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199 ]칼럼니스트[ 2005년 8월 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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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활한 일상복귀를 위해
박연호 (칼럼니스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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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는 일상 또는 일터를 잠시 벗어나는 것이다. 치열한 일상의 최전방에서 약간 후방으로 물러난 무장해제 기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무장해제가 아니라 자신을 정밀하게 점검하여 수리할 것은 수리하고 기름칠한 부분은 기름칠하는 등 여러 가지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때다.

하지만 이런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거나 그 과정에 차질이 생기면 휴가후유증이 따른다. 피로와 무력감이 그 대표적 증세로 대부분 며칠 안에 털어내지만 그렇지 못해 한참 고생하는 이들도 있다. 생활리듬이 쉽사리 회복되지 않고 일손이 설어 집중력도 떨어진다.

신체적 후유증은 의사나 전문가들의 가시적인 도움을 받아 치유하면 되지만 정신적 증상은 이와 달라 남의 도움보다 자신이 해야 할 몫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쉬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휴가를 휴가답게 보내지 못한다. 휴가와 일상, 느긋함과 게으름 같은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데 서투르다. 늘 초조하고 자질구레한 걱정이 많으며, 걱정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두서가 없고 막연하다.

휴가중에도 회사 일을 걱정하는가 하면 도중에 발생하는 예상 밖 상황들을 느긋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휴가의 본 뜻을 충분히 음미, 돌발적 상황이나 일탈에 여유있게 대응하고  그보다 더 나아가서는 재미있는 경험으로까지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럴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자세를 유지하는 스스로의 훈련이 부족한 탓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뜻대로 안 되는 일이 10중 8, 9라고 한다. 마음에 맞게 되는 일이 미미하거나 거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무슨 일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으레 그러려니 생각하며 고쳐서 다시 추진하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휴가 마지막 날 밤늦게까지 풀어져 있을 것이 아니라 하루 일찍 돌아와 출근 전날은 집에서 푹 쉬며 늘 떠나지 않는 걱정과 할 일들을 점검해야 한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적어 가면서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렇게 일일이 메모해 가다 보면 두서없고 막연하던 걱정이나 일들의 윤곽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한 해결의 실마리가 나타나고 전체적인 방향이 보인다.  나아가 어떤 것은 애당초 걱정꺼리가 아니었는데 쓸데없이 속을 썩였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나면 갈 길이 확실해진다. 그렇지 않고 밑도 끝도 없이 막연히 '바쁘다' '밀린 일이 많다'고 투덜대고 불평만 하면 갈수록 허우적거리며 자신과 직장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진입로가 좀 밀리고 시간이 없다 해도 무리해서는 안 된다. 거기에도 절대적으로 여유가 필요하다.

군복무시절 총기의 분해 결합을 해본 사람이나 집안의 여러 가지 제품을 뜯었다가 맞춰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먼지와 녹슨 부분을 깨끗이 하고 기름칠해서 결합하려고 하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가 많다. 그래도 차분히 분해의 역순을 따라 맞추면 들어맞는다. 거기서 나온 부품들인데 안맞을 리가 있겠는가. 한두번에 결합이 되지 않는다고 투덜대고 서둘러 봐야 일만 더욱 그르친다.

이처럼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일상 진입을 시도하면 원활하게 되돌아갈 수 있다. 그러면 휴가 전보다 더 새로운 자신감과 활력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휴가 마지막 날 집에서 차분한 시간을 갖는 것은 이를 위한 필수과정이다.

-  삼성화재 '좋은 e친구' 8월호 (2005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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