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83 ]칼럼니스트[ 2006년 5월 13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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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7기 추락 사고에 대한 의문점


홍순훈 (아하출판사 대표,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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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특수비행팀 소속 고 김도현대위(추서 후 소령)께 삼가 명복을 빕니다.
필자는 고인의 명예를 조금이나마 손상시킬 이유나 의도가 전혀 없다. 다만 추락 사고에 대한 공군과 언론의 태도가 가당찮아 이를 매도할 뿐이다.

사고가 나자마자 언론의 보도 제목이 일제히 살신성인(殺身成仁)이다. ‘살신‘은 대부분의 경우, 있어서는 안 될 또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고 뒤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당연히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원인 또는 사실 규명을 하는 것이 우선이거늘, 지금껏 언론은 이를 이벤트화시키는 데 골몰하여 사람들의 눈을 홀리고 사건의 본질을 흐렸다.

이번에도, 추락 사고가 나자마자 모든 신문, TV의 첫 보도가 <비행기가 관람객 쪽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탈출을 포기하고 김대위가 끝까지 조종간을 붙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토록 언론사 기자들은 추락 당시의 비행기내 상황을 상세히 알 수 있는가? 이런 상황 묘사는 기자들이 김대위와 같이 추락 비행기를 타고 날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면서 3살짜리 김대위 아들이 어떻고 미망인이 어떻고.... 아예 소설을 쓰고 드라마를 찍었다.

추락 장면을 촬영한 화면을 보면, 두 비행기가 X자를 그리며[Knife Edge] 자연스럽게 좌우로 갈라졌다. 갈라진 후 한 비행기는 고도를 높이고 김대위가 탄 비행기가 추락했다. 이 말은 추락 장면을 촬영한 사람이 서 있던 곳이 관람 지역인데, 김대위가 조종간을 놨다 하더라도 그 관람 지역으로는 비행기가 추락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을 입증하는 것이 사고를 목격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집에 돌아온 후 뉴스를 듣고서야 관람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김대위가 살신성인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것이다. 추락 지점에서 1.8Km 떨어진 관람 지역은 곡예 비행 상공에서 어떤 사고가 나도 안전한 지대였다.

결국 추락 직전의 비행 각도나 추락 거리로 미뤄 볼 때 김대위의 탈출 포기가 관람객을 의식하여 이뤄진 것이 아니란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탈출 포기에 대해 두 가지의 추측을 할 수 있다.

하나는 비행기 자체의 이상이다. 요즘 비행기 탈출용 사출(射出) 좌석은 0 고도(高度) 즉 지상에서도 작동된다고 한다. 더구나 Knife Edge 후 수백m 상공에서 추락까지 수 초간의 시간 여유가 있었는데, 1천여 시간의 비행 기록을 가진 에이스 조종사 김대위가 탈출 못했다는 것은, 탈출 장치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다.
이 추측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 Knife Edge 후 김대위가 탑승한 비행기가 고도를 높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하나가 안 되니 다른 것도 안 됐던 것이다.

또 하나의 추측은, 비행 장치는 정상이었는데 Knife Edge 후 김대위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했던 거다. 예를 들면, 정신을 잃었다는 따위다. 그래서 비행 고도를 높이지 못하고 그냥 곤두박질친 것이다.
이 추측을 뒷받침하는 내용은, 김대위의 파트너였던 김소령이 ‘교차 비행 직전 김대위가 (내) 비행기가 시야에 들어왔다는 내용의 ‘In sight' 교신을 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아무런 이상 징후도 포착돼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다. 추락하기 몇 초 전까지 비행기는 멀쩡했다는 얘기다.

이상의 추측은 정부가 규명할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규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추락 사고 후 다음과 같은 급박한 사태 진전을 보면 그런 의지가 눈꼽만큼도 없었다.
5월5일 오전 11시 51분경 수원비행장에서 사고 발생. 관람객(1천3백명 추정)을 비행장 밖으로 내보내고 약 5시간에 걸쳐 조종사 김대위의 신체 일부와 조종복 조각 등을 수습
6일 공군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사고조사위원회 구성
6일 ‘공군 관계자가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대략 1주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됨
6일 ‘A-37기에는 블랙박스가 장착돼 있지 않다’고 발표
6일 ‘사고기 조종사와 관제탑 간 그리고 블랙이글팀 사이에 나눈 교신 내용과 추락 때 촬영된 영상 등을 분석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것’이라고 보도됨
6일 파트너였던 김소령이 ‘교차 비행 직전에 김대위의 ‘In sight' 교신을 받았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아무런 이상 징후도 포착돼지 않았다’고 말함
7일 정부가 보국훈장 삼일장을 추서
8일 오전 10시 영결식, 오후에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치

비행기 추락 후 김대위 사망에서 매장까지 걸린 시간이 80시간 될까 말까다. 외국 TV를 보면, 비행기 추락시 몇 달이 걸리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그 잔해를 철저히 수거하여, 그 수거물을 비행기 형체대로 죽 늘어 놓고 각 부문의 전문가들이 추락 원인을 규명하는 모습이 종종 나온다.

