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칼럼니스트] 이명박 시장이 '인디문화'를 짓밟는다고? (이재일) - 제1197호 2005.08.05
No. 1197 ]칼럼니스트[ 2005년 8월 5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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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시장이 '인디문화'를 짓밟는다고?


이재일 (정보통신 칼럼니스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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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카우치'의 알몸공연과 관련하여 이명박 서울시장이 내린 '단속지시'에 대해 일부 단체나 인터넷매체 등에서 대중문화를  말살하는 일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붓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인디밴드들이 차분한 반응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논객으로 꽤 알려져 있는 진중권씨는 "이시장의 지시가 30년대 독일 나치와 70년대 박정희 시대의 문화단속이 떠오른다"며 맹비난했고, 참여정치실천연대는 '친절한 명박씨, 우리를 고발하세요'라는 논평을 통해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는 '이명박 시장, 긴급조치 19호가 그리운가'라는 제목의 글로 이시장을 몰아세웠다. 게다가 '어이없는 퇴폐공연 밴드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라는 부제목까지 붙여 이시장이 못할 짓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퇴폐공연 밴드를 단속하겠다는 것이 어떻게 해서 어이없는 일이란 말인가.

이런 광경(?)을 보는 필자가 도리어 이게 웬일인가 하고 어리둥절해진다. 이시장의 지시에 무슨 문제가 있기에 그들이 이처럼 심한 욕을 하고 있는 것인가. 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 "사회적 통념에 맞지 않는 퇴폐적인 공연을 하는 팀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일제 단속하라"고 말한 것으로 되어있다.

 경찰은 홍익대 부근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30여개 클럽을 중심으로 공연 중 알몸을 노출하는 밴드들에 대한 단속을 벌일 것이라고 한다. 구청에서는 이미 홍대 앞에서 클럽을 운영하는 관계자들을 불러 자발적인 단속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분명한 것은 경찰이나 구청이 "홍대 거리의 독특한 예술문화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최소한의 범위에서 단속을 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이명박 시장은  결코 무리하게 단속해서 엉뚱한 문제를 야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도 진중권씨나 오마이뉴스, 참정연 측은 이 시장의 지지내용을 거두절미한 채 '인디문화'를 짓밟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있다. 이쯤 되면 거의 '폭력'수준이다.

이시장에게 치도곤을 먹이고 있는 이들의 행태를 보면 마치 이시장이 어떤 '실수'를 하기를 기다리기도 한 것 같은 냄새가 진동한다. 누가 봐도 충분히 이해되는 범위에서 지시한 내용을 두고 이렇게 무자비한 비난을 가하는 것을 보면 무슨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만약 '정치적 저의'라면 홍대 앞의 모든 인디밴드들에게 무릎꿇고 사과해야 한다. 야비하게 인디문화의 정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시장은 자신의 발언 때문에 그를 미워(?)하는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자주 당하고 있다. 그가 가끔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그가 한 지시한 내용은 어떤 것이며, 그것이 비난받아 마땅한 실언인지 여부를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보기에는 결코 실언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지시였다. 온 국민들이 한탄하고 있는 '사건'이 벌어진 마당에 서울시장이 "사회적 통념에 맞지 않는 퇴폐적인 공연을 하는 팀을 단속하라"고 지시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처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명박 시장을 비난하는 문화평론가나 사회단체, 인터넷매체의 주장들은 이시장이 마치 "인디밴드는 모두 적발하여 처벌하라"고 말한 것처럼 들린다. 이시장이 겨냥한 것은 '퇴폐적인 공연을 하는 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디문화의 본산지'인 홍대 주변의 모든 인디밴드를 블랙리스트에 넣어라고 말한 것처럼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참정연이 논평제목에 '친절한 명박씨'라는 비아냥조의 표현을 쓴 것은 너무 유치해서 보는 사람의 얼굴이 붉어질 정도이다. 내용도 전혀 논리에 맞지 않다. "공중파 방송에서 노출행위를 한 일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해놓고 "그것이 단속의 근거가 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앞뒤도 안 맞는 강변을 내뱉고 있다.

