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41 ]칼럼니스트[ 2005년 12월 1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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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를 다시 생각한다

임영숙 (서울신문 논설고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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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석 서울대 연구팀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논문과 관련한 파문은 갈수록 혼란스럽다.“황교수팀의 줄기세포는 없다”는 주장과 “분명히 줄기세포를 만들었고 줄기세포를 만들수 있는 원천기술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 사이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가리기가 어렵다.어느쪽으로 결론이 나도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이번에 확실히 드러난 것은 황 교수가 과학자로서,더우기 인간 생명을 다루는 과학자로서 윤리의식에 철저하지 못한 태도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원론적인 것이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국제표준에 걸맞는 검증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황교수 논문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검증을 요구한 서울대 소장 교수들은 바로 이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국가적 혼란이 야기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세계 유수의 대학에서는 상설 연구윤리국을 두고 과학자의 연구 윤리에 대한 감시활동을 하고 있는데 국내 어느 대학에도 그런 기구가 설치돼 있지 않다는 것은 큰 문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생명과학 연구윤리의 재정립이다.사실 이번 사태는 이 문제를 너무 소홀히 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지난 8일 한 신문의 창간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85% 정도가 황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윤리논쟁과 관련,난치병 치료를 위한 것인 만큼 연구과정을 문제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황 교수는 물론이고 대다수 국민이 결과가 좋으면 과정 쯤이야 상관 없다는 태도를 가졌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해도 과정을 그렇게 무시해서는 안된다.황우석 열풍에 가려 거의 외면당했던 목소리들을 다시 주의깊게 들어 볼 필요가 있다.여성계 일부에서는 배아줄기 세포를 만들기 위해 배란촉진 호르몬을 투입하고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여성 건강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매월 한개씩 배란되는 난자를 한꺼번에 여러개 채취하려면 적어도 보름이상 걸리고 그 과정에서 질식 초음파를 통해 난자가 잘 자라고 있는지 관찰하면서 적당한 시기에 기다란 주사바늘로 질벽을 통과해 난소에서 난자를 채취한다는 것이다.이러한 난자 채취과정에서 여성 몸이 온전할 수 없다는 얘기다.전문의들은 심한 경우 난소암이나 불임,사망에 이를수도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난자 기증은 헌혈과는 다르며 “매월 생성됐다가 없어지는 그깟 난자를 쓰는데 뭐가 문제냐”고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이다.이에 대한 충분한 사전설명 없이 여성의 난자 기증을 유도한다면 여성의 몸을 모르모트처럼 실험용 도구로 사용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실용화 단계에 이르러 많은 난자가 필요할 때 여성의 위치는 어떻게 될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이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자체가 지닌 본질적인 윤리문제를 다시 생각해 볼 때이다.배아복제는 인간복제의 전단계이다.인간복제와 관련해 연구자들은 불가능한 일이며 가능하더라도 복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복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따라서 배아줄기세포 연구 보다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대안이 되어야 한다.난치병 환자 치료를 위해서도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배아줄기세포에 의한 난치병 치료의 실용화는 10∼15년 후에나 가능할것으로 전망되지만 성체줄기세포에 의한 난치병 치료는 이미 임상치료단계에 진입했다.

 -(2005년 12월17일자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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