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198 [칼럼니스트] 2005년 8월 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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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개 성공, 우리집 애완동물도 복제할 수 있을까
김소희 (동물 칼럼니스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animalpark


-애완 동물 복제 산업의 문제점

황우석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개를 복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미 미국에서 애완용 고양이가 복제 판매되고 있는 상황인지라 '스너피'의 공개와 함께 애완견 복제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졌다. 그러나 다행히도 황우석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를 철저히 인간과 개의 질병 치료에만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간 복제에 대한 내용을 담았던 영화 <6번째 날>(The 6th day,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연)의 전반부에는, 애견의 죽음을 못 견디게 슬퍼하는 딸을 위해 애완 동물 복제 업체에 의뢰, 죽은 개를 복제해 선물로 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애견이나 애묘의 죽음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머리 속에 그려본 적 있을 법한 이야기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지 모르지만, 실제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펫로스 증후군으로 고통 받고 있다. 펫로스(pet-loss) 증후군이란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이 극에 달해 병적인 증상을 보이는 경우를 말하는데, 식욕부진과 불면증 심할 경우 과식, 거식, 우울증 등이 나타나며 외국의 경우 전문 치료 센터가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미국에는 죽은 애완 동물을 복제해 주는 회사가 등장해 작년부터 복제 고양이 2마리를 일반인에게 판매했다. 그 회사는 원래 5만 달러였던 고양이 복제 비용을 올해 들어 3만 2천 달러로 할인해 준다는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복제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약 6개월, 체세포 추출 및 배양에 드는 비용은 옵션에 따라 295~1395달러 정도에, 보관료는 연간 150달러라고 한다. 게다가, 복제된 동물에 대해선 1년간 '품질'을 보증하며 '하자'가 생길 경우 환불까지 해 준다고 한다. 이미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애완 동물의 DNA를 보관 신청했다 하니, 수많은 복제 동물들이 길거리를 활보하게 될 날도 시간 문제인 것 같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이 크게 일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주의회의 로이드 레빈 하원의원은 애완 동물 복제를 금지하는 법안(AB 1428)을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과연 애완동물 복제 산업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복제 개, 복제 고양이는 공장에서 찍어낸 듯 '똑같지 않다'

주인들은 복제된 애완 동물이 죽은 자신의 애완 동물과 완전히 똑같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스너피가 공개되자 국내의 수많은 애견인들이 차후에 자신의 애견을 복제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도 그런 기대 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똑같을까? 한 인터뷰에서 미국 수의학협회 보니 비버 회장이 "많은 사람들이 복제 고양이가 원래의 고양이와 같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듯, 대답은 "아니다"다.

왜 다를 수 밖에 없을까? 어떤 동물(인간도 포함해서)의 개성 및 행동 특성은 유전 요인과 환경 요인 간의 복잡한 상호 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일란성 쌍둥이를 예로 들어 보자. 일란성 쌍둥이는 한 개의 난자가 한 개의 정자와 만나 수정된 후 세포 분열 과정에서 2개의 수정란으로 나뉜 경우로, 이 둘은 성별은 물론 양친에게서 받은 유전 형질도 꼭 같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란성 쌍둥이조차도 생김새가 조금씩 다른 것은 물론, 성격 및 취향, 행동 방식 등은 더더욱 다르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환경)이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불과 몇 초라는 시간차를 두고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와는 달리 체세포 복제의 경우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차를 두고 태어나기 때문에 더 큰 환경차가 존재하고, 유전자가 환경과 상호 작용하는 양상도 크게 다를 수 밖에 없다.

