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20 ]칼럼니스트[ 2005년 10월 18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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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되어야 할 휴대전화 한글입력방식

이재일 (정보통신 칼럼니스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netporter


워드프로세서로 글을 쓰고 인터넷으로 갖가지 궁금한 것을 검색하고 있는 필자가 최근 '폰맹'을 탈피하기 위해 휴대폰으로 한글을 입력하는 방법을 배웠다. 젊은이들은 잘도 하는 엄지놀림이지만, 나이도 나이인 데다 자주 쓰지 않은 탓에 아직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몇 번 시험삼아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친구들한테 보냈으나 문자로 답신을 해온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그들 모두가 폰맹이기 때문이다. 핸드폰으로 음성 대신 문자를 자주 주고받아야 재미도 느끼고 실력도 늘 터인데 그렇질 못해 아쉬움이 여간 크지 않다.

필자가 그동안 휴대폰으로 '문자보내기'를 하지 않았던 것은 방법이 어려웠기 때문만은 아니다. 휴대폰 제조사에서 채택하고 있는 입력방식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몇 차례 휴대폰을 바꾸는 과정에서 종전의 것과 다르다보니 새로 배우기가 귀찮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겠다.

젊은이들이야 설령 새로 마련한 휴대폰의 문자 입력방식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조금만 공부(?)하면 금세 숙지할 수 있지만, 늙은이들은 사정이 다르다. 무엇을 새로 배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겨우 익혔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니 새 휴대폰의 문자입력 방식이 조금만 달라도 쉽게 포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통용되고 있는 휴대전화 한글문자 입력방식은 모두 6가지라고 한다. 삼성전자는 '천지인', 팬택 계열은 '한글사랑'과 '스카이Ⅱ', LG전자는 'ez한글', VK는 '승리한글', 모토로라는 '모토로라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방식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한글입력방식이 각양각색인 이유는 한글입력 시스템이 특허사항이기 때문이다. 당초 한글 입력방식이 가장 편리하다고 평가받는 S사의 '천지인' 입력시스템에 대해 다른 경쟁사들이 라이선스를 맺을 것을 제안했으나 S사는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휴대폰 단말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S사가 경쟁업체들에게 자신의 특허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추격을 당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각 단말기 제조사들은 어쩔 수 없이 자체 한글입력시스템을 개발해 자신의 단말기에 적용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메이커마다 입력방식이 서로 다르게 됐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휴대폰의 문자전송 기능은 음성통화 못지 않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점차 장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와 비례하여 입력방식에 따른 불편을 겪는 사람도 크게 늘어나고 따라서 입력방식의 표준화에 대한 필요성도 아울러 증가할 것이다.

만약 컴퓨터의 키보드가 제조사마다 다르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틀림없이 사용자들이 힘을 합쳐 표준화운동을 벌이고, 이에 협조하지 않는 업체의 제품에 대해서는 불매운동까지 벌였을 것이다. 그런데 휴대폰의 경우는 말썽이 없으니 여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마도 자신이 쓰고 있는 단말기의 제조사 제품을 계속 쓰는 경향이 있는 데다 새로운 방식을 접하더라도 쉽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이 먹은 사람들은 조금만 달라도 불편하겠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이 되는 지도 모를 일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휴대폰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정도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경희대 정보통신대학원 진용옥 교수 같은 분은 "조만간 논문처럼 긴 문장을 주고받거나, 전문적인 정보를 검색하는 수준까지 발전해 컴퓨터 기능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런 만큼 하루빨리 한글입력방식을 표준화시켜 휴대전화의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살펴보면 국가차원의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한글입력방식의 표준화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것 같다. 이제는 각기 고정적인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제조사들은 표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자사의 방식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면서 고객들의 이탈을 방지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심스러운 것은 한글과 달리 영문 휴대전화 입력방식은 세계적으로 통일되어 있는데 우리 한글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정보통신 선진국임을 자랑으로 내세우고 휴대폰 사용인구가 3천300명에 가까운 대한민국이 이런 것 하나 통일시키지 못하고 있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PMP(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내비게이션, 와이브로(휴대인터넷) 등이 결합된 휴대전화가 속속 등장하면서 문자입력방식은 더욱 다양하게 진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한번 뒤쳐진 폰맹은 영원히 폰맹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진용옥 교수는 얼마 전 "문자메시지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휴대전화에 의한 '제2의 인터넷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여러 방식의 한글 입력시스템이 혼재한 가운데 일부 국민만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다면, 그것은 남의 나라 얘기가 되고 말 것이다. 한글입력방식의 표준화는 이제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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