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17 [칼럼니스트] 2005년 9월 30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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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왠지 좀?
김소희 (동물 칼럼니스트, animalpark@korea.com )
http://www.animalpark.pe.kr


- 개 vs 고양이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강하고 지혜롭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모든 동물에게 이성적이어야만 한다." -유리 드미트리예프

항상 개와 고양이는 비교의 대상이 된다. 영화 ‘캣츠앤독스(Cats & Dogs)’에서도 고양이는 인간에게 해를 입히는 사악한 악당으로, 개는 그런 고양이로부터 인간을 지키는 충직한 동물로 묘사되고 있다. 고양이 매니아층이 형성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개는 좋은데 고양이는 왠지 좀…’ 이라며 스스로조차도 규명하지 못하는 감정 상태에서 말꼬리를 흐리는 사람이 많다.

왜 이런 종차별이 일어나는 것일까? 아마도, 두 동물이 인간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인 동시에 상반한 행동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손쉽게 비교의 대상이 된 것이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인간에게 길들여지기 시작한 시기의 차이를 들 수 있다. 개는 약 1만 2천년 전인 반면, 고양이는 그보다 한 참 뒤인 3,000-4,000년 사이에 길들여지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함께 한 시간이 짧은 만큼 인간은 개에 비해 고양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어떤 존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 마련이다.

둘째, 두 동물의 타고난 성격 차이도 있다. 개의 조상인 늑대는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이기에 우리 인간처럼 사회성이 발달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개들은 잠시도 혼자 있지 않으려 한다. 본능적으로 무리와 어울려 먹고, 자고, 놀아야 하는 동물이다. 그러나, 고양이의 조상인 살쾡이는 짝짓기, 새끼 키우는 시기 외에는 독립 생활을 하는 존재이다. 평생 혼자 먹고 자고 생활하는 데 익숙하다.

셋째, 개는 사냥, 양몰이 등에 이용되면서 인간과 항상 생활을 같이 했고, 또 인간이 주는 먹이를 받아 먹으며 살았다. 반면, 고양이는 쥐를 잡기 위한 목적으로 지붕이나 광 등에 풀어서 반야생적으로 키워졌고 그 만큼 인간의 생활에 덜 익숙해진 종으로 볼 수 있다. 애묘가들조차도 ‘과연 인간이 고양이 길들이기에 성공했는가?’라고 물을 만큼 고양이는 “완벽하게 인간의 소유”가 된 적이 없다. 가축화된 여러 동물들과는 달리 ‘통제할 수 없다’는 바로 이런 점이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좋아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넷째,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행동학적, 신체적 특성(인간과는 너무 다른)들은 한 때 사람들로 하여금 고양이를 마법과 예시, 예언 등의 사상과 연결지어 생각하게끔 했다. 어둠 속에서 큰 눈은 확장되어 번쩍이는 불빛을 만들어 냈고, 거울같은 망막은 머리털을 쭈뼛서게 하는 환영으로 보였다. 모두가 잠든 밤길을 소리없이 방황하는 야행 습성 역시 두려움을 자아냈다.

다음 편에서는‘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고양이의 비밀들을 파헤쳐 본다.

- [KTF 드라마클럽] 200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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