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155 [칼럼니스트] 2005년 3월 2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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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중심복합도시, 넘어지면 쉬었다 가거늘


홍순훈 (아하출판사 대표,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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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8조5천억원의 용도는?
지난 2월17일 행정도시 건설에 ‘정부 재정 부담 상한액’ 또는 ‘정부가 떠맡는 건설비용 상한선’을 10조원에서 8조5천억원으로 낮추기로 여야가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국회 홈페이지를 보면, 3월2일 통과된 법 51조에 ‘공공건축물의 건축 및 광역교통시설의 건설을 위하여 국가 예산에서 지출하는 금액’이 8조5천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상한선 8조5천억원이란 천문학적 금액은 같은데, 2월17일 여야가 합의한 지출 내역과 3월2일 법의 내용이 다르다. 2월17일 내역은 재정 상한선 8조5천억원으로, 행정도시 건설에 그 이상의 세금은 쓰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3월2일 법에는 건물 건축비와 교통 시설비만 그렇다는 것이다.

2210만평을 행정도시 건설 예정지로 잡고, 금년 말부터 정부가 사들일 것이란 보도다. 3월2일 법대로 한다면, 건축 시설비 8조5천억원 이외에, 2210만평의 땅값도 정부의 재정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2월17일자 언론 보도가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2월17일 이후 보름 동안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여야 합의가 있었는가?

그리고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3월2일 법에 건물 건축비와 교통 시설비를 정해 놓은 것이다. 먼젓번 신행정수도 법에는 이런 류의 규정이 없었다. 의문은, 법이 제정되고도 한참 후에나 만들어지는 ‘건설기본계획서’에 근거하지 않고 어떻게 건물 건축비와 교통 시설비를 산정(算定)할 수 있는가다. 이 의문은, 대형 건설업자 또는 대기업들에게 어떤 특혜를 줄 목적으로, 8조5천억원이란 금액을 법 51조에 대충 잡아놓았다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2. 이름부터 트릭
3월2일 통과된 법의 정식 이름은 ‘신행정수도 후속 대책을 위한 연기, 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다. ‘위한’을 2번 써서 긴 이름을 지었는데, 이런 형태의 어려운 공문서는 없애자는 얘기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관료들이 그걸 모를 리 없고, 국민들 눈을 홀리려 이것저것 덧붙이다 보니 그 꼴이 된 것 같다. 이름에 숨긴 뜻을 풀어 본다.

‘신행정수도’에서, 수도란 낱말은 법률에 의해 서울 이외의 다른 도시에는 붙일 수 없다. 그래서 이미지가 서로 통하는 행정과 수도 2 낱말을 붙여 ‘행정수도’란 새 구역 이름을 만들었다. 이를 듣고 보는 사람들은 행정수도=수도=서울로 연상하게 마련이다. '신(新)행정수도‘의 ‘신’은 붙일 수 없는 접두어다. 한국에는 지금껏 구(舊)인 행정수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신’은 선동의 쓰임이면서, 행정수도와 서울을 연상시켜 주는 삐끼 역할도 한다.

이런 ‘신행정수도’를 법으로 ‘건설’한다고 공표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신행정’은 떼버리고 '수도‘로만, 그리고 ‘건설’은 ‘이전'으로 바꿔, 신행정수도 건설을 ’수도 이전‘ 곧 ’서울을 옮긴다‘로 이해했다. 많은 사람들 특히 충청권 유권자들이 이 의미 변질에 홀렸었다. 그러나 신행정수도 법의 실제 내용은 수도 이전이 아니다. 그렇게 착각하게끔 써 놨을 뿐이다. (이 칼럼난 2004년 8월5일자 ‘신행정수도 건설의 진실’ 참조)

‘행정중심복합도시’도 마찬가지 트릭이다. 이 복잡한 이름 대신, ’신도시‘ 또는 ’행정 도시‘라고만 써도 의사 전달에 아무 문제가 없다. 왜냐 하면 도시 앞에 ’연기, 공주지역‘이란 확실한 구별을 해 놨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행정 도시’에 ‘중심 복합’이란 2 낱말을 거듭 넣은 것은, 수도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대단한 도시를 충청권에 만든다는 과장 표현이다. 과장인 것이, ‘복합’ 아닌 도시는 세상 어디에도 없고, 도시란 낱말에 이미 복합의 의미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일반적인 의미의 ‘복합’과, 특수 또는 전문성을 나타낸 ‘행정’을 같이 붙인 것은 모순의 중복이다.

