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37 ]칼럼니스트[ 2005년 12월 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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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은 지금 당나귀 세상
박강문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parkk


우리 주변에서 당나귀는 아주 보기 힘들다. 기르는 데가 거의 없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본 당나귀로는 화가 운보 김기창이 살았을 때 그의 집 대문간에 매인 것 말고 더 있지 않다. 이렇게 희귀한 당나귀가 웹에서는 넘쳐난다.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 '당나귀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온 게 이미 옛날이라는데, 웬 당나귀들인가.

검색 사이트에서 ‘당나귀’를 치면 당나귀 사이트가 줄줄이 끝없이 나온다. 이 사이트들은 대부분 도메인 이름에 donkey가 들어가 있지만, 말과에 속한 통굽 짐승과는 관련이 없다. 이곳들의 공통점은 ‘당나귀’로 불리는 edonkey2000.exe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emule.exe라는 것도 있는데, mule이 암노새를 뜻하는 프랑스말인 것을 보면 똑같은 프로그램이거나 모방품일 것이다. '당나귀'는 끼리끼리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p2p(peer-to-peer) 프로그램이다.

‘당나귀’ 프로그램은 미국의 한 회사가 만든 것인데 mp3 파일을 공유하게 하던 ‘소리바다’와 비슷하다. ‘소리바다’가 음악저작권 보호 시비에 걸려 맥을 못 추자, 공짜 즐기던 네티즌들 사이에 ‘당나귀’가 2002년 이후 퍼져 갔다. 이것으로는, mp3 음악파일만 낚을 수 있던 ‘소리바다’와는 달리, 각종 오디오 파일 뿐만 아니라, 영화와 만화 등 동영상까지 길어올 수 있다. 그래서 음악 파일의 무단 유통과 함께 음란 영상의 유포라는 문제도 안고 있다.

당나귀 사이트 가운데는 이 편리한 '당나귀' 프로그램을 어떻게 잘 이용할 수 있는가를 일러주는 순수한 곳도 있지만,‘당나귀’ 프로그램의 영향력에 기생하는 영리 사이트가 훨씬 많다. 그런 사이트는 '당나귀' 프로그램의 인기가 하도 높으니까 그것을 미끼로 내걸었을 뿐이고, 자기네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도록 유도하여 가입비를 받는데, 대개는 도색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여 주는 곳이다. 양 머리 내걸고 개고기 파는 격이다. 어쨌든 웹은 지금 당나귀 세상이다.

- 벼룩시장 200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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