그리고 '친절한 명박씨'라니…. 정말로 안 어울리는 표현이다. 차라리 '정신나간 이명박씨'이라고 하든가, '파쇼적인 서울시장'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뻔했다. 치기 어린 중·고교생들의 서클이라도 이 같은 수준미달의 논평은 내놓지 않을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또 어떤가.  박모 기자가 쓴 글의 제목에 '긴급조치 19호'까지 들먹였다. 이런 경우는 방안에 들어온 모기를 잡기 위해 사냥총 쏘는 모습을 연상시킬 만큼 어처구니가 없다. 이 글을 쓴 기자는 긴급조치 19호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알고 그러는지 의문스럽다. 이 정도의 것을 갖고 긴급조치 19호 운운한다는 것은 숨막히는 유신시대를 겪었던 사람들이 웃을 일이다.

이명박 시장의 이번 단속지시를 놓고 그런 표현을 한다는 것은 그 '무시무시한  긴급조치 19호'가 별 것 아니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 수도 있음을 박기자는 알아야 한다. 아무리 남의 잘못(?)을 나무라기 위해 인용하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격에 맞아야지 이처럼 아무렇게나 갖다 쓰는 것은 극도로 삼가야 할 일이다.

 문화평론가인 진중권씨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서 '문화 서울?'이라는 글을 통해 "이시장의 지시는 1930년대 독일 나치정권을 연상케 하고 퇴폐 단속을 하던 1970년대 박정희 시대가 다시 돌아올 모양'이라고 목청을 돋우었다. 비약도 이런 비약이 있을 수 없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두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는데, 왜 그리 놀랐는지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그는 "대중의 자발성에서 우러나온 진짜문화는 정작 홍대 앞에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비록 퇴폐공연일지라도 홍대 앞에서 하는 것은 '진짜문화'이므로 이를 단속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가 말하는 '대중'은 누구를 가리키고, '진짜문화'는 또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진짜문화'가 있다면 '가짜문화'가 있다는 얘기이다.  '고급문화', '하위문화', '귀족문화', '퇴폐문화'라는 말은 들어보았어도 그가 말하는 진짜문화나 가짜문화라는 용어는 금시초문이다. 문화에 무슨 진짜가 있고 가짜가 있다는 말인지…. 그리고 진중권씨는 그동안 '인디문화'에 대해 관심이라도 한번 가져보았는지 묻고 싶다.

이번 사건을 놓고 인디밴드들 스스로도 놀라워 하고 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가수 신해철씨는 "그들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동료들의 목에 칼을 꽂은 행위"라고 비난했다. 당시 프로의 진행을 맡았던 가수 MC몽은 "그들에게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들은) 당당하게 행위 예술이라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세상을 상식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명박 시장의 이번 지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의 지시내용을 아무리 곱씹어봐도 젊은이들의 인디문화를 말살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인디문화가 건전하게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고 여겨진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공연 기획자들과 밴드들이 주축이 된 '홍대 앞 음악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어제(2일) 기자회견을 통해 '인디밴드들이 가진 다양성과 개성은 우리 문화의 독창성과 창조성을 키운 원천'이라며 '우발적인 방송사고로 인해 홍대 주변에서 활동하는 인디문화 전체가 매도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결코 흥분하지 않고 이처럼 자신들의 견해를 차분하게 밝혔다. 자칫 과도해질 지도 모르는 당국의 단속에 대해 점잖게 경고하고 있음은 믿음직스럽기까지 하다. 앞에서 예를 든 시민단체나 평론가, 인터넷매체의 대응하는 방식보다 한층 성숙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인디문화의 첨병들이라고 하겠다.

잘 알다시피 이명박 시장은 차기 대선 후보 가운데 선두그룹에 속해 있다. 그런 만큼 '정적(政敵)'으로부터 항상 견제를 받고 있다. 그가 조그만 실수를 저지를 경우 그들은 사정없이 흠집을 낸다. 떡잎부터 잘라내자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필자가 이 시장을 비난하는 목소리에 '냄새'가 난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진중권씨나 오마이뉴스, 참정연은 '인디문화'를 옹호하는 척하면서 '정치적인 저의'를 갖고 이명박 시장을 비방하는 행위를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 그들이 언제 '인디문화'를 생각했는지, 그리고 그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서 인디문화 운운하는 것은 인디문화를 모독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이 '인디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위하는 척하는 행동은 역겹기까지 하다. 인디문화 보다는 '이명박 흠집내기'에 더 관심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진정 인디문화를 이해하고 사랑한다면, 이명박 시장을 비난하기보다는 인디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200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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