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40 [칼럼니스트] 2007년 1월 13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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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제점 받은 네티즌 댓글문화

이재일
http://columnist.org/netporter


네티즌들은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나타내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서 뉴스를 읽은 뒤 어떤 느낌을 가졌을 때는 ‘나도 한마디’ 등 댓글게시판에 자신의 의견을 올린다. 이러한 댓글 쓰기는 이제 네티즌들이 ‘뉴스를 읽는 이유’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네티즌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동해의 명칭을 '평화의 바다' 또는'우의(友誼)의 바다'로 바꿔 부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던 사실이 드러나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댓글폭력’을 가하고 있다.

댓글을 읽어보면 가지각색이다. “독도를 '평화의 섬'이라고 부르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거나 “주권의 상징인 동해 표기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꾸짖는가 하면 “애국가 가사를 바꾸겠다는 것이냐”라며 흥분하기도 한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처럼 노대통령의 ‘돌출 제안’에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댓글 중에는 강도가 너무 높아 아찔한 것도 적지 않다.

“아, 저번 대선 때 노무현 찍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대통령님은 제발 말만 하지 말아주세요. 물론 관저에서 권여사와 수다를 떠시더라도 제발 공석에서는 말하지 마세요”라는 댓글은 그래도 점잖은(?) 편이다. 비난이나 성토의 차원을 넘어 입에도 담지 못할 원색적인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물가에 내 놓은 철없는 아이 같으니 우리 국민은 이다지도 재수가 없는가”, “다방면으로 꼴값을 떠는군”이라고 말하는 것까지도 요즘의 분위기로 보아서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 양반은 정말 정신병원 가야한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읽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이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댓글이 올려지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대략난감’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에서의 댓글게시판은 힘없는 네티즌들이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다. 네티즌들의 댓글은 하나하나가 모여 큰  강줄기를 이루면서 ‘시중의 여론’이 되고, 이것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래서 ‘댓글저널리즘’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하지만 너무 심한 댓글을 달았다가 명예훼손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형사입건돼 유죄판결을 받기도 한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61조)은 사이버상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 최고 징역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법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상에서 악플(악성 댓글)을 상습적으로 다는 악플러들을 처벌할 수가 있다는 얘기이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문송천 교수팀이 지난달 18일부터 1주일 동안 네티즌 2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댓글문화’가 얼마나 한심한 수준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낙제점이어서 필자의 걱정을 더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 댓글문화에 대한 점수를 매기라고 주문한 결과 ‘100점’이라는 평가를 내린 응답자는 1명(0.4%)이었고, ‘80점’은 11명(4.3%)에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60점’도 겨우 47명(18.5%)이었으며, ‘60점 이상’을 모두 합해도 23.2%에 불과했다.

반면에 ‘0점’이라고 혹평한 사람은 42명(16.5%)이었고 ‘20점’은 82명(32.3%), ‘40점’ 은 71명(28.0%)이었다. 이를 합치면 ‘40점 미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76.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10명 중 7~8명이 우리나라의 댓글문화가 형편없음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하겠다.

지금 사이버공간은 조국애로 넘치는 네티즌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노대통령에게 비난과 비방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어제오늘의 인터넷게시판은 노대통령 성토장으로 변했다. 오죽하면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신문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댓글 ‘노무현 놀이’라고 표현하고 있겠는가.

이렇게 된 데는 걸핏하면 ‘말폭탄’을 터뜨리는 노대통령 자신의 책임도 없지 않다고 하겠다. 어쨌든 네티즌들이 나라를 통치하는 대통령에게까지 이런 수준으로 ‘댓글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네티즌들이 사이버공간에서 자신의 생각을 단호하게 개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댓글도 저널리즘 범주에 속할 정도로 크게 성장한 이상 건전한 문화로 자리 잡을 때가 된 것이 분명하다. KAIST 문교수팀이 인터넷 실명제 찬반을 묻는 질문에서 165명(66%)이 찬성했고, 조건부 찬성론까지 보태면 긍정적인 답변이 82.3%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그나마 댓글문화가 건전해질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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