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162 [칼럼니스트] 2005년 4월 1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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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음식과 차(茶)문화
박연호 (칼럼니스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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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 말 17년간 중국에 머물렀던 이탈리아의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견문록'에 원나라 왕의 잔치장면이 나온다. 그는 잔치의 화려함과 풍성함, 4만명 이상이 참석한 어마어마한 규모 등을 기록했지만 음식 내용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이유는 "진수성찬으로 말하자면, 그 풍부한 식단을 독자들이 도저히 믿어주지 않을 것이 뻔하므로 여기서는 설명하지 않기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직접 보거나 먹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중국음식 설명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의 판단은 오늘날도 유효하리라 본다. 중국음식은 그 이후 더욱 발달하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요리 종류 5,000 종, 재료수 10,000종이 넘는 4,000년 역사의 중국음식문화를 짧은 지면에서 언급한다는 것은 빙산의 일각을 그나마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으로 접근하는 피상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중국인은 나는 것은 비행기, 땅위에 있는 것은 자동차, 헤엄치는 것은 잠수함만 빼고 뭐든지 다 먹는다'라는 말처럼 중국음식 종류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중국음식 다 맛보는 것'을 '중국 일주 여행', '7만자에 가까운 한자 다 아는 것'과 함께 평생의 3대 소원으로 꼽을 정도이다..    

음식의 역사 또한 길어서 시경(詩經)을 비롯한 논어(論語), 맹자(孟子) ,사기(史記), 예기(禮記) 등 고문헌에 음식재료, 조리 및 섭취 방법, 음식의 정치 사회적 위상 등이 나온다. 탕(湯)을 도와 하(夏)나라 걸왕(桀王)의 폭정을 종식시키고 상(商)나라를 건국한 이윤(伊尹)은 중국역사상 손꼽는 명재상이다. 그가 처음 탕임금에게 접근하려 했으나 길이 없었다. 이 때 어느 귀족집안의 딸이 탕씨 가문으로 시집을 가자 그 신부의 남자노예가 되어 솥과 가마를 메고 탕에게 갔다. 그리고 그의 음식의 맛을 예로 들며 정치의 바른 길을 제시하였다.

반면 춘추시대 강국이었던 제(齊)나라 환공(桓公)에게는 역아(易牙)라는 매우 사랑하는 신하가 있었는데 그 역시 요리솜씨로 권력에 접근했다. 그러나 자기 아들을 죽여서까지  만든 요리로 임금의 총애를 받았지만 그는 결국 임금이 죽은 뒤 다른 간신들과 함께 나라를 배반했다.

지금 총리를 뜻하는 재상(宰相)의 재(宰)는 갓머리 밑에 조리용 칼을 의미하는 辛자가 결합하여 된 글자로 국가최고의 주방장이라는 뜻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제사가 중요한 국가행사였기 때문에 제물을 관장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화합(和合)의 화(和)는 '고르게 하다' '섞다'의 뜻으로 쓰이지만 '음식의 간을 맞추다'라는 의미도 있다. 정치의 요체가 바로 국민들의 입맛을 고르게 맞추어 준다는 데 있다. 이처럼 중국은 오래전부터 음식과 정치가 깊숙한 관계를 맺어왔다.  

손문(孫文)이 중국요리는 으뜸가는 세계적 자랑거리라고 했듯이 지구촌 어디를 가나 사랑을 받고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수많은 왕조와 지배민족의 교체, 이민족의 침입의 결과 음식 재료와 방법이 다양해진 것을 들 수 있다. 다른 문화는 오랑캐의 것이라 하여 단호히 배격한 중국이 음식만은 거부감없이 모두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바로 그 잡종성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중국인들은 평소 '중화요리'란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사천요리, 광동요리, 북경요리 등으로  표현한다. '중화요리'라고 하더라도 머리에 떠올리는 요리는 서로 다르다. 요리전문가가 아닌 이상 자기 지방의 요리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산동요리는 비교적 짜고 담백하며 탕종류가 많다. 사천요리는 독특한 매운 맛이 특징이며 육류가 주재료이다. 절강요리는 담백하고 신선하며 조미료를 많이 쓰지 않는다. 광동요리는 청담하고 깔끔하며 약간 달다. 뱀요리가 유명하다. 중국요리는 이처럼 지방에 따라 다르고 음식마다 그에 따른 유래 및 일화가 따를 정도로 다양하다. 이를 일괄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외국인의 입장에서 몇가지를 열거하고 살피는 데서 그칠 수밖에 없다.

