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165 [칼럼니스트] 2005년 4월 23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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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틱토 16세도 갖게 된 e-메일주소


이재일 (정보통신 칼럼니스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netporter


지난 19일 오후(한국시간 20일 새벽) 세인들의 관심 속에 선출된 교황 베네틱토 16세가 e-메일을 개설했다는 뉴스는 무척 신선하다. 78세의 교황도 이제는 버젓이(?) 네티즌의 대열에 합류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하고 있다.

새 교황의 e-메일 주소는 'benedettoxvi@vatican.va'. 교황에게 전달한 기도문이 있거나 건의사항이 있으면 이 주소로 메일을 보내면 된다니까 천주교 신자들의 기쁨은 매우 크리라고 생각된다.

아마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우리에게 안겨준 가장 큰 선물을 들라면 e-메일이 아닌가 싶다. 먹고 싶고 잠자는 일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서로간의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때 e-메일이야말로 지금까지의 어느 통신수단보다 편리함을 우리 인간에게 제공하고 있는 수단이라고 하겠다.

물론 e-메일이 등장하면서 스팸메일의 창궐로 숱한 사람들을 괴롭히면서 사회악을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e-메일의 내용을 누가 훔쳐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기업 같은 곳에서는 아예 감시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칫하다가는 나의 사생활까지 침해받을 수도 있게 하는 것이 e-메일이다.

2001년 4월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사생활 침해와 정보유출에 대한 우려로 그 동안 자신의 친구나 친척들에게 e메일로 안부를 전하던 것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일도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세계 최대강국인 미국 대통령이 그랬으니 세상사람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부시 대통령이 이 같은 선언을 하게 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대통령에 당선되어 백악관으로 들어오면서 간혹 이 곳에서의 생활을 훔쳐보려는 호기심꾼들이 있어 유감스럽게도 e-메일 교환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누가 훔쳐 볼까봐 겁이 나서 그랬다는 예기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들이 e-메일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제공하는 편리함과 고마움 때문이다. e-메일로 인한 역기능이 심각한 문제를 자주 일으키지만, 그러한 부정적인 측면을 능가하는 정기능이 더 강하다는 점이 네티즌들로부터 '환심'을 사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e-메일이 고마운 일을 하는 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마이크로스프트(MS)사가 개발한 아동착취추적시스템(CETS)도 캐나다의 한 경찰관이 2년전 빌 게이츠 회장에게 보낸 푸념조의 e-메일 한 통이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 얼마 전 신문에 보도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토론토 경찰의 아동포르노 조사 담당 폴 질레스피 경사가 산더미 같은 아동포르노물 사건을 수사하다 지쳐 빌 게이츠 회장에게 e-메일을 보냈다. 답장을 받으리라고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빌 게이츠 회장은 450만 달러를 투자, 수사에 필요한 CETS를 개발하여 경찰에 제공했다.

게이츠 회장의 e-메일주소로 들어오는 스팸 메일은 하루 약 400만 통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게이츠 회장의 전용 컴퓨터에 도달하는 스팸메일은 극소수라고 한다. 질레스피 경사의 메일이 용케도 게이츠 회장에게 전달되어 이 같은 성과를 올렸다는 것은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가 2002년 9월 수재들이 모인다는 미국 하버드대학 철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도 e-메일 덕분이었다. 그녀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공연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학교 선생님이 e-메일로 과제물을 보내주면 틈틈이 숙제를 해서 e-메일로 보냈다. "학교에서는 제가 음악가라는 특수성을 인정해주었겠지만, 아무튼 e-메일이 없었다면 나는 연주활동이나 학업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을 거예요"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e-메일은 이처럼 옳게만 사용하면 좋은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모든 세상사가 그렇듯이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이 있는 법이다. 사실 우리들이 e-메일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0년 안팎이다. 어느 날 갑자기 e-메일주소를 갖게 되면서 다른 사람과 '메일로 대화하기'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보니 e-메일의 올바른 사용법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미국 ABC방송은 2002년 1월 e-메일의 범람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특히 대다수 기업들이 직원들의 메일을 감시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직장인들이 스스로 유념해야할  'e-메일 9계명'을 정리해 보도한 바 있다. 참고가 될 것 같아 아래에 소개해 본다.

1. e-메일에는 '친전'이 없다. 2 '섹스'는 잊어버려라. 3. 별 생각 없이 메일을 보내지 말라. 'send'키를 누르기 전에 잠깐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라. 4. e-메일은 주워담을 수 없다. 5. '전달'의 고리를 끊어라. 6. 그래도 마주보는 것만 못하다. 7. e-메일엔 보디랭귀지가 없다. 8. 맞춤법은 인격이다. 9. e-메일은 찰거머리이다.

'e-메일 9계명'은 3년 전에 나온 것이지만 2005년을 살아가는 네티즌들에게도 들어맞는 내용들이다. 보통이라면 '모세의 10계명'처럼 10개 사항일 텐데, 9개 뿐이어서 약간 허전한 마음이 생긴다. 한 가지만 덧붙여 'e-메일 10계명'을 만들라고 한다면 "에티켓을 지켜라"를 택하고 싶다. 에티켓이야말로 e-세상을 밝게 만드는 최고의 도덕률이기 때문이다.

                  - 200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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