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13호 [칼럼니스트] 2006년 8월 2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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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수해 복구 지원의 반역성


홍순훈 (아하출판사 대표,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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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2006년) 7월 중순의 집중 호우는 한반도 중부 지역(경기, 강원, 충청도)을 강타한 것이다. 북한에서 가장 큰 수해가 났다는 평남 신양, 양덕군의 7월14-16일 강우량이 495mm였다. 이즈음 서울에 내린 1046mm 그리고 경기도 고양시에 시간당 70mm 쏟아진 폭우에 비하면, 3일 동안에 495mm란 강우량은 큰 비 축에도 못 끼는 그저그런 여름 비였다.

그런데도 일부 친북단체들이 북한에 집중 호우가 쏟아져 사망, 실종자가 1만명, 3만명 또는 5만4700명 발생했다, 수재민이 130만명-150만명 또는 250만명 발생했다는 둥 나발을 불었다.
8월19일 열린 남북 적십자사 실무 접촉에서 북측은 8월12일 기준으로 그동안 발생한 사망 및 행방불명자를 150여명이라 밝혔다. 인명 손실조차 수백배로 부풀리니 친북단체들의 무슨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이번 북한 수해가 별 것 아니란 것 즉 외부 지원까지는 필요 없다는 것을 말해 주는 두 가지의 근거가 있다.
하나는 중국과 러시아가 아무 지원도 안 했다는 것이다. 북한, 중국, 러시아 3국은 '형제의 나라'다. 한 나라가 재난을 당하면 다른 나라는 반드시 돕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두 나라가 아무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것은 그 정도의 수해는 상시적(常時的)으로, 매년 되풀이되는 것 돕고 말고 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또 하나는, 지난 7월 11-14일 남북장관급회담 때 북측이 50만톤 쌀 지원을 요청한 후, 더 이상은 8월 하순인 현재까지 북한 당국이 어떤 지원도 남측에 요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명 단위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백만명 단위의 수재민이 났다면 아무리 독한 김정일정권이라도 이제껏 계속 받아 먹던 것, 더구나 퍼주지 못해 안달인 남쪽 정권에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수해 복구 지원의 경과를 쓰면;
7월26일 대한적십자사가 국제적십자연맹 동아시아대표부를 통해 수해 복구 지원을 제안했으나 북측은 이를 거절했다.
7월27일 노정권은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가 북한에 보낼 긴급 구호성 식량 지원을 공식 요청하면 식량 지원을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런데도 북한은 이를 묵살함으로써 식량 지원을 거부했다.
이에 오히려 다급해진 통일부는 8월3일 친북단체를 소집하여 위와 같은 만명대의 사망설을 흘리며 대북 수해 지원 분위기를 남한 내에 조성했다.
8월5일에는 중국 단둥에 있는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대표부란 정체 불명의 조직 대표가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남쪽의 수해 지원을 받겠다'고 발언한 것을 한국 언론이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8월9일에는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가 남측위원회에 팩스를 보내 '라면보다는 쌀을, 그리고 세멘트, 화물자동차 등 건설자재와 장비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8월11일 노정권은 고위 당정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민간단체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의 수해 복구를 지원키로 합의했다. 이로써 미사일 발사 후 북한 지원 유보를 선언한 지 한달도 안 돼 노정권은 스스로 그 선언을 깼다.
8월19일 금강산호텔에서 남북적십자사 실무 접촉이 열리고, 여기서 '남측의 지원 결정을 존중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음날인 8월20일 노정권은 국내산 쌀 10만톤, 시멘트 10만톤, 철근 5천톤, 덤프 트럭 100대, 굴착기 50대, 페이로더 60대, 모포 8만장, 적십자 응급구호 세트 1만개 등 2500억원어치의 대북 지원을 8월 말부터 시행키로 결정했다.

위 과정에 등장하는 북측 관계 조직이 북한적십자사, 세계식량계획, 민족경제협력위원회, 6.15공동선언실천북측위원회다. 이들은 모두 북한의 정부 기구 즉 김정일정권의 정규 조직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지원은 북한 '내각'을 통해서 이뤄졌었다. 그런데 2억5천만달러란 대규모 혈세가 투입되는 이번 지원은 민간 조직인 대한적십자사가 북한적십자사에게 물품을 보내는 형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김정일정권이 자존심까지 훼손당하며 수해 복구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또 하나는 지원을 받는 조직을 민간 기구로 격을 낮춤으로써 한국 정부와 한국민을 능멸하자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실제로 대규모 지원을 받고도 김정일정권 자체는 털끝만큼의 부담도 갖지 않겠다는 것이다.

