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77 [칼럼니스트] 2006년 4월 28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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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아픈 사람을 치유해 준다
- 마음이 아플 때 바르는 연고가 있다면
김소희 (동물 칼럼니스트, animalpark@korea.com,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www.animalpark.pe.kr
http://columnist.org/ref/2006/060428-1277zy.htm


마음을 기쁘게 해 주면 백해(百害)를 막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 셰익스피어 -

몇 해 전 보았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치매에 걸려 자식들에게 천더기 신세가 되어버린 60대 중반의 여주인공이, 훌쩍이며 방 한 구석에 돌아 앉아 자신의 가슴이며, 배, 목 등에 ‘빨간약’을 쏟아 붓고 있었다. 오랜 병 수발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있던 딸이 뒤늦게 대형 사고 현장을 발견하고는 묵었던 감정을 폭발시키고 말았다.
“엄마! 나 힘들게 왜 자꾸 말썽 부려! 응?”
그러자, 눈물이 글썽해진 엄마가 손바닥을 가슴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여기가 너무 아파서……. 그래서 약 바르는 거야.”
잠시 침묵이 흐르는가 싶더니, 딸은 엄마를 부둥켜안고 엉엉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면, 마음의 고통만큼 견디기 힘든 것은 또 없을 성 싶다. 배가 아프면 소화제, 머리가 아프면 두통약,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으면 된다지만, 마음이 아플 때는 약도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정작 소중한 정서와 가치들이 외면당하고 있는 탓에 각종 마음의 병을 얻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런 시대상을 반영하듯 놀이치료, 연극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 각종 심리치료법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동물매개치료법(Animal Assisted Therapy : AAT)이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해외의 경우 일찍이 그 효과가 입증되어 이미 1970년대부터 동물학, 의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사회학 등 여러 학계간의 협력 하에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 만큼 귀추가 주목되는 분야다.

말 못하는 동물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치료한다는 것일까?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미국에서 거의 스타가 되다시피 한 작은 치와와 ‘윌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휠리 윌리(wheely willy)’로 더 유명한 윌리는 등뼈가 부러져 하반신이 마비되고 성대가 손상된 채로 뉴욕 길가에 버려졌던 유기견이다. 우여곡절 끝에 윌리를 데려다 키우게 된 현재의 주인은, 윌리가 혼자 힘으로 걷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은 휠체어를 만들어 주었다. 휠체어를 통해 자유를 얻게 된 윌리는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불편한 몸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신나게 사람들 사이를 누비는 윌리의 순수한 모습에, 사람들은 잃었던 웃음을 되찾고 자신의 삶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
‘저 작은 개도 저렇게 잘 사는데, 나도 할 수 있어!’
결국, 윌리는 전문적인 심리치료견으로 활동을 시작했다(해외의 경우 자신이 키우고 있는 개와 함께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도 윌리는 미국 전역의 학교, 소아병동, 알코올 및 약물중독자 재활원, 감옥, 양로원 등을 방문하면서 절망에 빠져 지내던 사람들에게 새 삶에 대한 희망과 의욕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웃음을 되찾고,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재활 훈련을 시작하고, 공부를 하기위해 학교로 돌아가는 등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으로 가는 길을 향해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심리치료견은 정신적, 신체적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정신 치료에 도움을 준다. 자폐 아동, 우울증 환자, 학교 폭력으로 대인기피증을 보이는 청소년, 범죄자, 치매 환자, 외로운 독거노인들이 개와 어울리는 과정 속에서 마음의 정화 및 정서적 안정을 얻고 사회성을 회복한다. 특히 감정적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로 하여금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 학자들은 동물을 가까이하게 되면 불안감이나 짜증스러움 대신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심리치료에 큰 효과가 있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미국의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반려동물을 양육하라.”는 처방전을 내리기도 한다.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 앵무새 등의 동물들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다.

그런가 하면, 돌고래매개치료(dolphin assisted therapy)도 있다. 물 속에서 돌고래와 함께 노는 동안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몸 속에 유익한 호르몬이 분비되고, 욕구를 자극해 몸을 움직이게 만듦으로써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준다. 임상 연구 결과, 자폐증, 발달장애, 뇌성마비, 우울증, 중풍 등을 치유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최근 미국, 일본에서 큰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다. 또, 해외에서는 생태 동물원이 성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벤치에 앉아 기린, 사자, 코끼리 등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혈압이 내려가고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비단, 정신적, 심리적 효능뿐만이 아니다. 심장 질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가까이 접했을 경우 환자의 상태가 현저히 호전되었다는 결과가 보고 되었는데, 환자의 몸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의 양이 최고치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또, 자발적으로 동물에게 손을 뻗고 함께 어울려 노는 중에 일어나는 근육 운동들은 딱딱하고 힘겨운 물리 치료를 대체해 주기도 한다.

이 쯤 되면 동물이 마음이 아플 때 바르는 연고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동물매개치료법(Animal Assisted Therapy)의 원리는 사람과 동물(살아있는 생명체)간의 유대감 또는 애정에서 비롯된다. 저도 모르게 서로에게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마음으로 통하는 동물과 사람들.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상 속에는, 그 무엇으로도 얻을 수 없는 힘이 존재하는 것 같다.

- <한라건설 사보 4월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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