 2007년 1월9일 '대국민담화'에서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에서 단임제가 추구했던 장기 집권의 우려는 사라졌다' 따라서 '장기 집권을 제도적으로 막고자 마련된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바꿀 때가 됐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노통은 장기 집권을 꿈도 안 꾼다 치자. 그렇지만 그 후임인 17, 18, 19대.... 대통령 등 누군가가 장기 집권을 획책하지 않는다는 근거나 보장이 어디 있는가?

그리고 노통은 '20' 이란 숫자로 국민들을 최면거는 듯했다. 즉 '민주항쟁 20년 되는 해' '헌법 시행 20년 맞는 해' '개헌을 할 수 있는 기회는 20년만에 한번밖에 없다' '이번을 넘기면 다시 2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등 '20년'을 무려 6번이나 되뇌었다.
과연 그럴까?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김정일이 사망하고, 북한 통치체재가 붕괴되고, 북한 주민이 대거 남쪽으로 몰려 내려온다면, 통일을 위한 개헌을 안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이런 경우 필요하다면 대통령 임기도 자연스럽게 조정할 수 있을 텐데, 왜 20년이란 기간을 절대 수치 같이 못박는가?

필자는 작년(2006년) 제헌절 때 '개헌은 반역이다'라는 제목으로, 개헌 불가론을 조목조목 짚어 인터넷에 올렸었다. 노통의 이번 개헌 담화 내용도 거기에 모두 썼던 것들이다.
즉 5년 단임제와 4년 연임제의 장단점은 그 결론이 '제도가 문제가 아니고, 사람이 문제' 라는 것으로, 노통이 열심히 안 가르쳐 줘도 나이 좀 먹은 한국인이라면 이미 다 실제로 체험했던 것이다.
또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는 일치시키는 것이 선(善)이 아니고, 서로 임기를 엇갈리게 하여 상호 견제토록 하는 것이 원칙이란 것도 상식이다.

기타 담화에서 '개헌이 오래 전부터 공론화되고 합의 수준도 높다'는 말은 야바위성 스피치다. 이 내용은 이른바 '군불때기'를 표현한 듯한데, 정치꾼들이 끼리끼리 권력을 어떻게 더 키워서 더 잘 나눠 먹을 것인가를 어용학자와 날나리 언론 등을 동원하여 찧고 까불던 거 아닌가?

그리고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양당 후보가 '임기 안에 국민의 뜻을 모아 개헌을 추진한다'고 공약했다, 그래서 임기 1년을 남기고 이제 개헌을 추진한다는 것인데, 이 명분에는 음흉성이 배어 있다. 즉 '국민의 뜻을 모운다'는 필수 조건은 슬쩍 가리고 개헌만 추켜든 것이다.
부연하면 2005년부터 2006년 10월까지 4차례 재, 보선에서 노통의 세력 기반인 열린당이 40대 빵으로 모든 선거구에서 전멸한 사실을 슬쩍 가렸다는 얘긴데, 이 빵점 의미는 노통=열린당이 '국민의 뜻을 모우기'는커녕 국민이 그들을 '철저히 배척'했다는 것이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 더구나 열린당이 공중 분해되는 위기 속에, 대선 후보 때의 공약을 내세워 개헌하겠다니, 돼지해 벽두부터 돼지가 까무러칠 노릇이다.

노통의 개헌 얘기가 황당하여 '대선 정국 파괴용'이니 '정상회담을 위한 연막술'이니 등 갖가지 예측과 각종 설이 시중에 난무하고 있다. 그런데 황당하다 하여 노통의 담화를 가볍게 여겨 넘기면 안 될 한 구절이 있다.

개헌 발의권이 '저에게 주어진 권한과 의무'라는 것이다. 개헌 발의권이 대통령의 '의무'라는 것은 참 나쁜 생각이다. 대통령의 의무는 헌법 제66조 2항에 명시돼 있는데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責務)를 진다'다.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 대통령에게 헌법을 뜯어고치는 개헌 의무가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모순이다.

그리고 헌법 128조 1항에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에 의해 대통령에게도 물론 개헌 발의권이 있다. 그렇지만 이 권한은 일반적이며 상시적(常時的)인 것이 아니고 특수한 상황 예를 들면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으로 국회의 기능이 원활치 못할 때 보충적으로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해석이어야만 삼권분립 체재에서 국회의 고유 권한인 입법권과 상충(相衝)되지 않는다.

어쨌든 문제는 '저에게 주어진 권한과 의무'가 개헌 발의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국가 비상사태[계엄] 선포'에도 있다는 것이다. 헌법 77조 '대통령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가 그 근거다.

노통의 지난 임기 4년간을 뒤돌아보면, 역사학자인지 건달들인지 아리송한 무리들이 만주가 우리 땅이라며 끊임 없이 중국과 마찰을 일으키는 것을 부추기고, 일본에 대한 불필요한 적개심을 유도하고, 국가 안보에 큰 구멍이 뚫릴 미국과의 관계 파탄 획책을 방관했다. 반면 김정일에 대해서는 없는 것 있는 것 다 털어 지극 정성으로 상납을 계속했다.

이런 외교랄 수도 없는 일련의 대외 공작은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충분하며 화려한 구실을 만드는 것이라 의심 안 할 수 없었다. 이 의심을 더욱 뒷받침해준 것이 작통권 환수며, 공권력을 죽창 아래 방치한 사실이며, 이번 개헌 제안이 그렇다.

정상적인 절차로는 개헌 발의가 성공할 확률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노통이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이 사회에 '혼란을 조장'하려는 그래서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구실을 마련하려 한다는 것 이외에는 달리 논리적 또는 상식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하느님은 지금 어디 계신가? 노통 좀 안 말려 주시고 컴 앞에 앉아 게임이나 하고 계신 거 아닌지....

-07.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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