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99 [칼럼니스트] 2006년 7월 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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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가치는?


홍순훈 (아하출판사 대표,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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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계 메이커 '시티즌'이 20세 이상의 도쿄 거주 샐러리맨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고 한다. 퇴근길에 '잠깐 한잔 할까'의 '잠깐'은 어느 정도의 시간인가? 지난(2006년) 5월31일에 내놓은 설문 조사 결과는 '1시간 20분'이었다고 한다.

일본인 특유의 재미난 조사인데, 잠깐은 어떤 낱말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순수한 우리말 같지만 한자 暫間을 빌어 쓴 것 같다.
이 한자를 풀어보면, 잠(暫)은 벤다, 끊는다의 참(斬)과, 해, 하루의 일(日)이 합쳐진 글자로, 하루를 끊는다, 구분한다는 의미다. 간[깐](間)은 그 끊어 놓은 한 토막이다.
시계와 같은 정밀한 시간 측정 기구가 없던 옛적에, 하루를 베는(또는 구분하는) 유일한 방법이 시(時)란 단위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시는 요즘의 60분이 아니고, 자시(子時), 인시(寅時) 따위의 12지(支) 시로 요즘의 2시간이다.
따라서 낱말이 만들어져 사용될 초기의 '잠깐'은, 시와 시 사이의 간격 2시간을 의미하는 수사(數詞)였을 것이다.

오늘이 6월30일이다. 병술년이 어떻고 개띠가 어떻고 하던 때가 바로 조금 전 같은데 벌써 1년의 반이 지났다. 적당한 표현은 '순식간'(瞬息間)이다. 눈 한번 끔뻑하고 숨 한번 들이마셨다 내쉬니 어디론가 반년이 사라졌다.

그뿐인가? 환갑, 진갑 지나고 보니 인생 60이 정말 '잠깐'이다. 이제 되돌아보면, 술집에서 술 마시며 보내는 잠깐 1시간 20분보다 더 짧은 것 같다. 필부는 물론 어떤 영웅 호걸이든 누가 과거를 얘기해 보라면 1-2분이면 족하지 더 중언부언할 게 뭬 있는가? 결국 잠깐의 가치는 '헛되고 헛되도다'인가?

-200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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