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31 [칼럼니스트] 2006년 11월 28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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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게임 대화 문장 번역의 흠
박강문
http://columnist.org/parkk


인터넷 체커스 게임을 할 때 쌍방이 스무 개 남짓 되는 문장의 한도 안에서 대화할 수 있다. 정해진 문장만으로 하는 대화는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나, 이 간단한 대화법에서도 얼굴 모르는 적수의 인품이 드러난다. 순간적 실수로 져서 가뜩이나 분한데 상대방이 “우...”하고 골 지르기까지 하면 기분이 아주 나쁘다. 이럴 때 “운이 좋았네요.” 하고 겸양을 보이는 상대방은 점잖게 느껴진다.

그런데, 외국인 상대로 인터넷 체커스 게임을 하면서 원래 영어로 된 대화말들이 우리말로 옮겨질 때 제대로 다듬어졌을까 하는 의문이 이따금 들었다. 내가 질 때 상대방이 “잘하시네요.”하면 빈정대는 것으로 느껴진다.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는 상대방이 “잘하시네요.” 하는 수가 가끔 있어서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영문판 윈도가 깔린 컴퓨터로 게임을 해 보면서 적절하게 번역된 말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 영어로는 이 말이 “Good game.”이었다. “게임 즐거웠습니다.” 쯤으로 쓴 말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말로 “좋습니다.” 하면 경우에 따라 “그래, 어디 해 볼 테면 해 보시오.” 하는 말과 비슷한 울림이 있어 매우 도발적으로 들리기 쉽기 때문에, 영어의 "Nice try."를 충실하게 번역했다고 볼 수 없다. “좋은 생각입니다.”쯤으로 하면 그런 울림을 비킬 수 있겠다.

그리고, “안녕히 가세요.”는 “Goodbye.”를 옮긴 것이긴 하지만, 게임하다 보면 “이제 그만 떠나 주시오.”와 같은 느낌이 되기 쉽다. “다음에 또 뵙기를...” 로 하면 한결 부드럽고 정중하지 않은가.

외국산 소프트웨어를 들여오면서 번역을 매끄럽게 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윈도의 일부로 끼워져 흔히 접할 수 있는 인터넷 체커스도 그런 예다. 한 언어가 다른 언어로 옮겨질 때 의도하지 않게 울림이 변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6.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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