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12 [칼럼니스트] 2006년 8월 25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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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의 한 마디 - 동물학대 너무해
김소희 (동물 칼럼니스트, animalpark@korea.com,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www.animalpark.pe.kr


나는 진짜 엄마, 아빠가 누구인지,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조금 큰 뒤로 사람들이 날만 보면 ‘똥개’라고 부르던 것은 기억한다. ‘똥개’가 내 이름인 줄로만 알고 그 말만 들으면 나도 모르게 엉덩이를 흔들어대곤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철없던 시절이었지 싶다. 사춘기에 이르러서야 그 뜻을 알게 되었는데, 그 충격으로 또래 개들과 밤늦게 어울려 쏘다니며 방황도 많이 했고 하마터면 영원히 비행견으로 남을 뻔하기도 했지만, 새롭게 만난 주인님의 사랑으로 개과천선해 이렇게 훌륭한 개로 살고 있다. 뭐, 사연 하나쯤 없는 개가 어디 있을까 만은, 산전수전 다 겪으며 젊은 시절을 보낸 탓에(언젠가 자세한 이야기를 할 때가 오겠지만) 웬만한 일에는 허허실실 웃을 수 있는 낙천적 성격의 소유자가 되었다.

나는 교외의 한적한 곳에서 산다. 주로 마당에서 지내는데, 순찰을 핑계로 동네를 쏘다니며 이집 저집 들여다보고 참견하는 것이 내 취미이자 특기다. 덕분에 웬만한 집안 사정은 다 꿰차고 있고, 소식통이 넓은지라 세상만사에도 능통하다. 그래서 다른 개들은 날더러 ‘미스터 도그멍’이라고 부르곤 한다. 에헴. 아주 맘에 드는 이름이다.

그나저나 요 며칠 나는 심기가 아주 불편하다. 갈수록 심해지는 동물학대 관련 소식들 때문이다. 나 역시 주인 없는 똥개로 태어난 탓에 서러움도 많이 받았고,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기며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다. 지금이야 잽싸게 도망치면 그만이지만,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바닥에 떨어졌던 그 시절에는 돌을 던져대는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그 때와는 비교조차 안 될 만큼 끔찍하다. 개를 사 놓고 돌보지 않아 굶어 죽거나 얼어 죽게 하는가하면, 의무경찰이 개를 때리다 목 졸라 죽이거나, 아기고양이한테 기름을 붓고 불을 붙여 태워 죽이는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기도 했다. 살아있는 고양이 몸에 못을 박거나, 개의 입을 철사로 묶은 채 버리거나, 단지 심심풀이로 개와 토끼를 밟아 죽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렇게 동물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죽인 사람들에게 별다른 처벌이 가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주아주 오래전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는 천재가 ‘동물 살해를 지금의 살인과 똑같이 여길 날이 올 것이다." 라고 말했다 하는데, 그런 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동물들도 소중한 생명체라는 사실만 알아도, 어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가 있을까? 내가 개이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구는 것은 아닐까 싶어 입을 다물려고도 해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동물 학대는 인간을 향한 범죄와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 호주 시드니 가정폭력 연구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폭력가정의 50% 이상이 집에서 기르는 동물에게도 폭력을 가한 반면, 비폭력 가정의 동물 학대 수준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한다. 흔히들 배우자나 자녀에게 화가 난 나머지, 애견을 잠깐 동안 화풀이 대상으로 삼은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대개의 경우 점차 그 대상이 사람으로 확대된다고 한다. 또, 10대 청소년들의 폭력 성향 및 성인기의 폭력 성향도 그들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가늠해볼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10대 때 동물을 학대하는 행동은 인간 학대의 조짐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고까지도 이야기 한다.

또, 나처럼 일반 범죄 및 연쇄살인 등을 다룬 영화 혹은 소설을 좋아하는 자라면, ‘흉악범들은 어린시절 대부분 동물을 학대했던 경험이 있다’쯤이야 닳고 닳은 이야기 또 나온다 싶을 만큼 자주 등장하는 아이템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FBI는 연쇄살인범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동물을 학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발표한 적 있다. 또, 많은 범죄자들이 최후 진술에서 범죄를 저지르기 전 개 혹은 동물을 대상으로 사전 연습했다고 밝히곤 한다.

범죄 심리학자들은 동물학대를 가정 폭력은 물론 일반 범죄의 전초전이자 연계선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듯 동물학대를 엄격히 다루어야하는 것은 동물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미 오래 전, 임마누엘 칸트는 ‘동물에게 잔혹한 사람은 또한 사람에게도 잔혹하다. 우리는 동물을 대하는 방식을 보고 그 사람의 마음을 판단할 수 있다.’고 했고,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성과 그 도덕성은 동물들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 실정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동물을 물건으로 간주해 동물 학대자에게 형법상 재물손괴죄를 적용하는데, 대부분은 가벼운 처벌로 끝난다고 한다. 동물보호법이 있기는 하지만, '합리적 이유 없이 동물을 죽이거나 학대하는 사람에게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의미도 애매하고 처벌 수준도 미약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빠르면 2007년부터 시행될 동물보호법 개정안에서는 개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학대하다 적발되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고 처벌수준을 높였다는 것이다. 가끔은 세상 부러울 것 없어보이는 사람들도 참 가엾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 개도, 똑같이 기쁘고, 아프고, 슬프고, 무섭고, 즐거운 감정을 느끼는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당연한 사실조차 모르고 사니 말이다. 왈왈.

- [mydog&samsung 마음과 마음 2006년 여름호   http://mydog.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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