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92 ]칼럼니스트[ 2006년 6월 20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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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


홍순훈 (아하출판사 대표,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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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들이 뱀 보듯 싫어하는 인물이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다. 세계 최강대국 소련을 멸망시킨 매국노며 반역자라는 것이 주된 이유고, 그의 외가쪽 혈통이 유대계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옐친에게 정상의 자리를 뺏긴 후 고르비는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에 칩거하며 인세와 강연료를 받아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 그가, 이번 6.15 광주 집회에서는, 이탈리아 로마에 '고르바초프 재단'이란 조직을 설립, 운영하며 1999년부터 매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란 것을 열어왔다고 언론에 소개됐다. 작년에 이 회의를 참관한 광주시장이 올해 정상회의를 광주에 유치했다고 하는데 글쎄다....

우선 명칭부터 믿음이 안 간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회의'라면 그저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런데 거기다 '정상'이란 혹을 달았으니, 노벨평화상 수상자도 양극화돼 '정상'이 있고 '쫄다구'가 있는가? 아무리 뒷돈이 왔다갔다하는 썩어빠진 노벨재단이라 해도 그래도 전통이 있는데 이토록 세계 흐름에 역행하는 황제 클럽을 공식적으로 만들었거나 인정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이번 정상회의라는 것을 보면, 정상 명칭에 걸맞는 인물은 김대중, 고르비 두 사람뿐이다. 나머지 개인 수상자 3명은 정상은커녕 면서기도 안 하던 인권, 환경 운동가들이다. 그리고 단체 수상자인 국제평화국(1910년 수상), 퀘이커 봉사위원회(1947년 수상) 외 3곳은 이 곳과 정상을 어떻게 연계시켜야 되는지 머리나쁜 사람은 감조차 잡을 수 없다. 결국 김대중 혼자 북치고 장구친 원맨쇼가 정상회의였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꼴에 '광주 선언문'이란 것을 발표했다. '전문(前文), 범지구적 현안, 한반도 평화, 국제적 비핵화'라는 제목순으로 구구절절이 온 세계 문제를 다 나열해 놨다. 빠진 것이라고는 '외계인 침공'에 대한 대처 정도일까?

여기서 약이 오른다. 입으로는 평화를 말하면서 뒷구멍으로는 호전(好戰) 집단을 키워놓고, 비핵화라면서 핵폭탄을 만들게 조장한 것이 김대중 아닌가? 역사의 뒤안길로 당연히 사라질 한줌의 세력을 대북 지원이란 파워를 먹여 몬스터로 되살려 놓은 것이 김대중 아닌가? 노벨상이 뭐라고 그 놈의 명예욕 때문에, 이 시간 현재도 대포동 미사일이 발사되네 안 되네 한국은 물론 전세계를 전전긍긍하게 만든 것이 김대중 아닌가? 이런 맹구 짓을 한 주제에 이제 와서 평화니 민주니 비핵화니 읊으니 약이 안 오를 한국인이 어딨겠는가?

체통은 대통령에게 있어서 극히 중요하다. 북한에서 '주석'이란 용어는 아무도 쓰지 못하게 그들 헌법 서문에 못박아 놓았다. 한국에서는 암묵적으로 '정상'이 마찬가지 용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는, '나는 왕중왕이오', '대통령! 당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내 아래요' 하는 뜻이 담겨 있다. 약속했던 국회 연설도 취소하면서 이런 불손한 회의에 노대통령이 참석하여 한국의 민주주의니, 인권이니 하며 김을 찬양하는 축사를 하다니, 대통령은 배알도 없는지 묻고 싶다.

더구나 '남북 관계가 진전될 것'이라며 김의 재방북을 노대통령이 부추기는 것은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의 의무를 저버리는 헌법 위배다. 헌법 66조 3항에,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돼 있다. 북한 최고 책임자와의 통일 논의는 민간인인 김이 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대통령이 해야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논의의 방향도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이어야 한다고 헌법 4조에 명시해놨다.

그럼에도 노대통령은 자기가 구상하고 있다는 3단계(경제-문화-정치) 통일 방안과도 다르고, 헌법에도 위배되는 연방제 통일 방안을 들고 설치는 김을 북한에 보내 또 다시 김정일과 통일을 논의하게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김이 재방북하면 '광주 선언문'을 김정일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잖아도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핵 압박을 받아 신경이 곤두선 김정일의 콧털을 김대중은 왜 뽑으려 하는가? 지금 미사일 발사 공갈에는 김대중에 대한 김정일의 불만도 들어있다. 둘이서 함께 노벨상을 탄다고 얘기해 놓고, 왜 너 혼자만 탔는가다.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사람' 또는 남북한을 통틀어 '상왕'(上王)이란 환상에 젖은 김대중의 '나만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치매형 뻘짓을 노대통령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7천만 한반도 거주민 모두의 안전이 위협받는다.

-200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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