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08 [칼럼니스트] 2006년 8월 4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딴글보기 | 거시기머시기 | 의견함 | 배달신청 | columnist.org(홈)

대북 쌀 지원은 인도주의가 아니다


홍순훈 (아하출판사 대표,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sh


지난(2006년) 7월 중순 19차 장관급회담 때 북한은, '인도주의적 지원 사업에 조건을 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6자회담이니 뭐니 토 붙이지 말고 쌀이나 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7월19일 북한적십자사 위원장이 대한적십자사 총재에게 보낸 이산가족 상봉 중단 통보 편지에, 남측은 '인도주의적 사업으로 진행해 오던 쌀과 비료 제공까지 일방적으로 거부했다'며, '반인도주의적이며 반민족적'이라 썼다.
북한 통일신보는 7월22일자에 '식량 문제는 초보적인 인도주의 사업으로 그 중지를 선포함으로써 남측은 스스로 인도주의 사업을 버렸다'고 썼다.

핵폭탄 제조, 미사일 발사 따위의 호전적 행위를 거침 없이 하는 북한이 인도주의를 운운하다니....이게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한국의 대북 쌀 지원은 인도주의는커녕 일종의 범죄 행위다. 그 뚜렷한 예가 작년(2005년) 10월1일 '쌀 공급을 배급제로 환원하고, 장마당에서의 쌀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는 북한 조치다.
이 조치는 배급제란 명분으로 인민들에게 쌀을 독점 공급함으로써 지배자 김정일에 대한 존경심과 복종심을 키우고 그에 따라 권력을 공고히 한 것이다. 동물을 먹이로 길들이듯, 쌀로 인민을 통제했다. 여기에 한국이 제공한 쌀 50만톤이 주요 통제 수단으로 이용됐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독재를 영구화시키고 수많은 북한인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동참한 셈이다.

위의 10.1.조치를 경제면에서 보면, 이 조치는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경제 규모 이상으로 발행, 유통되던 화폐를 회수하자는 것이었다.
7.1조치로 일반 노동자가 받던 월 임금 100-150원이 2000원 이상으로 대폭 올랐다. 올랐지만 연간 인플레율이 200 % 이상 되니, 3년 사이 물가도 10배-20배 뛰었다. 결국 그게 그거였고 돈만 대량으로 나돌아 휴지쪽이 됐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쌀을 풀고 돈을 회수한 것이다.

10.1.조치의 '쌀을 배급제로 환원한다'는 것은 'kg당 40-45원' 하던 쌀값을 'kg당 400원'으로 10배 정도 올려 받고 식량 배급소에서 쌀을 나눠 준다는 뜻이다. 배급제라 하여 쌀을 거저 주는 것이 아니다.

남한에서 보낸 50만톤을 배급준다고 할 때,
500,000톤은 500,000,000kg x 400원 = 북한 돈 2000억원이 된다.

북한의 2005년도 1년 예산이 3900억원이었다. 쌀값만으로도 북한 예산의 절반 이상을 한국이 부담한 셈이다. 2005년 북한 국방비는 620억원이었다. 쌀값만으로도 이 국방비의 3배를 한국이 대준 셈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북한에 준 돈이 군비로 전용된 증거가 없다'고 씨부렁거리는 장관이 있으니, 노정권이 김정일2중대란 소리를 안 들을 수 없다.
모든 사정을 감안해 볼 때, 군비로 '원 없이 쓰고' 돈이 남아서 김정일이 외국 은행에 예치했다고 보는 것이 정상적이다.

어쨌든 10.1.조치의 배급제로, 북한산 쌀과 공짜로 얻은 남조선쌀을 전량 팔아 먹어 김정일에게는 좋았으나, 일반 인민들에겐 큰 문제가 발생했다. 장마당에서 kg당 300-400원 하던 쌀값이 1200원으로 폭등한 것이다.

장마당에서 쌀 판매를 제대로 금지시키려면 쌀의 보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야 된다. 그런데 풍년으로 자체 생산한 북한 쌀에다 한국 쌀까지 보태졌으니, 먹고 남겠다 예측되는 쌀은 장마당에서든 어디에서든 거래되기 마련이다. 괜히 쌀의 매매를 불법화시켜 쌀값만 폭등시켰다.

군인, 당 간부, 보위부 기관원 따위의 사회상층부는 장마당 쌀값이 아무리 폭등해도 상관없다. 이들은 장마당 쌀값의 몇 분의 1밖에 안 되는 배급이란 특혜를 받는다. 그리고 하나의 직장에만 근무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군데 겸직한다. 또 대부분의 배우자 역시 좋은 직장에 근무하는 맞벌이기 때문에 한 가정의 수입을 합해 보면 대단한 고소득층이다.

그런데 저소득 노동자인 일반 인민 특히 연금 생활자, 노약자 등은 그게 아니다. 이들은 지난 10여년간과 마찬가지로 배급을 받지 못했고 따라서 식량을 장마당에서 구해야 되는데, 돈은 없고 쌀값은 kg당 1200원으로 폭등했고 덩달아 옥수수, 조 등 다른 곡식과 반찬 등도 값이 폭등했으니 죽을 지경이 된 것이다.

2006년 현재, 먹고 살기가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어렵다는 북한인들의 말을 언론이 보도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작년에 50만톤이란 불필요한 쌀 지원을 한 한국에도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7월27일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수해 피해에 대해) 긴급 구호를 요청하거나, 대한적십자사가 북한에 대한 긴급 지원을 요청하면 대북 식량 지원을 검토해볼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여기 따라 친북단체들이 100년만의 홍수니 1만명이 사망했느니 바람잡으며 수해를 빌미로 쌀을 못 보내 안달이다. 지금 한국도 수해 복구가 보통일이 아니다. 친김좌빨들, 이성을 찾기 바란다.

-2006.08.02

서울칼럼니스트모임 http://columnis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