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174 [칼럼니스트] 2005년 5월 22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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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패트리어트가 한국인 잡는다 (1)


홍순훈 (아하출판사 대표,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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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0일부터 18일까지 노대통령이 독일과 터키를 방문했었다. 방문 목적이 작년(2004년)부터 벌였던 EU국가 정상들과의 만남을 일단락짓는 것이며, 교역 및 투자 기반 확대 그리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독일 정부에 요청하는 것이라 보도됐었다.

그런데 이런 방문 목적 이외에 또 다른 목적이 있었다는 기사가, 5월10일과 11일 인터넷 신문 2 곳에 실렸었다. 그 하나는 CBS정치부 홍모기자의 '국방부, 독일 패트리어트 헐값에 인수 가능', '노대통령 현지 방문이 큰 역할....SAM-X 사업 재점화'란 제목이었다. 또 하나는 한겨레신문 김모기자의 '국방부, 미사일값 깎기 대작전', '독일 중고 패트리엇 미사일 반값 구입 기대'였다.

독일 방문 꼭 1달 후에 나온 이 기사들을 보고 이른바 엠바고였었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2 기사만 떴을 뿐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다른 인터넷 신문에는 없었다. 또 무슨 영문인지 2 기사가 하루이틀도 안 돼 삭제됐다. 이런 상황이었다는 것을 참고로 다음을 읽으시길.

한겨레는 '군 관계자가 노대통령 독일 방문 무렵 독일을 방문해 패트리엇 미사일을 직접 점검했다'고 썼다. CBS는 국방부 관계자가 '지난달(4월) 말, SAM-X 사업을 위한 자료 수집차 독일을 방문해 현지에 배치된 미제 패트리어트 구입 여부를 타진했다'고 썼다.

2 기사에서, 군(또는 국방부) 관계자가 독일을 방문한 시기가 다르다. 1 기사는 대통령 방문 무렵인 4월 중순경이고, 1 기사는 보름쯤 후인 4월 말이다. 다른 계통의 2 관계자가 독일에 따로따로 간 것으로 보인다. 이 보도가 5월10일경 나왔으니, 뒤에 간 관계자가 독일에 머문 기간은 분명히 10일 미만이었다. 대통령 방문 무렵에 갔던 관계자도 비슷한 기간일 것이다.

이 방문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점검'하고 '구입 타진'했다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누구 것인가다. 위에서 '현지에 배치된 미제 패트리어트'라 쓴 것은, 현재 사용 중인 미사일이므로 그 주인이 미국이란 뜻이다.
2005 년 2월16일 국방부장관도 기자 간담회에서 '독일에 배치돼 있는 미군의 팩 미사일을 추가로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사려고 하는 미사일은 '미국 것'임을 분명히 밝혔었다.

그 런데 2 기사의 다른 내용을 보면, '통일 독일의 잉여 장비', '독일이 자체 보유'한 것이라고 썼다. 동독과 서독이 통일되면서 미사일이 쓸모 없게 되자, 독일이 창고에 보관 중인 것이라 했다. 그래서 '노대통령이 독일의 과거사 청산 작업을 높이 평가'하고, '독일의 유엔 안보리 진출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2 기사 제목에 썼듯, '거의 헐값' 또는 새 제품 값의 '절반 정도'로, 독일이 소유한 미사일을 한국에 판다는 것이다.

이 2 기사 내용은 이상하다. 독일 통일은 1990년에 이뤄졌다. 따라서 독일이 소유한 미사일은 1990년 이전 즉 80년대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주한 미군이 패트리어트 미사일(PAC-2)을 한국에 배치하기 시작한 것이 1994년부터다. 이 시기로 미뤄 보면, 독일 소유 미사일은 PAC-2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의 구형인 동시에, 80년대에 얼마 동안 사용하다가 창고에 15년 이상 쳐박아 놓았던 고물이다. 그리고 주한 미군의 PAC-2와 PAC-3(2004년 11월 광주에 처음 배치)는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작동시키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80년대 제조인 독일 소유 미사일은 이런 첨단 시스템일 수 없다.

군 관계자들이 어련히 잘 점검했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에서 사용하지 않던 패트리어트의 전문가가 한국에 있을 수 있는가? 그리고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위와 같이 특수한 상황에 있었던 미사일을 10일 남짓에 어떻게 제대로 점검하고 또 구입에 대한 어떤 확신을 할 수 있겠는가?

ㅇ 물건을 겉만 보면 알 수 없고, 미사일 안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는 완전 분해하여 전문가가 일일이 체크하지 않는 한 누구도 알 수 없다. 만약 덜렁 사 온 다음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그 수리비가 신품을 사는 것 못지 않게 드는 경우가 특수 기계 분야에서는 다반사다.
ㅇ 그리고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그 운영 유지비가, 미사일 값보다 훨씬 더 많이 든다고 한다. 당연히 고물보다 신형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ㅇ 그리고 고물은 어느 기계나 오작동의 확률이 신품보다 월등히 높다. 민감한 분쟁 지역인 한반도에 고물 무기를 가져와 배치하는 것은 방위는커녕 오히려 국가 안전에 위험 요소가 된다.
이런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독일 소유 미사일은 반 값이 아니라 거저 준대도 가져오면 안 된다. (계속)

-200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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