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03 [칼럼니스트] 2006년 7월 1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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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성공적'이라 말하는 이유


홍순훈 (아하출판사 대표,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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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공개된 사건이었다. 5월 중순부터 미국과 일본은 인공위성, 이지스함 기타 감시 수단을 동원해 미사일 발사 진행을 낱낱이 파악하고 주요 사항은 언론에 제공, 보도케 했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7월4일 국제상선 공용주파수를 통해 '7월5일 새벽 0시부터 11일까지 일본 니가타현 북서쪽 800km 지점 일대에 선박 항해를 피해달라'는 경고 방송을 했었다. 미사일 발사를 국제적으로 공개한 셈이다.

한국 정보당국은 '발사 임박'을 7월3일 저녁에 확인했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내용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구체적 판단'을 내린 것이 7월4일 오전이었다. 이 때 이 판단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한다.

7월5일 새벽은 많은 한국인들이 4시에 시작되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월드컵 준결승전을 보기 위해 잠이 깨어 있던 때다. 이 새벽 3시32분부터 미사일 발사가 시작되어 4시까지 6발(?)을 쐈다.
오전 5시12분에 이 발사 소식을 노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오전 6시40분쯤 해양조사선 '해양 2000호'와 해양경찰청 경비함 1척을 독도 해역에 진입시켰다.

7월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성공적인 미싸일 발사'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의 모든 언론은 '대포동2호 발사 실패'를 톱뉴스로 뽑는데, 북한은 왜 이례적으로 뜸도 들이지 않고 발사 다음날 성공적이라 자평(自評)했을까?

이 평은, 그들 미사일 발사 목적이 100% 달성됐다는 뜻이다. 이번 발사는 실제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특히 대포동2호미사일은 생산도 되지 않은 시험용이다. 꼭 성공시킬 필요도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미사일이다. 42초인지 7분인지 날아가다 대기권에 진입도 못하고 추락한 것은 미국을 안심시켜 북한으로서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 평할 수 있다.

북한이 약 600기 보유했다고 알려진 스커드미사일(사거리 약 500km)이나, 약 200기 보유했다는 노동1호미사일(사거리 약 1300km)은 시험 발사고 뭐고 할 필요가 없는 실전용이다. 이번 이들 발사는 일본과 한국의 반응을 떠보기 위함이 거의 유일한 목적일 것이다.

발사함으로 일본이 방방 뛸 것은 삼척동자도 예측할 수 있는 일인데, 실제로 그런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한국의 반응이 북한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좋았다. 그래서 미사일 발사가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첫째 이유가,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측과 노정권이 항상 부르짖던 이른바 '민족 공조'를 정치, 군사적으로 확실하게 실현한 것이다. 민족 공조를 하면 '우리민족끼리'는 적이 될 수 없다. 외세(外勢)가 적이 된다.

6월22일 노대통령은 해양경찰관들을 청와대로 불러 '우리는 일본이 도발하지 못할 정도의 국방력을 갖고 있다', '독도 문제는... 조용한 외교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어 정면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세계의 촉각이 동해에 쏠린 민감한 시기에 행한 국군 통수권자의 이런 말들은, 일종의 선전 포고며 한국의 주적은 일본이란 뜻으로, 주변 국가들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미사일을 동해에 발사하자 뒤따라, 노정권은 해양조사선과 경비함 각 1척씩을 독도 해역에 진입시켰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국의 안위에 위협을 준다 즉 북한이 한국의 적이란 인식을 가졌다면, 기왕에 진행하던 조사라도 즉시 중지시키고 경비함을 본연의 임무에 복귀시키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 이 상식을 뒤엎고 무력 충돌의 위험이 있는 분쟁 해역에 경비함을 투입한 노정권의 행위는, 누가 판단하든 북한과 한국은 '대일 군사 공동 전선'을 편 것이며, 그들이 말하는 '민족 공조'를 확실하게 실현한 것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성공적이라 보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 언론 역시 민족 공조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북한의 호전성을 규탄하는 것이 아니고 사건의 초점을 흐려 그들을 비호한 것이다.
TV 3사의 월드컵 중계가 그렇다.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유일무이한 사건은 축구였지, 북한 미사일은 국민들이 '그까이꺼' 할 정도로 축소, 등한시했다. 그리고 지엽적인 '대포동2호 실패' 따위를 중점 보도함으로써, 미사일 발사가 미국을 치기 위한 것이고 한국과는 관계 없다는 투로 뉴스를 왜곡, 편집했다.
특히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의 보도는 광란적이었다. '미사일 발사, 멋지다', '통일되면 탄도미사일, 핵탄두는 우리것', '미국, 일본, 핵폭탄으로 확 쓸어버리자' 따위의 초, 중딩급 댓글을 앞 순위로 올려 북한을 고무시켰다.

위와 같이 북한 미사일 발사가 성공임을 결정적으로 증명해 준 것이 7월11일부터 열리기로 했던 19차 남북장관급회담을 노정권이 예정대로 개최키로 한 것이다. 그동안 미사일을 발사하면 어쩌니 저쩌니 남측에서 말로만 떠들었지, 실제 미사일을 발사해도 아무 변화나 문제도 없지 않은가?
한국은 간도 쓸개도 빠진 지리멸렬의 집합체임을 간파한 북한이 내지른 환호성이 바로 '미사일 발사 성공'이다.

-200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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