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166 [칼럼니스트] 2005년 4월 25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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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 울고 있을 때
김소희 (동물 칼럼니스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animalpark


코끼리 탈출대소동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났건만, 여전히 각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 1순위를 지키고 있을 정도로 그 파장은 대단합니다. 과연 코끼리는 어떤 동물일까요?

코끼리는 예로부터 세계 곳곳에서 영물 대접을 받는 동물 중 하나입니다. 그 큰 덩치와 힘에(코끼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 중 고래 다음으로 크다)비해 온순한 성품을 가진 탓일 것입니다. 살아 있는 중장비 역할을 하는 코끼리는 쓰나미 복구 현장에도 동원되어 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를 치우고 구호 물품을 옮기기도 했으며 시신 인양 작업을 돕기도 했습니다.

기원전 때부터 대형 건축물을 짓는 데 동원되거나 진두 지휘자를 등에 태우고 전쟁에 참가했고, 월남 전 당시엔 밀림 속 군사 기지로 군용 물자를 수송하고 길을 닦았습니다. 지금도 미얀마에서는 밀림 숲 속에서 1톤이 넘는 원목을 산 아래로 끌어내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그렇지 않으면 중장비가 드나들 수 있도록 숲을 밀어내고 도로를 닦아야 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코끼리는 모계 중심의 사회를 이루어 사는데, 가장 나이 많은 암컷이 우두머리가 됩니다. 가장 지혜로운 연장자가 리더가 되는 만큼 무척이나 영민한 동물입니다. 동물행동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코끼리는 가족 간의 유대감이 매우 강하다 합니다. 새끼 때 덫에 걸려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불구가 되어버린 암컷 한 마리에게 보조를 맞추느라 모두가 느린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 코끼리 무리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저만치 앞섰다가도 암컷이 뒤처지면 모두가 서서 기다려 주길 계속했다는군요.

또, 죽은 지 며칠 지나 보이는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암코끼리도 목격되었는데, 물을 마실 때나 먹이를 먹을 때마다 땅에 내려놓았다가 다시 들어 올리느라 항상 행동이 느릴 수밖에 없었고 그러자 무리 전체가 이 코끼리를 기다려 주었다 합니다.

사냥꾼의 총 앞에서 도망가기는커녕, 이미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형제나 자식, 어미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려는 모습도 여러 번 보고되고 있으며, 게다가 어딘가 아파서 일어나지 못하는 코끼리에게는 풀을 뜯어다 먹여주고, 죽음을 맞이한 코끼리에게는 마른 가지나 흙을 가져와 그 시신 위에 덮어주고 있는 무리의 모습도 관찰됩니다.

또, 코끼리는 포식자의 공격에 대비해 일어선 채 새끼를 낳는데, 그렇다 보니 아기 코끼리는 엄마 몸으로부터 빠져 나오자마자 약 1.5~2미터 아래로 추락하게 되는 셈이 되지요. 다른 자매들이 산파로 고통스러워하는 언니 또는 동생과 곧 태어날 조카를 위해 미리 모래에서 돌을 골라내고 마른 가지 등을 모아 푹신하게 자리를 만들어줍니다. 그래도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산모의 배를 누르거나 산도에서 막 떨어지는 새끼를 코로 사뿐히 받아 부드럽고 다정하게 어미 곁에 뉘어주는 등 출산을 돕습니다.

코끼리는 덩치답지 않게 겁이 많은 동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쥐와 새를 무서워한다고 하는군요. 과일 등 떨어진 부스러기를 찾아 코끼리 사육장을 찾아 와 주변을 서성대는 쥐를 보면, 먹이 먹는 것도 그만둔 채 구석에 피해 있는다고 해요. 그 덩치 큰 녀석이 쥐를 피해 구석에 꼼짝 않고 서 있는 모습이라니! 또, 느닷없이 날아가는 '닭둘기'떼들 때문에 나도 모르게 "엄마야!" 소릴 내지르며 식은 땀 흘렸던 때를 떠올려 보면 조금은 이해가 갈 것 같습니다(이번 사건의 직접적 발단도 눈앞에서 비둘기 떼들이 한꺼번에 날아올랐기 때문이라지요?).

