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44 ]칼럼니스트[ 2005년 12월 2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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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한 해, 이메일로라도 안부를
박강문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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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들은 우편물 집배원의 말. "전에는 이 때쯤이면 단풍 든 것 같았는데..." 집배 가방 속 우편물 이야기였다. 색색 봉투 속의 크리스마스나 연하장에 적혔을 고운 사연들, 그 정겨움을 배달하던 지난 시절을 생각하면, 고지서나 홍보우편물로 가방이 차는 요즘 세상이 각박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나이 지긋한 그는 말했다.

내 경우만 해도 연하장 보내던 때가 아스라하게 느껴진다. 옛날에는 연하장 홍수라 할 만큼 받는 것이 많아 "이 거 국가적 낭비 아냐?" 어쩌구 하며 건방을 떤 때가 있었다. 그 때가 그리울 지경으로 내게 오는 연하장도 이제 몇 통 되지 않는다.

휴대전화나 이메일로 바로바로 처리해 버리는 시대가 되니 연하장 쓴다는 것이 아주 구식인 듯 느껴진다. 그렇지만, 보내는 데는 게으르면서도 받으면 기분 좋은 것이 연하장이다.

육필로 쓰는 연하장 만큼은 정감이 덜하겠지만 이메일로라도, 오랫동안 소식 왕래가 없던 친구나 친지에게 송구영신의 인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나지 못하고 서로 소식 전하지 못한 채 한 해 두 해 가다 보면, 서로에 대한 기억이 차차 엷어져 버리고, 더 세월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된다.

세월의 흐름은 빠르다. 언젠가 서울 종로 5가에서 오랜 만에 우연히 만난 친구가 손을 꼭 잡고 점심을 함께 하자고 했으나 내게 좀 바쁜 일이 있어 사양했더니, 그가 한 말이 이랬다. "그래 바쁘겠지. 지금 '이따 봐.' 하고 헤어지면 10년이야." 가볍게 들은 이 말이 지나고 보니 정말 맞았다.

너나없이 모두 황급히 가는 인생길, 맺은 인연을 지켜 가는 것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빠서 소식 전하지 못하고 살았더라도, 한 해가 끝나기 전에 이메일로라도 점찍고 가면, 인연의 줄은 이어질 것이다.

- 벼룩시장 200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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