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33 ]칼럼니스트[ 2005년 11월 1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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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임영숙 (서울신문 논설고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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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진정 동북아의 균형자가 된 것일까?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매일 열리고 있는 한반도 주변 4대국과 한국의 정상회담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균형자론을 떠올리게 한다.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정상이 동시에 한국에 모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물론 연쇄 정상회담은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가 열리고 한국이 의장국이어서 이루어진 일이다.따라서 한국의 균형자 역할을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할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올해 초 제시한 균형자론은,세력균형자 역할은 패권국이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과대망상이란 비판을 받았다.미국과 중국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그러나 동북아,더 나아가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새로운 역할은 그 명칭에 상관 없이 분명 필요한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질서가 다시 짜여지는 격변기에 들어섰음을 연쇄정상회담을 통해 더욱 실감하게 된다.또 APEC회의가 끝난 다음 12월에는 쿠알라룸푸르에서 동아시아 정상회의가 역사상 처음 열리게 된다.중국과 러시아의 대륙세력,미국과 일본의 해양세력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한반도는 동북아 질서 변화의 소용돌이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것인가.

 공교롭게도 서울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16일 교토에서는 미·일 정상회담이 열렸다.한·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중국의 시장경제지위(MES)를 받아냈다.그는 “한·중 수교 이후 양국관계가 가장 좋은 시기에 진입했다”며 한국에 대한 각별한 친밀감을 표시했다.국회 본회의에서 연설 하고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한편 미·일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의 밀월관계를 재확인했다.그리고 별도의 ‘아시아 정책’ 연설을 통해 한국과 대만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높이 평가하는 한편 중국에 대해 정치적 민주화와 종교적 자유를 강력히 촉구했다.미·일 동맹의 대 중국 견제 측면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그의 연설은 동북아에서 거대한 초승달 식으로 미국 일본 대만 인도를 엮어 중국을 견제하는 신냉전구도의 대두를 염려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을 상기시켰다.

 17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 동맹관계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인식을 재확인했다.‘동맹·동반자 관계를 위한 전략협의체’라는 장관급 대화 출범에도 합의했다.부시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고 통일에 이르는 과정도 언급했다.“한·미 관계가 지금보다 좋았을때는 없었다”는 것이 부시 대통령의 풀이다.한·미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일련의 정상회담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두 나라 모두 화려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실질적으로 한국을 필요로 하고 있다.그것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 뿐만 아니라 부시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 따른 것이다.이 소프트 파워를 활용해 미·중은 물론 동아시아 지역 협력과 평화의 촉진자 역할을 한국이 할 수 있다.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를 대립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세력균형자 역할까지는 못하더라도 교량역할은 할 수 있는 것이다.중국과 일본 사이에서도 한국의 그같은 역할이 필요하다.다만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앞으로 30∼40년 동안은 중국도 감히 도전할 수 없을만큼 계속 될 것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서울신문 200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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