외신에 의하면, 지금 북한은 핵실험을 준비 중이라 한다. 한국군은 지진 관측소에 병사들을 파견하여 핵실험에 의한 진동을 탐지하고 있다. 도대체 2500억원이나 바치면서 김정일에게 핵실험 불가란 말 한마디 못함은 물론 핵실험에 대한 귀띔조차 받지 못하고 땅에 귀나 대고 엿듣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게 모두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쥐새끼 모양 편법으로 퍼주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달라는 말이 없으면 안 주면 될 것 아닌가?

편법의 문제점은 이뿐이 아니다. 지원한 쌀 10만톤이 과연 몇 톤이나 수재민에게 전달되는가다. 여기에 대해서는 참고할 말이 있다. 지난 7월 중순 남북장관급회담 때 북측 단장이 '남측이 쌀을 주지 않으면 군량미를 풀어 인민을 먹여 살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는 쌀도 아닌 옥수수가루, 밀기울 두 달치를 군량미로 비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군(先軍) 정치'란 110만명쯤 되는 인민군이 북한의 모든 부문에서 최우선이며 먹이사슬의 꼭대기란 뜻이다. 북한의 동서쪽 항구인 남포, 송림, 원산, 흥남 부두에 쌀 10만톤이 내려지는 순간 대부분의 쌀이 인민군 식량 창고로 직행한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거기서 쌀 대신 밀려난 옥수수가루나 밀기울이 수해 지역으로 보내진다. 이 군량미도 수재민에게 전량 도착하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기 위해 도로 곳곳에 설치해 놓은 검문소에서 경비대, 공안, 보안요원들에게 계속적으로 뭉텅뭉텅 뺏기게 된다. 결국 산골 벽촌에 거주하는 수재민이 받는 것은 인수증 종이와 먼지뿐 먹을 것은 없다.

이번 수해 지원이 이런 행태가 될 것임을 확실히 말해주는 것이 쌀 이외에 시멘트 10만톤, 철근 5천톤, 덤프 트럭 100대, 굴착기 50대, 페이로더 60대를 함께 보낸다는 것이다. 덤프 트럭, 굴착기, 페이로더 등 중장비가 물로도 움직이는가? 현재 북한의 절박한 기름 사정을 미뤄보면, 이들 중장비가 수해 현장에서 작업한다는 것은 기적이다. 현장까지 운송될지조차 의문이다.

이 중장비들은 100% 군사용으로 전용된다. 현재 북한은 전국토를 요새화하여 터널이 600km에 달하고 지하벙커가 8천여개소라고 한다. 이 곳도 어딘가는 수해를 입었을 텐데 중장비를 동원하여 피해 복구를 하려면 이 곳부터 하지, 일반 인민들을 위해 주택이나 시설물을 먼저 짓겠는가? 세멘트와 철근의 쓰임새도 마찬가지다.

지금 북한에는 전시 동원령이 내려져 있다. 언제 또 수재가 날지 모르는 곳을복구한다는 것은 비효율이다. 죽은 수재민은 죽은 거고, 산 수재민은 몽땅 쓸어다 고산지대 텅빈 탄광촌 따위에 풀어 놓으면 되는 것이 공산국가의 인적자원 운용 요령이다.

결국 수해 지원에 수재민은 없고 핵폭탄을 휘두르는 광기어린 김정일 배만 불려준다. 영악한 노정권이 이런 메커니즘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한국 수재민의 원한을 사고 대다수 한국인들의 반대도 무릅쓰면서 2500억원을 김정일에게 바치는 의도는 뭘까?

단순한 얘기다. 보호비를 내니 힘센 성님이 자기를 보호해 달라는 거다. 보호의 방법은 여러 가질 테지만, 우리는 헌법 77조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주의해 봐야 한다. 요즘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는 '작통권'도 여기에 맥이 이어져 있다. 어쨌든 김정일에 대한 보호 요청이 대한민국에 대한 반역임은 분명하다.

-200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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