현재 중화요리를 거칠게 세 단계로 나누면 상어지느러미찜, 제비집요리, 통돼지구이, 북경오리구이, 전복채소탕을 제일군으로 잡을 수 있다. 이른바 고급요리이다. 두 번째는 피망소고기볶음, 해파리냉채, 피단 등이며 마파두부, 부추돼지간볶음, 찐만두 등이 세 번째 군을 이룬다.

'공자의 식탁'을 저술한 중국학자 장징(張競)에 따르면 상어지느러미 요리는 역사가 400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는 상어지느러미 수프를 한번 먹고 만족하는 이들이 많은데 진정한 맛은 찜을 먹어보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값이 비싸지만 마누라를 저당잡혀서라도 먹어볼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중화요리의 특색이 이 요리 하나에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경오리구이는 상어지느러미보다 역사가 더 짧다. 명(明)나라가 북경으로 천도했을 때 궁중요리로 등장했지만 오늘날의 북경오리구이는 19세기 중엽에 등장했다. 북경오리구이 전문음식점인 편의방이 1869년에, 전취덕이 1901년에 문을 열면서 전성기를 맞은 것이다.   

대체로 중국요리의 전통은 홍콩과 대만에서 더 잘 보존되고 있으며 대륙은 많이 변모해 간다고 한다. 그러나 홍콩, 대만 지역 사람들의 진출이 늘어나며 대륙에서도 전통회복의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중국인들의 식사는 왁자지껄하다. 열심히 음식을 즐기며 이야기를 한다. 점심시간도 대부분 두시간이며 저녁 시간은 끝이 없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즐기는 것이다. 우리는 깨끗하고 정결하게 먹는 것을 예의로 알고 있지만 그들은 가능한 한 난장판이 되도록 먹어주어야 주인에 대한 예의가 된다고 생각한다. 대개 냉채, 야채볶음요리, 고기볶음요리 순으로 먹으며 맛도 갈수록 맛깔스럽고 고급인 경우가 많다. 호스트가 접시에 요리를 덜어주는데 이때 모두 먹어버리면 음식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을 의미하므로 주인에게 실례가 된다. 그렇다고 접시에 가득 남기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중국의 차 마시는 전통 역시 4,000년이 넘는다. 즉 세계에서 가장 먼저 차를 재배하고 마신 것이다. 영어의 tea 등이 茶(다)에서 변이되었다. 복건성 하문에서 차를 tui라고 발음하는데 그것이 옮겨 간 것으로 추정한다.  

고대 중국황제인 신농(神農)씨가 여러 가지 풀을 맛보다 72가지 독이 몸에 퍼졌는데 차를 마시고 해독했다. 차가 음료이기 이전에 약초의 일종이었던 것이다. 또 BC 11세기경 은(殷)나라가 주지육림으로 망하자 주(周)나라를 건설한 무왕(武王)이 은나라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관리들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대신 차를 마시도록 했다. 5-6세기 남북조시대 불교가 중국에 들어가면서 차 마시는 습관이 일반에도 퍼졌는데 승려들이 차를 마시면 정신을 맑게 한다하여 즐겨마신데 따른 것이다.

중국음식은 볶고 졸이고 튀기고 찌고 굽는 것이 대부분인데 그 과정에 기름이 반드시 들어간다. 기름이 많이 사용되면 산성화 경향이 강해지는데 중국인들은 차를 마시어 이를 중화시키는 것이다. 중국거리에서 자전거와 차를 담은 보온병을 빼면 남은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들은 어디를 가나 종일 차를 마신다.

중국은 차나무 종류가 세계에서 가장 많고 지역별 기후별 토질별로 각기 다르며 가공방법도 다양해 그 제품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우선 차의 제조와 품질상의 차이에 따라 구별하면 백차, 청차, 녹차, 황차, 흑차, 홍차, 화차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북방인들은 홍차를 남방인들은 녹차를 주로 마신다. 홍차는 성질이 따뜻하므로 추운 지역의 북방인들에게 알맞고 녹차는 차가운 성질을 지니고 있으므로 남쪽 사람들에게 어울린다.

구체적으로 꼽으면 용정차, 오룡차, 은침백호, 운무차, 전차, 군삼은침차, 철관음차 등이 유명하다. 차는 중국인들의 필수품으로 어디를 가나 언제든지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끓는 물이 준비되어 있으며 가정집을 방문하면 맨 먼저 나오는 것이 차다. 차를 빼고는 중국을 말할 수 없다.   

중국인들은 이름난 좋은 차를 가장 고급의 예물로 여기며 그런 차를 구입하기 위해 만사를 제치고 나서기도 한다. 그들이 차에 기울이는 정성은 세계적인 중국음식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찻집이 들어있는 것도 이같은 중국의 특징과 관련이 있다.  

-          '네 바퀴로 가는 길' 4월호 (2005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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