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86 ]칼럼니스트[ 2006년 5월 25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딴글보기 | 거시기머시기 | 의견함 | 배달신청 | columnist.org(홈)

마호재들, 대한민국 빤쓰까지 벗기다


홍순훈 (아하출판사 대표,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sh

'마호재들, 빤쓰까지 벗기누만.' 러시아에서 종종 듣는 말이다. 처음 이 말을 들을 때 '빤쓰를 벗긴다'는 것은 하나 남김 없이 다 뺏어간다는 뜻으로 이해가 됐었는데, '마호재'는 무슨 뜻인지 영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런 말을 하는 고려인들조차 러시아인들을 마호재라 부르긴 부르되 무슨 뜻인지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러시아에서 한참 지낸 후 한 늙은 고려인을 우연히 만나고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됐다.

마호재는 러시아 말도, 우리말 사투리도 아닌 한자 마우저(馬牛猪)란 것이다. 조선 사람들이 쏘련땅에 처음 정착하면서 쏘련놈들에게 어찌나 구박받고 착취당했던지 '개새끼', '소새끼' 같이 한 종류 짐승만으로 욕하는 것은 부족해, '말, 소, 돼지' 세 가지 짐승을 한꺼번에 들어 그들을 욕했다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동방예의지국 한국에서도 마호재라 불러야 될 대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북핵6자회담, 6자회담단장급회담, 남북정상회담, 남북장관급회담, 국방장관회담, 남북차관급회담, 남북장성급회담, 남북적십자회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남북관계발전위원회, 국민대통합연석회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수산협력실무협의회, 남북철도도로연결실무협의회, 6.15민족통일대축전공동준비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이 명칭들은 인터넷을 몇 번 클릭하여 뽑아낸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것들이다. 이 회담인지 조직들인지가 얼마나 난삽한지, 자기들이 작성한 합의문에 자기들 조직 명칭마저 틀리게 쓰는 경우가 있다. 협력이니 추진 따위의 낱말을 빠뜨리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조직들이 비온 후 독버섯 피듯 일시에 생겨난 것일까?

물론 남조선 사람들 정신 빼놓고 야바위치듯 남쪽 재화를 빼먹자는 북측의 의도가 클 것이다. 그런데 여기 하나 덧붙일 무서운 의도가 숨겨져 있다. 남조선 통치 조직을 일거에 와해시키려는 것이다. 북측은 해방 후 지금껏 대한민국 정부를 인정치 않고 있다. 그러면서 위와 같은 별정(別定), 가외(加外), 특수 조직을 만들어 한국 정부 대신 이들을 대화의 상대로 삼아 힘을 실어 주는 것이다. 당연히 수십년 동안 뿌리내린 한국이란 레귤러 시스템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현재 그 극명한 예가 DJ가 재방북하여 '개인적으로' 김정일을 만나겠다는 것이다. 남북(뭐), 민족(뭐) 앞에서는 대통령이고 헌법이고 맥을 못 춘다. 국가 상층부에서는 이미 '콩가루 나라'가 다 됐다.

지난(2006년) 5월19일 개성 남북경제협력회의(협의?)사무소에서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실무접촉이란 것이 열렸다. 이 접촉에선지, 아니면 12차 남북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에선지 '5월 25일에 경의선과 동해선에 대한 공동 기념행사를 갖고 열차를 시험 운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 철도는 함잽이가 함 파는 꼬락서니다. 한걸음 뗄 때마다 돈을 깔아 줘야 된다. 그 첫걸음이, 2002년 9월18일에 경의선 도라산역과 동해선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행해진 거창한 철도 연결 공사 착공식이다.
둘째 걸음이 2003년 6월14일 경의선, 동해선 양쪽에서 다수의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 방향으로 철도 25m를 연결하는 연결식이 시끌벅적하게 열린 것이다.
이번 5월 25일이 셋째 걸음인데, 경의선과 동해선에 대한 열차 시험 운행을 하면서 또 공동 기념행사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 시험 운행에 앞서, 북측의 경의선 및 동해선 역사(驛舍) 건축 마무리와 개성역 배수로 공사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40억-50억원 상당의 자재 60개 품목을 북측에 주기로 합의했다는 보도다.
시험 운행이라 하여 전구간도 아니다. 경의선은 문산-개성, 동해선은 금강산-제진으로 몇 10km가 안 된다. 그러면서 위와 같이 몇 10억이란 혈세를 북쪽에 퍼주니, 개성에서 신의주 그리고 어디서 어디까지인지도 불분명한 동해선 전구간을 운행하려면 도대체 얼마를 북측에 퍼줘야 되는 것인지 감이 안 잡힌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만 해도, 수구꼴통들 계산으로는 경의선 쪽에만 7000억원이라고 한다.

