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64 ]칼럼니스트[ 2006년 3월 14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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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 사이트와 추억
박강문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parkk


웹 서핑은 가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지난 세월로 가 볼 수 있게 해 준다. 요즘은 이따금 '하모니카'나 'harmonica'를 검색해 보면서 회상한다.

누구나 있을 법한 학창 시절 하모니카 추억. 소풍 가서 장기자랑이 벌어지면 하모니카를 꺼내 불던 녀석이 어찌 그리 멋있었던지. 또, 서부영화 속에서 울리던 카우보이의 하모니카 소리는 얼마나 서정적이었던가. 말 잔등에서 벗겨낸 안장을 땅 위에 놓고 거기 기대 누워 밤하늘의 별빛 아래서 부는 그 곡조. 사나이의 투박한 손에 싸인 것에서 흘러나오는 여린 멜로디. 나도 언젠가는 이 악기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절에는 지금의 만원대 하모니카도 쉽사리 지닐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나는 중년이 되어서야 하모니카를 손에 넣었다. 업무에서 벗어나 외국에 한 해쯤 가 있을 때, 틈을 내어 성인교육센터에 등록하고 열 구멍 짜리 하모니카를 배웠다. 순하디 순한 미국인 청년 선생의 하모니카반 생도는 셋밖에 없어, 노숙자 신세를 겨우 면한 듯한 그의 빈궁이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그래도 사부의 하모니카 솜씨는 기막혔다. 내 하모니카 공부는 반음 내기를 간신히 하는 것을 거쳐, 멋진 곡 '셰난도아' 연습에서 조금 맴돌다 말았다. 그마저 다시 이어진 바쁜 생활로 다 잊어버렸다.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웹사이트를 통해 자기가 편한 시간에 하모니카를 배울 수 있다. 하모니카 곡을 무료로 또는 유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나는 '하모니카'나 'harmonica'를 치면 쏟아지는 수많은 국내외 하모니카 정보를 보면서도 다시 배우는 행동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열의가 줄어서일 것이다. 보고 듣고 그러면서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우면 되지 않나 하고 합리화하는 자신을 본다. 15년전 난생 처음 지니게 된 중국제 호너 하모니카는 기념품으로 남았다.

- 벼룩시장 200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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