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75 ]칼럼니스트[ 2006년 4월 25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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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밖에는 모릅니다”
박강문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parkk


줄여서 흔히 ‘닉’으로 불리는 닉네임은 호(별호)와 비슷한 점이 있다.

인터넷의 카페에 가입하는 회원들의 주된 활동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한 정보 교환인데, 글이나 사진 등을 올릴 때 닉네임을 쓴다. 오프라인 만남에서는 “저는 별빛입니다.” “요즘은 하늘호수라는 닉으로 글 올리고 있습니다.” “혹시 미파솔님이신가요?” 이런 인사말이 오고 간다.

옛 어른들이 아호(雅號)라고도 하던 별호(別號)는 대개 스스로 지으며 보통 줄여서 호(號)라고 한다. 호와 닉은 스스로 짓는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또 일정한 동질적 집단 안이나 친근한 사람들 사이에서 주로 불린다는 것도 그렇다. 실명의 무게에서 스스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 이것이 호를 쓰는 이유의 하나일 텐데, 닉에서도 그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호와 닉의 익명성은 정도가 다르다. 호는 실명이나 실명의 임자를 이미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쓰인다. 닉은 그와 달라서, 닉으로만 알려진 사람들이 함께 활동하면서 꽤 친근해져도 실명을 모르고 지낼 수 있다. 호는 실명을 가리는 구실을 거의 하지 않지만 닉은 그 구실을 한다. 인터넷 카페의 공지를 보고 모여 여러 번 함께 시위하다 경찰서에 끌려간 회원들이나 면회 간 회원들이 서로 닉으로 부르고 또 그것밖에는 서로 아는 바가 없음을 보고 경찰관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고 한다.

닉도 이름이고 자신을 대표하는 것이니, 아무렇게나 지을 일은 아니다. 욕설 비슷한 말이나 너무 공격적인 말로 지은 것은 볼 때마다 불쾌하다. 야비한 닉으로 악성 답글을 올리거나 꼬리글을 다는 것은 남이 모른다 해도 바로 자신이 자신을 쓰레기로 만드는 일이다. 사이버 세계에서 닉네임으로 좋은 글 쓰다 유명해져서 실명보다는 ‘닉을 걸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까지 나오게 된 것이 요즘 세상이다.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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