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63 ]칼럼니스트[ 2006년 3월 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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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은 건 남도 싫다
박연호 (칼럼니스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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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탤런트 심양홍씨가 우리들과 가끔 어울리는 어느 고위공직 퇴직자에 대해서 이렇게 칭송했다. "그 양반한테서는 사람 냄새가 나. 그 학교 출신 중에 그런 사람이 매우 드문데 말이야. 퇴직하고 70세가 다 되었는데 동료, 선후배들의 사랑을 받아가며 아직까지 현장에서 뛰는 것도 그 분의 덕이 그처럼 깊고 크다는 증거 아니겠어." 그도 중학에서 대학까지 명문으로 일관했는데 그렇게 말했다. 이른바 명문학교 출신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어떠한지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는 말이었다.

'그 학교' 출신치고는 돌연변이라 할 정도로 품성이 넉넉하고 유머감각이 뛰어난 한 동료도 "맞아. 내가 다닐 때 한 학년이 4백80명이었는데 그 중에 인간 같은 놈은 30명도 안 됐어. 물론 나는 인간 축에 끼었지만... 하하하" 하며 심양홍씨 생각을 뒷받침했다. 과장기 섞인 농담이었지만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직장의 어느 후배도 그랬다. "왜 명문학교 출신 치고 사람 같은 사람이 드물어요?. 그 사람들한테 질렸어요" "그런 생각은 당신이나 나처럼 비명문 출신들 마음 속 깊이 깔린 열등감의 발로 아닐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제가 사회나 직장에서 만난 명문출신 대부분은 한결같이 오만하고 독선적이었어요" 포용력은 미미하고 자기들끼리 패거리의식만 강하더라는 것이다. 입시교육에만 매달려 교육의 3대 목표 가운데 하나인 덕육을 소홀히 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요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인성교육 부재가 초래한 현상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모든 것이 자기 위주이다. 명문학교 진학을 위해 학과성적 올리기에 급급하고, 남을 이기려면 물불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살벌한 경쟁심만 부추기는 가정과 학교 분위기 속에서 자기중심적 성격이 강해진 것이다.초중고교에 윤리 도덕 과정이나 과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외어서 답안지 메우는 것에 그치고, 행동으로 옮기는데는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공자가 '내가 원하지 않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 논어 위령공 편)"고 했는데 이런 것도 시험준비용에 불과했다. '다음 말은 누가 했느냐'고 물으면 '공자'라는 답이 기계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암기만 한 것이다.

공자는 제자 자공이 한 평생 신조로 삼을 만한 말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말해 주면서 실천하려면 '서(恕)'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질다' '용서하다'라는 뜻을 지닌 이 글자를 한나라 때 훈고학에서는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의 결합으로 풀었다. 즉 남을 대할 때 자기 마음과 같이 하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남의 처지를 생각한다는 뜻이다. 사자성어로 자주 쓰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처지를 바꾸어 생각한다)와도 같은 말이다.

자공은 수많은 제자 가운데 매우 뛰어났으며 특히 사업수완이 탁월해 요새 같으면 공자문하의 재정담당쯤 되었다. 그처럼 우수하다보니 다른 학우들과 비교하기를 은근히 즐겼다. 이런 제자에게 이 말을 해준 공자의 뜻을 곰곰 되씹어보면 더욱 깊은 의미를 맛보게 될 것이다.

예수도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면 남을 그렇게 대접하라(Do to others as you would be done by. 마태복음 7ː12 누가복음 6ː31)'고 했다. 남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말라는 공자와 대조적으로 상대가 원하는 것을 먼저 하라는 것이다. 더욱 적극적인 가르침이다. 예수가 가버나움 부근의 산에서 설교할 때 했던 말로 기독교 윤리관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를 황금률(the Golden Rule)이라고 하는데 로마 황제 세베루스 알렉산데르가 이 문장을 금으로 써서 거실 벽에 붙여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장을 금으로 썼다는 사실을 넘어 후에는 정신세계의 황금 같은 귀중한 말로 정착되었다.

철강관련업체인 "워싱턴 인더스트리사"를 30년 전 창건, 획기적인 성공을 거둔 존 맥코넬은 성공의 노하우를 배우려 찾아오는 사업가, 행정관료들에게 황금률 실행이 성공비결이라고 말한다. 즉 자기 회사는 황금률회사고, 황금률은 자기 삶의 방식임을 역설하고 있다. 남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로 일관했더니 성공은 저절로 찾아오더라는 것이다.

유대교에서도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라'고 가르치며 그걸 실천하면 나머지 모든 것들은 자연스레 해결된다고 강조한다. 불교 역시 '내게 고통을 주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을 상처 입히지 말라'고 가르친다.

이런 것들을 입시 대비가 아닌 실행에 중점을 두어 교육했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처럼 각박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초중고교 시절은 단순기억력이 강하고 감성이 예민해 선생님이나 부모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많이 받는다. 이런 과정에서 학업경쟁도 필요하지만 같은 학우나 이웃의 슬픔, 어려움은 곧 나의 고통이요, 기쁨 역시 내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체질화하도록 적극 교육했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한결 나아졌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 보니 비인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간들만 잔뜩 배출하고 말았다.

    '교육마당 21' 2006년 3월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