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01 ]칼럼니스트[ 2006년 7월 3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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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넷키즈, 대단한 넷키즈

이재일 (정보통신 칼럼니스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netporter


‘넷키즈(Netkids)’는 Network와 Kids의 준말로 ,인터넷을 할 줄 아는 청소년 네티즌을 칭한다. 어른들이 넷키즈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부정적인 의미가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어린 네티즌이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데 따른 선입견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에서도 기회 있는 대로 넷키즈와 관련한 기사를 싣기도 한다. 넷키즈들의 일탈행위를 살펴보고 이를 바로잡는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라고 하겠다. 중앙일보의 경우 이미 2001년 초에 ‘위험한 넷키즈’라는 제목으로 3회에 걸쳐 이 문제를 다룬 바가 있다.

『인터넷 만능시대의 요즘 아이들 넷키즈(Netkids). 그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빠져드는 사이버 세상은 위험투성이다. 최첨단 문명의 그늘엔 탈선과 일탈을 유혹하는 함정이 널려있다.』

당시 중앙일보가 기사 맨 첫머리에 썼던 내용이다. 이 신문이 이처럼 특집기사를 쓴 것은 당시 초 ·중학생이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사람과 동반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그 이유가 무엇이고, 대책은 없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때로부터 만 5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그들은 여전히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따라서 ‘건전한 넷키즈’가 아니라 ‘위험한 넷키즈’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의 인식이다.

넷키즈들이 저지르는 잘못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손쉽게 성인사이트에 가입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성인사이트의 회원이 된 ‘위험한 넷키즈’들은 마음 놓고(?) 성인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음란채팅, 원조교제, 사이버폭력 등의 일탈행동을 벌이고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카메라 기능이 있는 휴대폰, 즉 ‘폰카’를 갖게 되면서 위험한 넷키즈들의 힘은 더욱 강해졌다. 이들은 수업시간에 교사가 학생들을 매질하는 모습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일도 예사로 하고 있다.

심지어는 교사들이 수업을 하면서 짓게 되는 특이한 표정을 찍어 홈피 등에 올릴 정도라고 하니 결코 예사롭게 보아 넘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학생들의 폰카 때문에 교사들이 ‘폰카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에 실감이 간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일부 학교에서는 등교 직후 휴대폰을 수거하는가 하면, 아예 휴대폰을 갖고 등교하지 못하도록 하는 곳도 있다. 휴대폰을 자신의 신체 일부나 마찬가지로 여기고 있는 학생들로서는 이럴 때 여간 고통스럽지가 않을 것이다.   

교사들의 체벌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이 같은 행위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찍어 사이버공간에 퍼뜨리는 행위는 교육적인 차원에서는 심히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을 재미삼아 찍어서는 그대로 인터넷에 올리는 바람에 심각한 결과가 빚어지기도 한다. 2년 전에는 경남 김해시의 한 중학교이 학생들이 찍은 ‘왕따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문제가 되자 이를 괴로워하던 교장선생님이 자살하는 사건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위험한 넷키즈’들이 있는 반면 ‘대단한 넷키즈’들도 있다. 이들은 사이버공간에서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밝히고 불의를 목격했을 때는 용감하게 이를 고발한다. 지난달 충북의 한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들이 보여준 행동은 대단한 넷키즈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학교 영양사가 학생들에게 먹다 남은 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장면을 폰카로 찍은 뒤 곧바로 인터넷에 올렸다. 부모들은 이에 강력히 항의했고, 결국에는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문제가 더욱 시끄러워졌다. 이런 장면을 TV에서 본 시청자들이 분노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세상의 어른들은 늘 근심스러운 눈으로 청소년을 보고 있다. 어른들이 이해하기 힘든 일들을 자주 저지르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놀이마당’이 되어버린 사이버공간은 어른들의 걱정을 더해주고 있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온갖 못된 일들이 청소년들을 멍들게 하고 있지만 거의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비뚤어진 문제아보다는 올바른 모범청소년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들이 희망을 갖는 것은 바로 그들이 있기 때문이다. 잔반(殘飯)을 먹이는 영양사를 고발하는 ‘대단한 넷키즈’들이 있는 이상 우리 사회의 앞날은 매우 희망적이다. <0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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