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05 [칼럼니스트] 2006년 7월 1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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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은 반역이다


홍순훈 (아하출판사 대표,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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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민주 항쟁의 결과, 제9차 헌법 개정을 거쳐 1988년 2월부터 시행되는 것이다. 이 헌법이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노정권 들어 권력자들은 주야장천 개헌 타령이다.

2002년 12월 대선 직후 노무현 당선자는 '2006년부터 개헌 논의를 시작해서 2007년에 들어가기 전까지 논의를 끝내야 한다'고 발언.
2004년 4.15총선 직후에는 열린당 당선자들이 개헌을 주제로 워크숍을 했고, 그 후 몇 개월 지나서는 국회의장이 개헌 추진을 공언.
2005년 2월에는 한나라당도 개헌을 공식 제기. 이후부터 국회를 진앙지로 무슨 개헌 연구팀이니 학회니 비선(秘線) 조직이니 하는 데서 개헌 얘기가 쏟아져 나옴.
2005년 6월부터 노대통령이 '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며 몇 개월 동안 나라를 온통 들쑤셔 놓은 '연정'이니 야당과의 '초당(거국)내각'이니 따위도 그 실체는 여야가 손잡고 개헌하자는 것.
금년(2006년) 들어서도 변함이 없다. 새해 벽두부터 고(高), 이 전총리 등이 개헌 얘기를 꺼냈고, 한(韓) 현총리도 지난 5월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 그리고 6월 말경 취임한 임 신임국회의장의 첫소리가 '국회가 개헌을 논의 않으면 직무유기'라.

헌법에 '근거'하여 당선되거나 임명된 사람들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헌법을 바꾸겠다고 설치니 직무유긴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배신도 큰 배신임은 틀림 없다. 어쨌든 이들이 개헌하겠다는 명분이랄까 주요 내용은 다음 몇 가지다. 여기에 대한 헌법학자들의 반론도 있고 필자의 의견도 있으니, 같이 붙여 써 본다.

첫째 가장 자주 등장하는 개헌 이유가, 5년마다 치르는 대통령 선거와 4년마다 치르는 국회의원 선거가 계속 엇갈려 나간다. 따라서 국론 분열, 국력 낭비 등 비효율이 계속 발생한다. 마침 2008년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같이 시작되는 해니, 이 기회에 대통령 4년 중임제로 헌법을 바꿔 국회의원 선거와 주기를 같게 만들자는 것이다.

[반론] 대통령 4년 중임제는 대권 주자들이 판돈을 키우자는 발상. 선거에서 항상 집권당의 프리미엄은 강력하다. 임기 연장으로 말미암아 권력의 독점화, 독재화가 진행된다. 그 뚜렷한 예가 이승만 시절 사사오입 개헌, 박정희의 유신헌법이다. 처음에는 중임, 다음에는 3선(三選) 금지 규정 철폐, 마지막에는 영구 집권의 길로 치달리는 것이 상투적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친북 좌경화된 사회 흐름 속에선, 국가의 진로가 근본적으로 바뀔 위험성도 있다. 구체적으로, 열린당, 민노당, 시민단체 등이 주도하고, 한나라당 좌파 국회의원들이 가세하여, 통일 조항이나 경제 조항 등을 건드려 자유주의적 요소를 대폭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같은 해, 예를 들면 하나는 3월 하나는 11월에 치른다 하여 왜 국론 분열이나 국력 낭비가 감소하는가다. 같은 해, 같은 날 두 선거를 함께 치러도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별개다. 선거 날짜에 관계 없이 각자 쓸 돈은 따로따로 다 쓰고, 국론 분열은 선거를 따로 하나 몰아 하나 그게 그거 아닌가?

둘째, 누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해도 임기 초기의 1-2년 동안은 국정을 배우는 데 소모할 뿐이다. 따라서 5년 단임제는 장기적 안목으로 볼 때 국정 설계에 지장이 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업의 추진과 중단이 반복된다. 이런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 4년 중임제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반론] 위의 국정과 사업은 올바르고 적합한 것을 의미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관료들이 책상머리에서 긁적거린 것이 아니다. 노정권이 지난 3년 동안 벌인 정부 조직과 인사의 난맥, 행정도시와 각종 도시 건설, 연금, 보험 사업, 부동산 정책, 대북 퍼주기 등은 다음 정권이 어떻게 뒷감당을 할지 걱정될 정도로 난장판이 돼 있다. 잘못된 사업의 수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왜 8년씩이나 계속 추진해야 되는가? 지금 같아서는 대통령 임기 3년도 길다.