여기다 인민군마저 찐드기붙는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조정 안 되니, 열차 시험 운행과 관련한 '군사적인 보장 조치를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폭파되거나 기관총 세례를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대통령이나 했던 사람이 이런 수모를 당하며 굳이 열차를 타고 마피아 김을 만나러 가겠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위와 마찬가지로 5월19일 접촉에서 이뤄진 합의인데, '남북은 경공업-지하자원 협력 방안과 관련, 그동안 입장 차이가 심했던 원자재의 규모와 <유상 제공>에 따른 상환 방식 등에 대해 대부분 의견 접근을 이루고 5월 말이나 6월 초에 열릴 예정인 제12차 경협위에서 최종 합의, 서명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위 내용은 2005년 7월 열린 남북경제협력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 이미 나왔던 것이다. 즉 회의 합의문 1항 '남측은 2006년부터 북측에 긴요한 의복류, 신발, 비누 등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각각의 원자재를 북측에 제공하며, 북측은 아연, 마그네사이트, 인화석 정광, 석탄 등 지하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를 남측에 보장하고 생산물을 <제공>하기로 한다' 이다.

2005년 10월 말 열린 제11차 경추위에서 북측이 요구한 원자재가 신발 6000만 켤레, 양복 2000만벌(3만톤), 비누 2억개(2만톤)임이 밝혀졌었다. 아무리 걸뱅이 요구지만 그래도 이 때까지는 이런 원자재 대신 북측의 지하자원을 남측이 캐 가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5월19일 합의는 그게 아니다. 위에 < >를 쳐 놨듯, 처음 2005년의 <제공>이 지금 2006년 <유상 제공>으로 바뀌었다. 북측의 지하자원을 돈을 받고 팔겠다는 것이다. 이 합의는, 진짜 대한민국 '빤쓰 벗기는 퍼주기'다.

그 이유를 쓰는데 먼저 북측이 왜 <제공>하겠다던 지하자원을 <유상 제공>으로 바꿨나를 알 필요가 있다.
2000-2004년 북한의 무역 통계를 보면, 중국과의 무역량이 북한 전체 무역량의 77%를 차지한다. 여기서 어패류가 가장 많이 수출되고, 그 뒤를 이어 광물성 연료, 철강, 아연 등이다. 김정일이 어떤 마피아인데 이런 알토란 같은 지하자원을, '바터제'란 어정쩡한 방법으로 남측에 넘겨 주겠는가? 더구나 지금 미국의 대북경제조치로 그들 주머니에 달러가 말라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남측, 북측 원자재를 맞바꾸자고(이 바터제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일반적인 거래 방식이다) 제안했다가, 이제는 아예
1. 남측 원자재는 북측에 공짜로 주고,
2. 남측 자본으로 북측 원자재를 생산하고,
3. 그 생산된 원자재를 남측이 사 간다.
는 합의다. 이러니 돈이 얼마나 필요하겠는가? 마피아 김의 뜻을 받든 남측 좌파들은 밤낮 없이 세금 폭탄 터뜨릴 궁리만 하고, 돈 많은 재벌 총수 붙잡아다 돈 내놓으라 볼기치는 것이 일이니....

이 기막힌 퍼주기에 대한 그들 명분이 가관이다. '민족 공조'는 이미 흘러간 옛노래고, '아니면 전쟁할래?'가 유행하더니, 요즘은 '우리가 안 도와 주면 북한이 중국 동북4성이 된다'고 나발분다. 이러고도 5.31지방선거에 대한민국 국민들 보고 또 다시 표를 달라고 주접을 떠니 원..... 마호재들!

-2006.05.24

서울칼럼니스트모임 http://columnis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