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85 ]칼럼니스트[ 2006년 5월 15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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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은 마피아 김의 '통 큰' 장마당


홍순훈 (아하출판사 대표,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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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체재 자체가 외부인들이 그 실체를 알 수 없게끔 짜여져 있다. 외부인뿐만 아니라 북한 거주민들도 자기 동네에서 좀 먼 지역 사정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거주, 이전, 여행 따위의 사람들 이동을 철저히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90년대에 러시아에서 장기 체류한 사회주의 체재 경험에 북한에서 나오는 소식을 대입시켜 북한을 이해한다. 자동적으로 그렇게 된다. 평양과 개성, 금강산 등 특수지역 외에는 북한 여행이 불가능한 한국인으로서는 이런 방식으로 북한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진실에 접근하는 것이라 믿는다.

필자는 90년대에 녹용을 채집, 건조하며 매년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8개월 이상을 러시아에서 체류했었다. 체류하면서 가장 빈번히 가고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 사는 집과 사무실 빼고는 '바자르'였다. 이 곳을 이용하지 않고는 장사는 둘째고 생존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바자르가 북한 전역에 수백 군데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場)마당'이다. 지금껏 장마당에 대한 소식이, 북한을 상대로 장사하는 중국인(주로 조선족)이나 탈북자들을 통해 단편적으로 전해지고 언론에 보도됐었다. 장마당이야 말로 진짜 '북한의 창'이다.

북한 전문가란 사람들이 장마당을 설명하면서 으레 '농민 시장'이라고 토를 단다. 이 토는 잘못 붙인 것임을, 1994년 평양과 모스크바에서 동시에 발간된 '조로(朝露)사전'을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바자르 즉 '장마당'은 북한의 표준어며 '장터'와 동의어다. 북한에서 일상 쓰는 이런 표준어를, 남한에서 '농민 시장'으로 바꿔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그보다 더 바꿔 부르면 안 될 이유가 두 낱말의 개념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농민 시장'은 농민이 주체고, 농산품을 주로 거래하는 곳이란 뜻인데, 장마당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벼룩시장에 가깝다.
여기서 종류 불문, 가격 불문으로 모든 것을 다 사고 판다. 어느 탈북자가 쓴 글을 보니, 쌀, 강냉이 등 식량의 50-60 %, 의류 등 생필품의 80 % 가량이 이 곳에서 거래된다고 통계를 냈었다. 나머지는 식량 배급소 또는 국영 상점에서 산다. 배급이라 하여 거저 주는 것이 아니다. 장마당 가격보다 훨씬 싸게 사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시장'은 정상적인 상거래가 이뤄지는 자본주의 조직인데, 장마당은 그렇지 않다. 거래 물건 거의 모두가 국유 재산으로, 거래하면 잡혀가는 것들이다. 원칙만 그렇지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한국 암달러 시장처럼 법으로만 안 되고 현실은 누구나 인정하고 이용한다는 형태다.

바자르 곧 장마당은 시내 복판에는 안 세운다. 그 곳에 많이 들어 선 국영 상점과 가판점 운영에 지장이 있고, 또 어느 도시를 막론하고 시내 중앙은 높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지역인데 그 곳이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다. 대신 지방 정부에서 도시의 외곽 지대에 널찍한 터를 내 준다. 이 곳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울타리를 치고 좌판을 설치해서 자기들이 정한 돈을 지불한 사람들에 한해 거기서 물건을 팔게 한다.

이 장마당 운영은 보통 큰 이권이 아니다. 많은 러시아인들이 이 곳을 운영하는 무리를 '쁘레지덴뜨 마피아'라 부르는데, '대통령 마피아'란 뜻이다. 이들이 장마당을 운영함은 물론 생필품을 독점 수입, 제조 그리고 판매하기 때문에 달러를 푸대에 쓸어 담는 등 돈을 주체 못할 정도로 부를 축적하기 때문에 그렇게들 부른다. 외국인이 현지에서 사업을 하려 해도 판매는 물론 각종 인허가 때문에 이들과 손을 잡지 않을 수 없다. 인허가가 얼마나 복잡다단한지 그들 전문가나 변호사[아드보카뜨]조차 서류 한장 들고 몇 차례씩 해당 관청을 반복 방문하는 것이 일이다. 그러니 쪽박 차지 않고 더구나 생명을 부지해서 고국으로 돌아가려면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상인도 어쩔 수 없이 마피아가 돼야 한다.

