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10 [칼럼니스트] 2005년 9월 8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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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공부를 시켜야 한다?
김소희 (동물 칼럼니스트, animalpark@korea.com / http://www.animalpark.pe.kr)
http://columnist.org/animalpark


약 1만 2천년 전, 조상이자 동료였던 늑대를 버리고 인간을 택했던 개는 훗날 카니스 루푸스 파밀리아리스(Canis Lupus Familiaris)라는 학명을 얻었다. 늑대의 학명 뒤에 ‘가족’이란 단어가 덧붙여진 것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 중 학명에 가족의 의미가 들어간 것은 오직 개 한 종(種) 뿐이다. 학명이 말해주듯, 오늘날 개는 애완동물(pet animal) 대신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 칭송 받으며 인간 가족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있다.

왜 개도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것일까? 현대 사회의 개는 인간이 그렇듯 좁고 복잡한 콘크리트 밀림 속에서 각양각색의 수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 그들과 잘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 및 예의 범절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자식이 버릇없이 자라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길 바라는 부모는 어디에도 없듯, 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잘 사회화시키고 잘 공부시켜야, 개 스스로도 평생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주인도 반려 동물과의 행복한 유대감을 만끽할 수 있으며 타인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다행히, 개들의 세계에도 ‘배움에도 때가 있다’는 말이 존재한다. 생후 5-12주의 기간을 ‘사회화 시기’라고 부르는데, 이 때 배운 것(혹은 배우지 못한 것)들은 일생에 거쳐 개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사람은 물론, 개를 비롯한 모든 동물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개성이나 행동 특성 등은 “유전인자”와 “환경(교육 및 경험)”간의 독특한 배합의 결과물인데, 똑 같은 품종임에도 불구하고 옆 집 개와 우리 집 개의 성격 및 행동이 확연히 다른 이유는 바로 어린 시절부터 각자가 다른 환경에서 다른 공부를 하며 자랐기 때문이다.

갓난 아이는 백지 상태로 태어나며 그 위에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는 부모의 손에 달렸다는 말은 강아지와 그 주인에게도 적용된다. 귀엽다는 이유로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며 키운 개는 훗날 욕구 불만에서 오는 좌절감을 이겨내지 못해 주인에게 공격성을 보이게 되기도 하고, 반대로 충분한 애정과 관심을 받지 못하며 자란 개는 세상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개로 성장하기도 한다. 나머지 기간들도 중요하지만, 특히 생후 5-12주를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가 백지에 가까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때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개는 물론 주인의 삶도 달라진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르쳐 주어야 할까? 먼저, 세상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사랑과 관심으로 강아지를 대해야 ‘아! 사람이란 다정다감한 존재구나!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곳이구나!’라는 긍정적 사고를 가진 건강한 성격의 개가 된다. 그 외에 화장실 사용법을 비롯해 목욕 및 털손질 등에 익숙하게 하는 것, 함부로 물건을 물어뜯거나 식탁 위로 뛰어오르지 못하게 하는 것 등 집 안에서 지켜야 할 작은 규칙들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외출 시 목줄에 익숙하게 하는 것, 사람들에게 함부로 달려들지 못 하게 하는 것 등 타인을 대할 때 갖추어야 할 예의 범절도 가르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든지 개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도록 몇 가지 기본 명령어를 훈련시켜두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고, 개 한 마리 키우는 일이 왜 이리 복잡하냐고? 애견 문화가 다른 문화에 비해 더 까다로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각오도 없이 ‘그저 너무 예뻐서, 그저 유행이니까, 그저 외로워서’라는 이유로 충동적으로 강아지를 입양한 경우에는, 인간과는 다른 종이기에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이겨내지 못하게 된다. 유기견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상태에 이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더군다나 개를 비롯한 동물도 인간처럼 슬픔, 고통, 기쁨 등의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신나게 놀고 있는 개의 몸에서는 도파민(기쁨을 느낄 때 사람의 몸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어미의 몸에서는 옥시토신(모성애, 또는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분비되는 물질)이 분비된다. 개는 찌그러진 세숫대야에 밥을 먹고 싸구려 목걸이를 걸어도 아무렇지 않다. 주인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그로 인해 맺어진 ‘끈끈한 유대감’만 있다면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하다. 그게 바로 ‘개’다.

- 현대상선 사보 <바다소리> 2005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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