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32 [칼럼니스트] 2006년 11월 30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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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의 한 마디 - 개도 공부해야 한다
김소희
http://www.animalpark.pe.kr


사람들은 인간을 제외한 동물은 마치 타고난 본능에 의해서, 선천적으로 획일화한 패턴대로만 행동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앵무새, 담뱃불만 보면 온 몸을 던져 불을 끄는 개, 방귀소리 비슷한 소리만 들어도 공포에 떠는 개, 쥐와 친구가 되어 살아가는 고양이처럼 독특한 성격이나 행동, 능력을 보이는 동물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행히 최근 들어 많은 학자들이 동물도 인간처럼 사고 능력과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저마다의 능력과 개성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동물행동학 박사 패트리샤 멕코넬은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독특한 성격, 행동, 능력은 “유전인자”와 “환경 및 경험”간의 독특한 배합의 결과물이라 한다. 환경 및 경험은 모두가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개들도 저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 환경 및 경험을 체득하는 시기 중 전 생애에 거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가 있는데, 바로 사회화 시기다. 사회화란, 속해있는 집단 및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그 사회가 허용하는 지식, 행동양식 등을 습득해 나가는 과정을 뜻하는데, 우리 개의 경우는 생후 5-12주가 여기에 해당된다. (물론 사회화란 평생 동안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시기를 의미한다) 이 때 개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경험했느냐(이것이야말로 공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에 따라 저마다 독특한 습성 및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시기 동안 다른 개와는 거의 접촉하지 못한 채 사람과만 어울린 개들은 올바른 정체성 확립에 실패하게 된다. 자신이 개인지 사람인지(혹은 사람을 개라고 생각하던지) 혼란스러워하는 “정신적인 잡종(mental hybrids)”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요즘 공주암, 왕자암에 걸린 개들이 많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 싶다) 또, 처음 언급한 개성파 동물이야기들도 이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이 이 시기를 잘못 보내면 훗날 아무리 노력해도 고쳐지지 않는 “영구적인 정신적 손상”을 입게 되기 때문에 이를 “결정적 시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때에 따라 사람들은 우리 개를 너무 똑똑한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가르쳐주지도 않았으면서 당연히 알 것이라 생각 한다. 물론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저절로 알고 있는 것들도 많지만, 그 중에서는 인간 세상에서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쇼파, 침대, 의자 다리 등에 영역표시하기, 땅파기, 낯선 사람 보면 시끄럽게 짖어대기, 도망가는 것 쫓아가기 등의 행동 말이다. 이런 것들은 주인님을 열 받게 만들고, 더 나아가 이웃집 아저씨와 주인님 간의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내가 야단맞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미리미리 잘 공부를 시켜놔야, 우리 개도 평생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주인님들도 우리들과의 행복한 유대감을 만끽할 수 있으며 이웃집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피해를 주게 된다면 머지않아 개를 키우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 그러면 남에게 줘 버리거나 심하면 몰래 버려야 할 상황이 닥쳐올 지도 모른다. 개를 버리는 이유 중 대다수가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개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서”가 차지함을 잊지 말자.)

이 사회화 시기에 특히 어떤 공부를 해야할까? 국,영,수를 중심으로? ‘oh, no!' 나는 가장 주력해야 할 과목으로 ’행복한 유대감 쌓기‘를 꼽겠다. 사실 엄마와 떨어져 낯선 주인을 만나게 되면 모든 것이 두렵고 낯설기 마련이다. 이 때 주인님이 ‘아! 사람이란 이렇게 다정다감한 존재구나!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곳이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면 그 강아지는 평생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개로 살아갈 수 있다.

낯선 사람, 낯선 개와 친해지고 낯선 환경 및 장소에 익숙해지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것과 단절된 채 사는 개들은 훗날 그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극도의 공포심을 보일 수 있고, 그로 인해 공격성을 보일 수도 있다. 또, 기본 명령어 몇 가지도 반드시 배워야 한다. 예를 들어, 개로서는 앞에 있는 꼬마가 너무 반가워 뛰어간다 할 지라도 그 꼬마로서는 개가 너무 무서워 기절해 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개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다가도 주인님이 “안돼!, 멈춰!, 앉아!, 이리와!” 등의 말을 했을 때엔 무조건 명령에 따를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 외에 배변훈련, 외출 때 목줄 매기 등 인간 세상에서 타인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 할 에티켓에도 미리미리 익숙해지게 해야한다.

하찮다 여겨지고 귀찮게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어려서부터 사회화에 노력하면, 개와 주인 모두가 더욱 더 행복한 유대감을 만끽하며 평생을 보낼 수 있단 사실 잊지 말자. 멍멍!

<멍멍이 소개>
사춘기 시절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똥개라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 다른 개들과 어울려 늦은 밤거리를 쏘다니며 방황하곤 했지만, 새로 만난 주인님의 사랑으로 개과천선해 잘 살고 있다. 그 시절 겪은 산전수전 덕분에 세상만사에 능통한대다 주인님의 사랑 외에는 아무 것도 필요치 않은 낙천적 성격의 소유자이나, 인간과 개 세상에 일어나는 부조리를 볼 때면 한 마디씩 해야 직성이 풀린다.

- mydog&samsung 마음과 마음 2006년 가을호(http://mydog.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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