3월2일 법 앞에 붙인 ‘신행정수도 후속 대책을 위한’은, 한번 재미봤던 수도 이전의 계속을 강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구절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 잘못됐음을 입증하는 내용도 된다. 아래 장으로 넘겨 그 이유를 설명한다.

3. 후속 대책이 아니고 계속 대책이다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하자 다음달부터 신행정수도 후속 대책을 한다며, 국회는 특별위원회를, 행정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신행정수도후속대책위원회 등을 만들었다. 이들 활동이랄까 후속 대책이 관영KTV방송을 비롯한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2005년 1월과 2월에 대량으로 쏟아졌다. 어느 중앙부처와 몇 개 공공기관을 이전하느니, 이전 후 청와대, 정부종합청사, 과천청사는 어떤 용도로 쓰느니, 서울을 국제 상업도시로 만드느니 등이었다. 특히 주의 산만한 초등생 교육시키듯 행정도시를 ‘크게 보면 보입니다'라는 국정홍보처 TV광고는 감동적인 대책이었다.

이렇게 만발했던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이 무엇인지, 3월2일 법의 ‘제정 이유’에 요약해 써 놨다. 즉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을 반영하면서 분권과 균형 발전, 수도권 과밀 해소의 취지와 효과를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충청남도 연기, 공주 지역에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여 수도권에 집중된 중앙행정기관을 이전’한다는 것이다.

이를 풀어 설명하면, 신행정수도와 새 도시의 건설 취지와 효과는, 분권과 균형 발전, 수도권 과밀 해소로 2 도시가 꼭 같다. 같은 바탕에,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을 반영한 것’이 ‘신행정수도 후속 대책’이다. 그 후속 대책은 2 가진데, 하나는 신행정수도라는 도시 이름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바꾼 것이다. 그런데 지금 법에는 연기, 공주지역의 도시를 신행정수도로 쓰던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쓰던 그게 그거다. 왜냐 하면 이 이름들은 가칭일 뿐이며 정식 도시 이름은 후에 법률로 다시 정하기 때문이다. 신행정수도 법 4조에도 '신행정수도의 명칭, 지위 및 행정구역 등에 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었다.

또 하나의 후속 대책은, 건설하는 도시의 기능을 바꾼 것이다. 신행정수도의 ‘국가 정치, 행정의 중추 기능’을, ‘수도권에 집중된 중앙행정기관을 이전’하는 것으로 바꿨다. 그런데 2004년 7월21일에 이미 중앙행정기관의 일부만을 이전키로 정부가 최종 결정했던 것이다. 그리고 입법부, 사법부 등 헌법기관은 이전을 무기한 연기키로 했었다.

결국 ‘신행정수도 후속 대책’이란, 2003년 12월 처음 법을 만든 후, 장구한 국가 존속 기간으로 볼 때는 거의 동시인 1년 3개월만에, 국회의원 70여명만 찬성해도 통과되는 일반 법을 다시 만들어, 그 법으로 바꾸나 마나 한 도시 이름 바꾸고, 위헌 결정 이전에 옮기려 했던 행정기관을 옮길 목적으로, 연기, 공주라는 같은 지역에, 건설이란 같은 행위를 계속하는 것이다. 이런 동형(同形) 반복 또는 계속을 어떻게 후속 대책이라 할 수 있는가?

상식적인 신행정수도 후속 대책은, 건설 당사자였던 17대 국회나 노정권은 그들 임기 내에는 신행정수도와 같은 성격의 ‘도시 건설을 중지’하는 것이 전제(前提)다. 이 전제를 유지하며, 필요하다면 건설법의 폐기로 말미암아 생긴 지역 갈등 따위의 부작용을 없애는 조치를 할 수 있는데, 이 조치를 후속 대책이라 할 수 있다. 3월2일 통과된 ‘신행정수도 후속 대책을 위한’을 붙인 긴 이름의 법은, 이 원칙과 맞지 않는 행위를 위한 법이므로 정당성이 없다. 물론 이 법을 근거로 한 건설도 그렇다.

-200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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