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180 [칼럼니스트] 2005년 6월 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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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충견이야기
김소희 (동물 칼럼니스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animalpark


동네 잔치가 끝나고 만취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던 김개인은 철도길 부근 풀밭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언제나처럼 주인의 곁을 지키던 개는 주변에서 일어난 들불이 주인이 잠든 쪽으로 번져오자 어찌 할 바 몰라 안절부절 했을 것이다.

주인의 생명이 위험에 처했음을 알아차린 개는 근처 개울로 뛰어들어 몸을 적신 후 불타고 있는 풀밭에 뒹굴기 시작하였다. 한참 뒤 깨어난 김개인은 시꺼멓게 불에 그을은 채 자기 옆에 쓰러져 죽어 있는 개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목숨을 바쳐 자신을 구한 개의 시신을 부둥켜 안고 얼마나 통곡했을까? 이것이 바로 약 1000년 전 전북 임실에서 일어난 오수견 이야기의 전모다.

존 그레이의 양치기 개였던 보비(스카이 테리어)는 1858년 두 살 때 주인과 함께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로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존이 그만 병으로 객사하고 말았다. 존의 시신은 보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에든버러 그레이프라이어스 교회 묘지에 묻혔고, 그 날부터 보비는 죽을 때까지 무려 14년간 매일 밤마다 찾아와 존의 무덤을 지켰다.

보비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스코틀랜드 전역은 물론 해외까지 퍼졌고, 에든버러의 아이들은 용돈을 모아 보비에게 개목걸이를 걸어주었다. 보비가 집 없는 개로 오인 받아 다른 사람들에게 잡혀가거나 사살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보비는 결국 개로서는 유일하게 에든버러시 명예시민권을 부여 받았고, 죽은 뒤에는 특별허가를 받아 존의 옆에 묻혔다. 에든버러 시는 묘비 및 동상을 세워 그의 충정심을 기리고 있다.

유난히 사이가 좋았던 하치와 주인 우에노 교수. 하치(아키타)는 교수가 집에 올 시간이 되면 매일같이 시부야역까지 마중을 나갔다. 하치가 세 살이 되던 1925년. 강의 중이던 우에노 교수가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하치는 장례가 끝난 후에도 매일 저녁 시부야역 앞에 앉아 주인이 나오길 기다렸다.

새 주인에게 맡겨진 후에도 하치는 매일밤 시부야역에 나가 우에노 교수를 기다렸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잔뜩 배를 곯고 사람들에게 돌팔매를 당해도, 나이가 들어 관절염으로 다리를 절면서도 10년을 한결같이 역 앞에 나갔다. 12살이 되던 해 하치는 눈 내리는 시부야역 앞에서 세상을 떠났고, 그 날은 일본의 국정애도일로 선포되었다. 또 하치의 자손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이상은 아주 대표적인 충견 이야기다. 이외에도 죽은 주인의 시체를 지키다가 아사 직전 상태로 발견된 개, 주인이 죽자 며칠이나 꼼짝도 않고 유품 상자 옆에만 엎드려있는 개, 교통사고로 죽은 아이를 창가에서 기다리며 식음을 전폐하는 개... 주인에 대한 지고 지순한 충직함을 보이는 개들은 전세계에 너무도 많다. 숙연해진다.

[KTF 드라마 클럽. 200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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