A-37기가 아무리 작은 비행기고 화재로 소실됐다고 하지만 오후 반나절에 현장 정리를 하고 시신까지 수습했다니 놀랄 뿐이다. 그리고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사고를 조사했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5월6일 단 하루뿐이다. 훈장 주고 매장해 버리면 더 이상의 조사는 무의미하다. 이미 그게 결론으로 됐기 때문이다. 누가 이런 벼락에 콩 구워 먹는 결정을 내렸는가? 이번 추락 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또 발생한다면 ‘이런 결정’을 내린 자를 처벌해야 되는 것 아닌가?

모든 민간 항공기에는 의무적으로 블랙박스를 달도록 돼 있다. 요즘은 일반시내버스에도 운전석 위에 하나씩 매달고 다닌다. 하물며 에어쇼라는 위험 임무를 수행하는 A-37기에 블랙박스가 장착돼 있지 않았다니 믿기지 않는다. 이러면서 A-37기의 최초 생산연도가 1955년도라고 무슨 대단한 정보나 되듯 언론이 나발을 분다. 옛날 기종이기 때문에 블랙박스가 없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냔 투다.

국민은 의문을 안 가질 수 없다. 기종의 최초 생산연도가 1955년도라고 하지만 추락한 A-37기 및 기타 다수의 공군 특수비행팀 소속 비행기가 몇 연도산이며 어디서 누가 어떻게 도입한 것인지를. 그리고 블랙박스 대신, 이번에 증명됐듯 사고를 당해서는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음성기록장치(CVR)를 비행기에 붙여 놓았다니 이건 또 무슨 세금 낭비인가를, 그리고 특히 블랙박스가 달렸었는데도 어떤 이유로 장착돼 있지 않았다고 공군이 거짓말하는 것 아닌가도.

5월 8일 정부 발표가 있었다. ‘공군 사고조사위에서 김소령의 시신 상태를 확인했다.’ ‘고인의 왼손은 스로틀을, 오른손은 조종간 스틱을 잡고 있는 상태였다.'
‘이로 미뤄 김소령은 추락하는 순간에도 기체를 정상적으로 운행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살신(殺身)했다는 것을 확인해 주기라도 하는 듯한 이 발표는, 이 발표 이전의 <비행기가 관람객 쪽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탈출을 포기하고 김대위가 끝까지 조종간을 붙잡고 있었다>는 살신 내용과 다르다.
내용이 다를 뿐만 아니라 5월 8일 발표는 살신이 아니다. 살신은, 관람객을 살리기 위해 탈출할 수 있는데도 탈출하지 않고 자기 생명을 바쳤기 때문에 성립된다. 그래서 성인(成仁)이 되는 것이다.
‘추락하는 순간에도 기체를 정상적으로 운행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8일 발표는, 사람이 아닌 비행기를 위해 생명을 바친 것이고,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한 행위일 뿐이다. 결국 며칠 동안 한국의 전언론이 오보를 냈었다는 얘기다.

짤막한 내용이지만 8일 발표는 그로테스크하다. 추락 당시의 화면을 보면, 비행기가 땅 위로 곤두박질치고 화염에 싸인다. 그런 상태에서 스로틀(앞뒤로 밀고 당기는 엔진출력조절레버)과 조종간 스틱을 왼손과 오른손으로 잡고 있었다는 것은 도대체 말이 안 된다. 추락하는 충격으로 당연히 몸체와 함께 손이 레버나 스틱에서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또 만의 일 손이 안 떨어졌다 하더라도 화재에 의해 손이 타면서 스로틀이나 조종간에서 손이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공군 사고조사위원회가 위와 같은 김소령의 시신 상태를 확인했다니 도대체 장비와 두 손을 묶어 놨었다는 것인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은 그런 시신 상태를 언론에 공개하여 국민들이 알게 하는 것이 아니고, 공군 사고조사위원회 혼자서만 확인했으니 다 됐다는 투다. 5월11일 현재까지도 그 손 사진은 어디에도 없다.

공군 그리고 언론, 당신들 왜 이러는가? 그렇잖아도 지금 한국호는 추락 중에 있다. 진실만을 말해 달라. 김도현소령의 명복을 빕니다.

-200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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