김정일은 누가 말했듯 확실히 '통 큰 지도자'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통 큰 마피아'다. 왜냐 하면 그는 북한을 한 도시로 생각하여 경제 특구란 이름의 장마당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4개 특구의 위치 선정이 도시 장마당과 꼭 같은 발상이다. 북한 동북쪽 귀퉁이에 나진, 선봉, 동남쪽 귀퉁이에 금강산, 서남쪽 귀퉁이에 개성, 서북쪽 귀퉁이에 신의주 특구라는 중앙정부(엄밀히 말하면 김정일) 소유의 장마당을 세웠다.

이 장마당에 자본주의 개념으로 접근하다가는 낭패를 본다. 처음 시작할 땐 자본이 대우를 받지만 일단 굴러가기 시작하면 '쁘레지덴뜨 마피아' 맘대로다. 이 사정을 잘 말해 주는 것이 금강산 장마당과 현대의 관계다. 마피아에 대한 거역은 보복뿐이다.

어쨌든 90년대에 세웠던 나진, 선봉 장마당은 실패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자기들 동네 시끄러워지는데 마피아 김의 배만 불려 주겠는가?
중국 수도 뻬이징의 바로 코앞인 신의주 장마당은 중국이 말도 못 꺼내게 했다. 신의주 행정특구장관 뭐라는 네덜란드계 화교를 구속해 버린 것이다.
금강산 장마당은 재미봤다. 봉이 김선달 대동강 물 팔아 먹듯, 밑천 하나 안 들이고 뽑아 먹을 만큼 뽑아 먹었다. 가외의 소득은 설악산이나 경주 등 남측 관광지를 초토화시킨 것이다.

개성 장마당은 지금 한창 작업 중이다. 2006년 5월 9일 남측의 통일부 장관이란 사람이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개성공단 사업을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는 보도다.
남북이 역전됐다. 90년대 후반기 북한에서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인민 3백여만명이 굶어죽고 1백만명 이상이 식량을 찾아 중국 등지로 유랑길에 올랐었다고 한다. 이 지경에 처했으면서도 김정일 일파는 권력 승계를 위해 김일성 시신 보관소인 금수산기념궁전, 노동당 창건 기념비, 단군릉, 강동, 덕천 특각(김정일 별장), 국제 선물 전시관 등 불요불급한 건축물을 세우는 데만 5억 달러 이상을 썼다고 한다.

지금 남한 좌파 정부가 꼭 그 꼬락서니다. 절대 다수의 기업이 이익 창출을 못해 존폐 기로에 서 있고, 많은 기업이 과도한 규제와 세금을 피해 해외 탈출을 감행한 이 때, 따라서 젊은이, 늙은이 할것 없이 직장을 못 구해 전전긍긍하는 이 마당에, 이들을 구제할 생각은 않고 마피아 김의 개성 장마당을 우선으로 생각하다니..... 정말 어쩌다 이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가?

통일부 팀장이 전경련에 압력을 넣어 대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토록 한다고? 필자는 러시아 야쿠츠크 자치공화국 농목축 조합과 10년 넘게 합영회사를 했고 현재도 법적으로는 유효하다. 충고하고 싶은 것은, 강요당해서 장마당에 투자하느니 차라리 마피아 두목한테 일정 금액을 그냥 상납하라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나중에 그 곳을 맘 놓고 여행이라도 할 수 있다. 투자랍시고 껍죽대다가는 한없이 물려 들어가 돈 잃고 사람 망가진다는 것이 필자의 경험이다.

그렇게 되는 이유가, 장마당에는 법도 뭣도 안 통하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떡고물이라도 떨어질 것 같으면 모두다가 두목이라 나서서 별의별 까무러칠 약속을 다 한다. 그러다가 일이 잘못될 성싶으면 그들은 어디론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술주정꾼과 파리떼만 왱왱거린다. 어느 시장판이나 마찬가질 테지만 장마당은 그게 특히 심하다.

-200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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