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09 [칼럼니스트] 2005년 9월 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딴글보기 | 거시기머시기 | 손님칼럼 | 의견함 | 배달신청 | columnist.org(홈)
인터넷은 민주주의의 전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나 (1)

이강룡 / 웹칼럼니스트 http://readme.or.kr

민주주의의 이념이 완전하게 실현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다수결의 원리가 민주주의를 지배하므로 필연적으로 현실과 이상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수결은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이것을 잊는다. 소수의 권익은 다수의 행복, 행복의 총량 속에 묻혀지며, 다수는 침묵한다. 다수가 침묵한다는 것은 곧 그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미디어의 침묵이다. 미디어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살펴보는 것보다 그들이 무엇에 관해 침묵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더 낫다.

소수는 할 말이 있어도 하소연 할 곳이 없었다. 미디어는 그들 편이 아니었다. 인터넷의 등장은 이들에게 하나의 가능성이며 희망이었다. 다양한 미디어가 등장했고, 비록 소규모일지라도 개인 홈페이지를 비롯한 여러 웹사이트와 게시판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소수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다. 고발 매체로서의 인터넷은 은폐되어 있었던 사회의 곪은 부위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인터넷은 민주주의의 이상이 현실에 적용될 때 발생하는 여러 부작용 중 하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인터넷의 다양한 의견들은 몇 개의 주요한 통로로 수렴되었다. 인터넷 언론으로, 그리고 인터넷 언론의 미디어 기능을 서서히 잠식한 포털 사이트로 집중되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되었다. 포털의 저급한 뉴스 편집, 질 낮은 여론 조사, 쓰레기 댓글 게시판은 재미 지상주의, 편의 중심주의에 갇혀 버렸다. 포털 속에서 인위적으로 조장된 이른바 네티즌 여론은 당연히 민주주의의 전개와는 전혀 무관하다. 오히려 종종 그것을 위협한다.

그러면 인터넷은 민주주의의 전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오프라인에서 실현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려웠던 소수 의견의 전달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이른바 '네티즌 여론'에 관해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은 여러 사정으로 묻혀졌던 생각들 또는 새로운 의견들이 다양하게 제안되는 공간이어야 한다. 어떤 사안에 정해진 하나의 여론이 있을 수 없는데, 미디어들은 언제나 다수의 의견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그것이 절대다수일 경우에는 더 좋았다. 설사 그것이 마녀사냥이 된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들에게는 든든한 다수의 후원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론을 만들고 싶다면 포털이나 인터넷 언론들의 천박한 여론몰이와 너절한 여론 조사에 참여하지 말고 그 의견을 당신의 홈페이지에 오랫동안 꾸준히 게시하라. 그리고 의견을 같이하는 이들과 연대하여 같은 관점을 표명하라. 10년간의 실험을 통해 얻은 하나의 중간 결론은, 현재의 인터넷 환경은 토론 공간이 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그 대신 좋은 토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적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인터넷 만능주의에서 벗어나면 반드시 인터넷 토론의 미련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논쟁하지 말고 더 좋은 대안을 꾸준히 제시하라. 이 때에 전혀 터무니없는 의견들은 스스로 소멸될 것이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여러 의견들은 모두 평등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계량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 단계에서 오프라인은 온라인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민주주의는 극단주의를 경계하며 전개된 상대주의 사상이다. 인터넷 민주주의도 물론 그러해야 할 것이다. 극단주의, 다수결 맹신을 견제하고 비판하지 않는다면 인터넷이라는 도구는 오히려 자유를 억압하는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주의의 전개에 기여할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훌륭한 도구를 만들었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면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 <미디어오늘>

서울칼럼니스트모임 http://columnis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