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14 [칼럼니스트] 2006년 8월 28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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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 살아가기
김소희 (동물 칼럼니스트, animalpark@korea.com,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www.animalpark.pe.kr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은? 당연히 우리 인간이다. 그렇다면, 인간 다음으로 성공한 종(種)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개다. 미국의 세계 미래학회도 ‘미래 10대 전망’의 하나로 “2035년부터 세계 인구의 증가세가 멈추는 대신 반려동물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개체수의 많고 적음은 제쳐두고라도, 오늘날 개들은 인간과 한 집에 살면서 전용사료를 먹고 전용미용실과 병원에서 전문적인 관리를 받으며 생활하는 유일무이한 동물임이 틀림없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개는 인간에게 길들여진 최초의 동물로, 약 1만 2천년에서 1만 4천년 사이 음식찌꺼기를 찾아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야생 늑대의 일부가 길들여지면서 탄생되었다. 자신의 자손 뻘인 개에게 쫓기는 신세로 전락한 채 멸종 위기에 처한 비운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 늑대에 비해, 개는 오늘날 ‘반려동물(companion animal)’로 칭송을 받으며 최고의 지위를 누리는 동물로 등극했다.

반려동물이란 무엇일까? 기존의 애완동물(pet animal)이란 말에는 ‘내가 필요할 때만 사랑해 주는 장난감 같은 존재’란 의미가 담겨 있지만 반려동물은 ‘평생을 함께 동고동락하는 가족같은 존재’로서의 의미이다. 한편 개의 학명, Canis lupus familiar를 살펴봐도 그렇다. 늑대의 학명인 Canis lupus에 가족을 의미하는 familiar가 붙여진 것으로 가족이 된 늑대를 의미함을 알 수 있다. 이 두 가지 용어만 봐도 개가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로 자리 잡았는지 짐작가능하다.

타고난 능력으로 사람을 돕는다

개가 인간에게 가족으로 대접받으며 이토록 사랑받는 첫 번째 이유는 그들이 주인을 향해 무조건적인 사랑 및 애정, 충성심 등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날 반려 동물로서의 개는 마음만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타고난 능력을 십분 발휘, 군견, 폭발물 탐지견, 맹인안내견, 인명구조견, 등의 전문분야로 진출해 인간을 대신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고, 평생 주인의 눈이 되어주며, 각종 재난재해로부터 인간의 생명을 구해 내기까지 한다. 어찌 사랑받지 않을 수 있을까? 심지어 최근에는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거나 심지어 병을 진단, 경고 해주는 개들까지 탄생했다.

언젠가 해외 인기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간질을 앓고 있는 20대 청년과 ‘오레오’라는 이름의 작은 개의 이야기가 소개된 적 있다. 간질 환자들은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발작을 일으키기 때문에 24시간 생명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이 청년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사람 많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또래 친구들과 웃고 즐기며 노는 등 일상적인 생활조차도 포기한 채 우울한 나날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간질 발작 경보견으로 훈련받은 오레오를 만나면서부터 그의 삶은 달라졌다. 작은 개 한 마리로 인해 어떻게 그는 새 삶을 살게 된 것일까?  

햇살 따스한 어느 날, 청년이 친구들과 농구 게임을 시작하자 오레오는 그 주변을 맴돌며 청년을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기 오레오가 청년을 향해 짖으며 다리에 얼굴을 비벼댔다. 몇 분 이내에 발작이 시작될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러자 청년은 게임을 멈추더니 인적없는 건물 뒤쪽으로 향했고 개도 그를 따랐다. 위험한 물건이나 차량 통행이 없는 안전한 장소를 발견한 청년은 오레오를 한 팔로 감싼 채 잔디에 앉아 발작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곧 그가 발작을 일으키자 오레오는 그의 옆을 지키며 상황이 끝나길 침착하게 기다렸다.

