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27 ]칼럼니스트[ 2005년 11월 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딴 글 보기 | 손님 칼럼 | 거시기 머시기 | 배달신청/해지 | columnist.org(홈)
남의 장점 보는 습관을
박연호 (칼럼니스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ynhp

근년에 어느 모임의 국내답사여행 총무를 맡았다. 집행부는 회장을 포함 5, 6명이고 참가회원은 40명 정도였다. 적다면 적지만 어느 면에서는 결코 적은 인원이 아니었다.

일이 어렵게 되려고 집행부 요원 한 명이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여행 자체가 불투명해졌으며, 또 한 명은 시간이 나지 않아 빠지니 일손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아예 답사를 취소하자는 자폭론이 나오기도 했으나 다른 선배요원이 아무리 그래도 일이 되는 쪽으로 움직여야지 그렇게 막나가서는 안 된다고 달래 사전답사를 어렵게 마쳤다.

그러나 사령탑이 제대로 추스르지 않아 참가자들의 여행보험 가입, 버스대절, 방문지 시간배정 문제 등이 잇따라 뒤엉켰다. 일을 분명하게 분담시키고, 정확하게 종합하여 누가 봐도 실행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해야 하는데 집행부 요원들끼리도 누가 뭘 맡았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어찌어찌 이끌어 출발은 했는데 예정보다 1시간 늦은 탓에 계속 차질이 생겼다. 게다가 현 회장과 집행부에 대한 전임회장의 비난이 끊이질 않으니 집행부는 죽을 맛이었다. 그래도 꾹 참았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버스 운전사와 얘기를 나누다 기어코 폭발직전에 이르렀다. 그는 목적지가 서해안 어느 지방이며 일정도 1박2일로 알고 있는데 왜 자꾸 반대로 가느냐고 물었다. 어제 밤 회장한테 그렇게 듣고 왔다는 것이다. 이미 취소된 다른 모임의 것을 회장이 실수로 그렇게 얘기한 것이다. 우리 목적지는 중부 내륙지방이며 당일치기인데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치밀하게 지휘해야 할 사령탑이 이 모양이니 도저히 일할 기분이 아니었다. 한바탕 항의를 하고  그만 둘 셈으로 부르르 나서니 전임 총무였던 여성회원이 다가 왔다.

자기도 전임회장과 현 회장 밑에서 몇 번 답사를 맡았지만 늘 이런 식의 문제가 발생해서 골치가 아팠다는 것이다. 그래서 폭발지경까지 간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그들의 장점만을 보며 참았다는 것이다.

“회장이 여러 가지를 어렵고 힘들게 하고 있지만 찾아보면 우리들이 간과하고 있는 장점도 많이 있어요. 그걸 보고 일해야 해요. 단점만 눈에 크게 띄면 힘들어서 절대 못해요. 그러니 꾹 참고 장점을 찾도록 해보세요”

나보다 예닐곱 살 아래로 모든 일을 깔끔하게 잘한다는 정평이 난 여성회원이 자기가 겪었던 고충을 얘기하며 달랬다. 그녀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계속 짜증과 화를 참지 못했던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와 닿는 것이었다.

이어 그녀 말대로 회장의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치밀하진 않지만 밀고 나가는 추진력, 예산에 차질이 생기면 아무 말 없이 사비로 메우던 일, 인사말이라도 늘 고생한다고 격려하던 것 등 이전까지는 으레 그러려니 했던 점들이 부각되었다.

그러고 나니 조금 전까지 도저히 못 참겠던 일들이 사뭇 달라 보였다. 못 풀 것이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다른 요원이 회장한테 항의할 일이 생겨 펄펄 뛸 때는 내가 나서서 그의 장점을 열거할 정도가 되었다. 남의 장점을 열심히 찾는 것은 내가 맡은 일을 쉽게 해주는 지름길이었다.  

그렇게 힘들던 답사를 무사히 끝내고 그 여성회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걸 계기로 회장과는 그 이후에도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무슨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상대의 장점을 보라’던 그녀의 말을 떠올린다.  물론 그게 하루아침에 체질화되지는 않지만 나를 고쳐나가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열 번 중 한번 꼴로라도 노력하면 새로운 내가 되지 않으란 법이 있겠느냐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새마을운동신문’ 10월20일(2005 10)

서울칼럼니스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