최초의 복제 고양이였던 시시(cc)도 원형인 레인보우와 외모는 물론 성격마저 확연히 달랐다. 레인보우의 털은 흰 바탕에 갈색과 황색 얼룩무늬지만, 시시는 흰 바탕에 회색 줄무늬인데다, 레인보우는 내성적인 반면 시시는 호기심이 많고 장난기가 많은 것으로 발표됐었다. 시시를 탄생시킨 텍사스주의 A&M대의 두에인 크래머 박사도 "고양이의 성격을 결정하는 데 유전자만큼 환경도 중요하다"며 "똑같은 DNA를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똑같은 외형을 가진 고양이를 낳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누군가를 마음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이유는 결코 그 대상의 겉모습 때문이 아니다. 상대의 성격, 개성, 특정 자극에 대한 특정 반응, 나를 바라보는 눈빛, 독특한 몸짓, 그리고 그와 함께 쌓아 온 여러 가지 추억으로 인한 정 등 모든 것의 총체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처럼 복제 개가 죽은 개와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굳이 그들을 복제할 이유가 있을까? 되살렸다는 잠시 잠깐의 기쁨 혹은 만족감을 제외한 나머지는, 새로운 개(복제 개가 아닌)를 맞이해 새로운 사랑을 일궈 나가는 과정과 다를 바 없다.

더군다나 성격, 행동 특성 등은 물론 외모마저 다른 경우도 흔하다. 시시의 경우처럼 복제 흑돼지 나돌이도 5 마리 중 한 마리가 4개월 후 완전히 흰색으로 변했다. 황우석 교수는 "시시와 복제돼지 나돌이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복제동물은 흔히 예상하는 바와는 달리 외모에서 원본과 큰 차이를 보인다"며 "복제동물이 복제 대상과 다른 난자, 즉 다른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영향을 받아 태어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복제를 위해 수백마리의 동물이 희생된다

게다가 생명 윤리 차원에서도 생각해 보자. 그 유명한 복제양 돌리가 탄생하기까지 돌리가 될 뻔한 270여 마리의 양들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지? 스너피 역시 최종 복제 성공률은 1.6%로 분석됐다고 한다. 사랑하는 우리집 개를 되살리기까지 그 뒤에 '우리집 개가 될 뻔한' 수많은 개들이 죽어간다면? 주인의 만족감을 위해 억지로 만든 생명들을 죽이는 것은 그 자체로도 비윤리적인 일이다. 진정으로 애견을 사랑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그들의 죽음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마저도 기꺼이 감수하고 이겨낼 것이다.

또, 생명경시 사상도 만연해질 것이다. 영화 <여섯번째 날>의 등장인물들이 너무도 손쉽게 자신의 생명을 포기해 버렸던 것(또 다시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처럼, 어쩌면 사랑하는 우리 집 개는 더 이상 예전처럼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다. 유사시엔 다시 복제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생태계 문제 역시 생각해 봐야 한다. 마음의 고통, 그리움을 이겨내지 못한 주인들이 복제 동물을 선호해 애완동물 복제산업이 큰 수익을 올린다고 생각해 보자. 더 많은 사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가격을 낮춰 경쟁하고 일반인들은 더 많은 복제 동물들을 값싼 가격에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 그 복제 동물이 집을 벗어나 야생으로 뛰쳐나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복제 동물의 생체 기능이 과연 정상적인지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기 때문이다(유의미할 정도의 데이터가 쌓이기까지는 수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비록 외모는 멀쩡할지라도 내부 장기에 치명적 결함을 가진 복제 동물이 길거리의 유기 동물과 교배해 유해 돌연변이가 탄생될지도 모를 일이다(실제 유럽 꿀벌과 아프리카 꿀벌 간의 교배를 통해 살인벌이 태어나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사례가 있다).

또, 유성 생식은 유전자의 다양성을 도모하기 위해(집단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자연이 고안해 낸 방법이다. 체세포 복제를 통해 태어난 개체들은 생물학적 발전도 없고 특정 환경이나 질병 등에 약할 수 있다. 같은 면역 체계를 가졌기 때문에 어떤 질병 하나로 떼죽음을 당하게 될 수도 있다.

애완 동물 복제는 다른 목적의 동물 복제와는 또 다른 문제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멸종했거나 멸종 위기에 이른 종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 혹은 장기 이식이나 치료용 생체 물질 생산 등 인류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과는 다르다.

이번 연구 결과가 애완 동물 복제 산업과 연결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애견인 모두가 복제 애완 동물의 진실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복제 개는 유전적으로 똑같을 뿐, 내가 사랑했던 개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 말이다.

- <오마이뉴스> 200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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