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61 ]칼럼니스트[ 2006년 3월 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글보기 | 거시기머시기 | 손님칼럼 | 배달신청 | columnist.org(홈) |

사진촬영예절(Photiquette)을 지킵시다

이재일 (정보통신 칼럼니스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netporter


휴대폰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생긴 신조어가 바로 모티켓(Motiquette)이다. 이 용어는 이동통신을 뜻하는 모바일(Mobile))과 에티켓(Etiquette)을 결합한 것으로 휴대폰을 쓰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기본예절을 말한다.

모티켓이라는 용어가 탄생한 것은 공공장소에서 휴대폰을 걸고 받을 때의 행태가 예절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만약 모든 사람이 예의 바르게 휴대폰통화를 한다면 이런 용어는 생길 리가 없는 것이다.  

지하철을 타보면 "가급적 전동차 내에서는 휴대폰을 진동모드로 해놓고, 부득이한 경우 통화를 할 때는 작은 목소리로 하라"는 안내방송이 수시로 들린다. 하지만 이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얼마나 되고, 방송내용대로 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요즘은 덜하다고 하지만 아직도 공연장이나 영화관 안에서 휴대폰통화를 하는 사람이 많다. 공부시간에 휴대폰 벨소리가 나는 바람에 혼이 나는 학생도 적지 않다. 심지어 의료기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의 휴대전화 사용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현재 휴대폰을 갖고 있는 사람은 3천800여만 명이다. 그런 만큼 휴대폰 예절, 즉 모티켓을 확립하는 일은 절박한 숙제라고 할 수 있다. 한 조사에서는 94.5%가 "휴대전화 때문에 영화관람을 방해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9명이 넘는다.

각 언론사와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모티켓 지키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못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휴대폰 사용이 보편화된지 10년이 채 안 되었는데도 우리의 모티켓은 뿌리를 뽑기 힘들 정도로 고질화되었다고 하겠다.

모티켓이 엉망인 상황에서 우리를 걱정케 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카메라폰(폰카)과 디지털카메라(디카)를 갖게 된 사람이 크게 늘어나면서 촬영할 때의 예절이 형편없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촬영에티켓'이 엉망이라는 얘기이다.  

대표적인 경우를 들면 공연장에서의 사진촬영이다. 젊은이들을 위한 음악공연은 괜찮지만 연주회나 연극을 보면서 디카나 폰카로 촬영하는 것은 그야말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번쩍! 하는 순간 공연장 분위기는 엉망이 되어버린다. 휴대폰 통화에다 촬영까지 하고 있으니 모처럼 공연을 보러온 사람들은 기분을 잡칠 수밖에 없다.

결혼식장 같은 곳에서도 불쾌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최근 디카를 갖게 된 사람이 많아지면서 결혼식장에는 유달리 사진 찍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이들은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 아무 거리낌없이 전문사진사들과 함께 이 장면, 저 장면을 촬영한다.

결혼식은 한 쌍의 젊은 남녀가 짝을 이루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의식이다. 그런 만큼 하객들은 경건한 자세로 자리에 앉은 채 결혼식을 지켜보며 이들의 앞날을 축복한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와는 관계없이 비전문가가 조그마한 디카 하나를 달랑 든 채 신랑신부와 주례 주변을 빙빙 돌며 사진 찍는 모습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큰 재주라도 되는 양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른 손으로 촬영하는 사람을 보면 은근히 화가 치밀기도 한다. 너무 성의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식장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든다. 이런 모습은 결혼식 분위기를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디카의 장점은 누구나 찍기 쉽다는 데 있다.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내가 찍고 싶은 장면을 쉽게 찍을 수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중요한 예식이 진행될 때는 촬영하는 자세는 조심스러워야 할 것이다. 분위기를 해쳐서는 안 될 일이지 않은가.

현재 디카를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폰카를 가진 사람을 포함하면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은 2천만 명은 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티켓 못지 않게 사진촬영 예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촬영에 필요한 예절을 영어로 말하면 포토그래픽 에티켓(Photographic Etiquette)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줄이면 포티켓(Photiquette)이 된다. 이제 휴대폰과 함께 디카가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시점에서 포티켓을 확립하는 일이 시급하다. 우리사회의 모티켓이 형편없는 것도 일찍부터 손을 쓰지 않았기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06.3.6>

서울칼럼니스트모임 http://columnis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