찰스 다윈은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대하여>에서 "인도코끼리는 종종 눈물을 흘리며 운다고 알려졌다"며 관련 사례들을 소개했고, 제프리 무세이프 메이슨 역시 <코끼리가 울고 있을 때>에서 많은 관련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빅토르 위고 역시 1871년 1월 2일자 일기에 "자르뎅 데 플랑트의 코끼리가 도살되었다. 그 코끼리는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썼습니다. 또 코끼리를 여러 세기 동안 부려온 인도에서는 코끼리가 감정적인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이 광범위하게 믿어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수분 유지를 위해 흘리는 눈물이 아닌 '슬퍼서 흘리는 눈물'에 관한 것들이지요. 그 외에도 많은 학자들, 많은 사냥꾼들의 경험담, 사육사 서커스 조련사들도 코끼리가 우는 모습을 보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중 찰스 다윈의 저서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대하서>에 소개된 사례 하나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테넨트(E.Tennent)는 포획된 인도코끼리들이 스리랑카로 실려 가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몇 마리는 땅에 가만히 누워서 끊임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고 한다. 다른 코끼리들은 빨리빨리 움직이도록 재촉 당했을 때 가장 슬픈 표정을 지었고 이 때 피로에 지쳐 엎드린 채 숨을 헐떡이고 눈물을 흘리면서 울부짖었다고 한다. 동물원에서 인도코끼리를 관리하던 사육사들에 의하면 어린 새끼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면 늙은 어미코끼리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수많은 동물학자들이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기쁨과 행복, 슬픔과 외로움 등을 느낀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코끼리 6마리는 모두 5~7살 정도의 어린 녀석들이라고 합니다. 코끼리의 평균 수명이 약 50년인 점을 감안하면 사람 나이로 10살 정도인 어린 아이들인 셈입니다. (아직은 실수투성이에 많은 것이 미숙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 녀석들이 아침 11시부터 9시까지 7차례나 공연을 하고, 공연을 하지 않을 때는 관람객들을 등에 태우고 코스를 도는 트레킹까지 한데다, 손님이 모이지 않을 땐 공연 홍보차 길거리 퍼레이드까지 했다 하니 그 심신의 스트레스가 오죽했을까 싶습니다.

또, 대체적으로 따뜻한 기후의 초원이나 밀림에 살며 하루에 수십 km씩 이동하는 동물이 좁디좁은 동물원 생활(그것도 추운 날씨 속에서)에 익숙해져야 했으니. 얼마 전 미국의 한 동물원에서는 "원래 더운 지역에 살아야 하는 코끼리를 추운 날씨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지역에 두는 것은 동물학대"라는 여론이 일어, 해당 동물원의 코끼리들을 따뜻한 지역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보내 다른 코끼리들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게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또, 야생코끼리를 연구하는 동물학자 신시아 모스는 코끼리가 우리가 들을 수 없는 초저주파를 통해 의사소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어쩌면 그 날의 사건도 우리로서는 들을 수 없는 끔찍한 소리에 극도로 흥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로서는 동물학자들이 완벽하게 동물들의 행동을 규명해낼 그 날을 기대해 볼 수밖에는 없겠지요. 척박한 야생의 현장에서 하루하루 동물들과 생활을 같이 하며 그들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동물학자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피해자 여러분들께는 너무 죄송하지만,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라고밖에는 적절한 표현 방법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그들의 덩치와 힘을 생각해 보면 더 많은 사상자와 더 많은 피해가 일어날 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코끼리들이 큰 소동을 일으켰다는 사실 자체에만 관심을 두기보다는, 우리와 똑 같은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자연 환경이 아닌 콘크리트 밀림 속 좁은 철창 안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도 관심을 가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과 동물 모두, 이성적인 기능은 주로 뇌의 앞 쪽에서 담당, 감정적인 기능은 뇌의 아래쪽에서 담당하는데, 해부학적으로 볼 때 뇌의 아랫 부분은 거의 비슷하고, 뇌 앞 부분은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이성적으로는 다를지 몰라도, 감성적으로는 우리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타인을 존중하는 이유는, 그들이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그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나와 같이 소중한 "생명을 가진 존재"이자, 나와 같이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존재"이며, 나와 같이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동물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오마이뉴스 200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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