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51 ]칼럼니스트[ 2006년 1월 1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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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더티플레이

이재일 (정보통신 칼럼니스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netporter


청와대가 지난 16일부터 '네이버' '다음' '파란' 등 국내 3대 포털사이트에 자신의 블로그를 일제히 개설했다. 이 사실은 국내 온·오프라인 신문과 방송에서 나란히 보도되었다. 이제는 청와대까지 블로거가 되었으니 바야흐로 '블로그 전성시대'임을 실감하게 된다.

일부 신문은 이 일을 두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나 대부분의 신문들은 담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청와대가 블로거로 변신한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를 못 느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 일이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블로거로서의 청와대 모습에서 조지 오웰이 말한 '빅브라더(Big Brother)'의 실체를 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블로거 청와대'를 빅브라더로 인식하고 섬뜩한 느낌을 갖는 것은 필자만의 과잉반응일까.

블로그는 힘있는 자의 것이 아니라 힘없는 자들의 것이다. 힘도 없고 돈도 없는 '어진 백성'들이 자신의 생각을 간섭받지 않고 털어놓는 열린 공간이다. 애초부터 힘없는 스몰시스터(Small Sister)들이 힘센 빅브라더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 블로그이다. 그런데 견제대상인 청와대가 도리어 견제자인 블로거가 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블로그야말로 힘센 자가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공간이다. 힘센 자가 블로그세상에서 설치는 것은 평등의 사이버세계에서 현실세계에서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 그러니까 청와대가 끼어 들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일을 목격하고 있다.

블로그를 '1인 미디어'로 칭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작지만 강한 언론매체로서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하나의 힘은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합치면 얼마든지 국가권력, 재벌권력, 언론권력과도 대항할 수 있는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블로그이다.

지금 국가 최고권력기관이 청와대가 스스로 블로거가 된 채 말도 안 되는 연극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는 나름대로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우면서 "나도 블로거"라고 소리치고 있다. 이런 광경을 보고는 쓴웃음이 나다가도 소름이 끼친다. 앞으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누가 안다는 말인가.

듣자 하니 이런 일은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며, 아직 다른 나라에선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블로그는 힘없는 자의 것이지 힘있는 자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청와대는 블로그의 위력이 세다고 해서, 그것이 욕심나서 스스로 블로거가 되어 괴상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블로거로 변신하여 블로그세상에 뛰어든 것은 마치 대학생이 초등학생들끼리 노는 곳에 와서 왕초노릇을 하려는 것과 같다. 헤비급 선수가 체급을 무시한 채 플라이급선수와 복싱경기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것은 엄연한 규칙위반(?)이다. 페이플레이가 아니라 더티플레이이다.

어느 나라에도 찾아 볼 수 없는 희한한 블로그-. 청와대가 혹시 이게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것이라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서 빨리 규칙을 위반한 사실에 대해 사과하고 블로그세상에서 떠나야 한다. 청와대는 비열한 더티플레이를 당장 그만 두어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http://columnis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