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70 ]칼럼니스트[ 2006년 3월 3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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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쓰는 휴대폰을 장롱 속에 둘 것인가

이재일 (정보통신 칼럼니스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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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즌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이 드디어 지급되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느라 그런지 휴대폰 매장의 분위기가 아직은 생각보다 조용한 편이라고 한다. 시간이 좀 지나면 너도나도 새 휴대폰으로 바꾸느라 야단법석을 떨 것이 분명하다.

당국이 추산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이동전화 가입자는 1월말 현재 3천851만명. 이 가운데 앞으로 2년간 단말기 보조금을 한 차례 받을 수 있는 1년6개월 이상의 가입자는 2천416만명이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5백만명, 많게는 1천만 명 이상이 가까운 시일 또는 멀지 않은 장래에 자신의 휴대폰을 교체할 것으로 짐작된다.

휴대폰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서 특별히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새 휴대폰으로 교체하면 그만큼 안 쓰는 것이 생길 텐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대부분 장롱 속에 넣어두거나 쓰레기통에 버릴 것이 분명하다.

서울YMCA가 지난해 11월  한달 동안 서울·수도권에 거주하는 658명을 대상으로 폐휴대폰 활용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1.7%, 즉 5명 중 3명이 쓰지 않는 휴대폰을 재활용하지 못하고 집안에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는 또 1년 동안 생기는 폐휴대폰이 자그마치 1천500만 대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해마다 900만대 가량이 그대로 '장롱 속 휴대폰'이 되는 셈이다. 그 전의 것을 합하면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이처럼 자신이 쓰던 휴대폰을 장롱 속에 넣어두지 말고 재활용해야 한다. 폐휴대폰에서 금, 은, 팔라듐, 로듐, 구리, 코발트 등 고가의 금속을 회수할 수 있어 경제성이 크다. 환경부에서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지난해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를 시행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구미 선진국처럼 휴대폰 수거를 강제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 폐휴대폰을 강제적으로 수거토록 하는 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으며, 국제연합환경계획(UNEP)과 유럽연합(EU) 등에서도 휴대폰을 포함한 폐전자제품에 대한 의무수거 규정을 두어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환경론자들의 걱정도 크다. 휴대폰은 배터리를 포함한 단말기에 납과 카드뮴, 비소, 아연 등 유해금속이 들어있어 이를 쓰레기장에 버리거나 소각할 경우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사회단체가 나서서 폐휴대폰을 수거해 보호시설 같은 곳에 기증하고 있다. 폐휴대폰을 재활용하는 동시에 환경도 보호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올리고 있다고 하겠다.

"사람들은 휴대폰을 특별한 것으로 여기거나 거기에 감상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낡은 휴대폰을 재활용품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휴대폰반환포럼(MTF: Mobile Takeback Forum)의 실무책임자 피터 하인이 한 말이다. 휴대폰에 대해 갖는 정서가 동서양 모두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조금만 있으면 엄청난 숫자의 폐휴대폰이 생기게 된다. 이 것들을 그냥 갖고 있거나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 모티즌들은 폐휴대폰은 '보관품'이 아니라 '재활용품'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에 앞서 정부당국과 휴대폰 제조회사 및 이동통신사가 폐휴폰 수거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함은 물론이다.

-<06.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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