세째, 현행 헌법은 시대에 뒤졌다. 장기 집권에 대한 우려는 사라진 반면,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 운영 결과에 대해 국민의 직접 심판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론] 장기 집권에 대한 우려가 사라진 것은 노정권과 그를 추종하는 좌파 성향의 사람들 뿐이다. 개념에 무딘 한국인들이 건성건성 넘겨서 그렇지, 김정권의 '제2건국', 노정권의 '양심건국'은 영구 집권을 표방한 것이다. 행정도시 건설이니 과거사 청산, 언론, 교육 개혁, 대북 퍼주기, 대일(對日) 충돌 따위를 따로 떼놓고 보면 생뚱맞고 무의미한 것 같으나 그 사항들을 죽 연결해 보면 노정권의 이른바 '100년 장기 집권의 포석'들임을 깨닫게 된다.

대통령에 대해선 탄핵도 소용 없다는 경험을 국민들이 했다. 결국 어떤 제재도 불가능하니, 현행 헌법과 같이 대통령은 임기 5년을 채우고는 자동적으로 퇴임하게 해야 한다. 그에 대한 심판은 후계자가 싫어도 받게 마련이다.

네째, 출신 지역을 달리하는 부통령을 뽑아 지역 감정을 해소하고 동서 화합을 이루기 위해 정, 부통령제를 도입한다.

[반론] 제1공화국 시대의 정, 부통령제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지역적인 지지 기반을 달리하는 대통령과 부통령이 지역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서로 대립되는 상황이 연출되면 국정 파탄은 물론이고 지역간 대립과 갈등은 오히려 '제도적으로 굳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다섯째, 1특별시 60개 광역시로 전국의 행정체계를 바꾸고, 국회의원 중대 선거구제를 채택한다, 독일은 지역구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1 : 1인데, 우리는 지역구 243석에 비례대표가 56석밖에 안 되니, 비례대표를 적어도 100석까지는 늘려야 된다, 그리고 상하 양원제를 도입한다.

[반론] 이 내용은 국회의원 밥그릇 수를 늘리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헌법 41조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를, '300인 이상'이든 '400인 이상'이든 더 많은 숫자로 바꿔야만 된다. 현재 국회의원 수가 299명이다. 이 숫자를 더 늘리기 위해 개헌한다면 자동차 몰고 국회로 돌진하는 사람 수도 많이 늘어날 것이다.

위에 쓴 내용들은 모두,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확대시키려는 것이 아니고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것들이다. 물론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땐 국민의 기본권을 화끈하게 신장시켜 준다, 경제 관련 조항도 서민들 떼부자 만들어 준다, 특히 '통일 시대에 대비한다' 따위의 사탕발림을 많이 첨가, 도색할 것이다.
어쨌든 이들 개헌 이유 모두를 몰아때려 정권 재창출(영구 집권)을 위한 정략적 발상이라고 여러 헌법학자들이 평하고 있다.

요즘을 대비했던 것인지, 80년대에 이미 개헌을 상당히 어렵게 헌법에 정해놨다. 첫관문은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인 국회의원 200인 이상의 찬성을 얻는 것이다. 다음은 그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보통 선거의 표 50% 획득 정도일 것이다.

여기서 금년에 치러진 5.31지방선거의 결과가 중요한 좌표가 된다. 열린당이 획득한 득표율이 21.6%다. 국회에서는 헌법 개정안을 어떻게 밀어붙여 통과시킨다 해도, 국민투표에서 통과가 불가능한 수치다. 민노당 득표율까지 합친다 해도 33%로, 역시 개헌이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혹자는 말할지 모른다, 자치단체장 선거와 개헌 국민투표가 같을 수 있는가고. 그것도 정도와 경우 문제다. 노정권과 열린당 후보를 '전멸'시킨 유권자들이 장기 집권하겠다는 그들에게 표를 몰아 줄 턱이 있는가?

5.31지방선거의 결과는 현 집권자들은 더 이상 일을 벌이지 말고 조용히 보따리나 싸라는 뜻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후보의 공약으로 '150대 핵심 과제'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임기 내에/ 국민의 뜻을 모아/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노정권은 '국민의 뜻을 모우는' 데 실패했다. 따라서 개헌을 추진하면 안 된다.

개헌을 해도 다음 정권에서 '국민의 뜻을 모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노정권과 그 붙이들이 더 이상 임기 중에 개헌을 추진하면 그게 바로 '국헌(國憲) 문란'으로, 반역죄에 해당할 것이다.

-2006.07.17 제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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