잠시 후, 정신이 되돌아 온 청년은 한참 동안이나 오레오를 꼭 껴안고 있었다. 오레오도 꼬리를 치며 그의 포옹에 답했다. 수없이, 그것도 불시에 찾아오는 생과 사의 갈림길. 얼마나 외롭고 공포스러운 순간일까?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그 청년의 곁을 지키며 자유를 준 것은 부모도, 의사도 그 어떤 용맹한 자도 아닌 작은 개 한 마리였다. (우리나라에만 약 30만 명의 간질 환자가 있고, 연간 약 3만 명의 환자가 추가로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다.)

그가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우선 개의 뛰어난 후각 능력 때문이다. 인간의 후각 수용체는 약 500만개인데 반해 개의 후각 수용체는 약 2억 2천 만개로 인간보다 44배가 많아, 인간에 비해 최소 100배 이상 후각이 뛰어나다. 덕분에 간질 환자들이 졸도 혹은 발작을 일으키기 직전 일으키는 체내 호르몬의 변화를 탐지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냄새를 잘 맡는다고 해서 이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주인을 향한 애정과 충성심이 없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치료도우미의 역할까지 해내는 반려동물들

개는 최근 국내에도 소개되고 있는 동물매개치료법(Animal Assisted Therapy : AAT)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낸다. 단어 그대로 동물을 매개로 정신적, 신체적으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해외에선 이미 70년대부터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분야이다.

그 중 심리치료견은 정신적, 신체적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정신 치료에 도움을 준다. 자폐 아동, 우울증 환자, 학교 폭력으로 대인기피증을 보이는 청소년, 범죄자, 치매 환자, 외로운 독거노인들이 개와 어울리는 과정 속에서 마음의 정화 및 정서적 안정을 얻고 사회성을 회복한다. 특히 감정적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로 하여금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마음으로 통하는 그 무엇. 이 또한 사람과 동물 간에 오가는 유대감 또는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셰익스피어도 마음을 기쁘게 해 주면 백해(百害)를 막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일까? 학자들은 동물을 가까이하게 되면 불안감이나 짜증스러움 대신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심리치료에 큰 효과가 있는 것이라 한다. 아예 미국의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반려동물을 양육하라.”는 처방전을 내리기도 한다. 개 뿐만 아니라 말, 고양이, 앵무새, 돌고래 등의 동물들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다.

정신적, 심리적 효능뿐만 아니다. 심장 질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가까이 접했을 경우 환자의 상태가 현저히 호전되었다는 결과가 보고 되었는데, 환자의 몸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의 양이 최고치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또, 자발적으로 동물에게 손을 뻗고 함께 어울려 노는 중에 일어나는 근육 운동들은 딱딱하고 힘겨운 물리 치료를 대체해 주기도 한다.

소유물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존재

개들이 인간에게 보이는 믿음과 사랑 그리고 인간에게 베푸는 그들만의 능력.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버려지는 개가 넘쳐나고 있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뉴스 거리도 못 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동물 학대 관련 기사들도 우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단지 귀여운 생김새에 반해서, 남들도 다 키우니까 나도 한 번, 혼자 살기 외로워서, 애인의 기분을 풀어줄 깜짝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서 등 충동적인 이유로 개를 산다. 개의 발달 과정 이해하기, 건강 관리법, 가르쳐야 할 기본 예의범절(개가 주인 이외의 다른 사람들, 다른 개들과도 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등 양육에 반드시 필요한 참고 서적 한 권은 살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 수 십 만원하는 개집, 개옷, 각종 간식만 사면 개를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반려동물이란 단어 자체가 말해주듯 평생 함께 살 가족을 맞이하는 일을 충동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서는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개를 키우는 자기 자신도 편하고, 개들도 행복하며, 이웃에도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양육자들 스스로가 많이 공부하고 많이 노력해야만 한다. 개도 우리처럼 따스한 생명을 지닌 존재이며, 이미 많은 학자들이 발표해 온 연구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기초적인 사고력은 물론 기뻐하고 슬퍼할 줄 아는 복잡한 감정을 지닌 존재이기에 더더욱 그래야 한다.

이미 오래 전 칸트는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를 하나의 생명체로서 존중하고 여생을 다할 때까지 책임감 있게 보살피며 키우겠다는 각오없이는 처음부터 개를 입양해선 안 된다. 이것이 반려동물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첫걸음이 아닐까?

[KT&G 사보 200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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