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205 ]칼럼니스트[ 2005년 9월 2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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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휴대품은 훌륭한 재활용품


이재일 (정보통신 칼럼니스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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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보통신협회 산하 핸드폰찾기콜센터가 최근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휴대폰 사용자 3명중 2명(63%)은 사용하던 휴대폰을 최소한 1대씩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만6천832명의 응답자중 1대를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8천216명(22%), 2대는 6천114명(17%), 3대는 4천199명(11%), 4대는 2천957명(8%), 5대 이상은 1천596명(4%)이었다.

이 조사결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휴대폰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 지를 말해주고 있다. 문제는 쓰지 않게 된 중고휴대폰, 즉 폐폰이 계속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휴대폰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행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휴대폰은 배터리를 포함한 단말기에 납과 카드뮴, 비소, 아연 등 유해금속이 들어있다. 이를 쓰레기장에 버리거나 소각할 환경을 오염시키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사회단체가 나서서 폐폰을 수거해 보호시설 같은 곳에 기증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폐폰을 재활용하는 동시에 환경도 보호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콜센터의 조사에서 64%(2만3천708명)가 쓰던 휴대폰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에 기증할 생각이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쓰던 휴대폰을 버리기가 아까워서 갖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경우 별 생각 없이 종전에 쓰던 것을 그냥 집에 놓아두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3천7백여만명이다. 위의 조사결과를 보면 10명중 4명(40%)이 2대 이상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전체 휴대폰 수가 적어도 6천만대는 될 것이고, 이 가운데 장롱 속에 들어앉은 폐폰은 2천만대가 넘지 않을까 싶다.

필자도 휴대폰을 3개나 갖고 있다. 하나는 지금 쓰고 있는 것이고, 다른 것은 맨 처음 쓰던 것을 기념으로 갖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딸아이가 쓰던 것으로, 이 휴대폰의 번호가 너무 좋아 때가 되면 남에게 줄 생각으로 ''일시 사용중지''신청을 해놓은 상태이다.

3년 전 환경연구단체인 인폼의 최근 조사한 바로는 미국인들이 해마다 1억3천만개의 휴대폰을 버리고, 무게만도 6만5천t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미국에서 한해동안 버려지는 휴대폰 단말기는 5억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필자가 처음 휴대폰을 산 것은 지금부터 7년 전인 1997년 10월이다. 크기는 현재의 것보다 꼭 2배만한 것으로 지금 보면 촌스럽지만 당시에는 아주 조그맣고(?) 예뻤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크기가 거의 무전기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앙증맞기까지 했다.

그동안 단말기를 3번 바꾸었다. 이 정도는 적은 편에 속할 것이다. 27살짜리 딸아이는 1998년부터 휴대폰을 쓰기 시작한 이후 그동안 5번 이상 기변(機變)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의 한 친구는 자주 잃어버리는 데다 업그레이드하느라 7∼8번이나 바꾸기도 했다.

휴대폰 사용자들이 이처럼 단말기를 계속 바꾸게 되는 것은 제조업체들이 다양한 기능의 새로운 모델을 꾸준히 내놓아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18∼24개월마다 새 휴대폰을 구매하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환경부는 폐폰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올해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를 본격 시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부터 산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와 함께 수원시와 서울시를 대상으로 폐폰 무료 수거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수원시는 월평균 5500대, 서울시는 월 14만대의 수거실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페폰의 전체 발생량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라고 하겠다.

''사람들은 휴대폰을 특별한 것으로 여기거나 거기에 감상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낡은 휴대폰을 재활용품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 재활용은 생산자와 소비자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휴대폰반환포럼(MTF: Mobile Takeback Forum)의 실무책임자 피터 하인이 한 말이다.

폐폰을 재활용하면 금, 은, 팔라듐, 로듐, 구리, 코발트 등 고가의 금속을 회수할 수 있어 경제성이 크다. 그러나 피터 하인이 지적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폐폰을 재활용 물품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당국에서 벌이고 있는 수거작업이 생각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폐폰 재활용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들은 ''장롱 속에 있는 휴대폰을 꺼내면 복지와 환경을 동시에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폐폰을 수거해서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은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이 되고, 이는 자연적으로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것이 된다.

다행히 일부 언론사와 이동통신사, 단말기 제조회사, 포털사이트, 시민단체 등에서 폐폰 재활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포털사이트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펴면 네티즌들의 참여율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안 쓰는 휴대폰을 집에 놓아 둘 필요는 없다. 좀 아깝더라도 장롱 속에 놓아두지 말고 재활용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휴대폰이야말로 훌륭한 재활용품이라고 하지 않는가. 기왕이면 하루 빨리 폐폰의 수거 및 재활용을 전담할 공공기관이나 민간기구가 발족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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