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151 [칼럼니스트] 2005년 3월 1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글보기 | 거시기머시기 | 손님칼럼 | 배달신청 | columnist.org(홈) |

블로그가 '언론매체'라면 책임이 뒤따라야


이재일 (정보통신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netporter


지금 인터넷 세상에는 블로그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네티즌이라면 적어도 2∼3개의 블로그를 갖고 있을 만큼 그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블로그는 온갖 소식을 주고받는 매체로 각광받으면서 '인터넷 1인 미디어시대'를 활짝 열어젖히고 있다.

블로그의 인기는 정말로 대단하다. 네티즌이라면 e-메일주소처럼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 바로 블로그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e-메일보다 블로그로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정도다. 이제 블로그는 e-메일 및 문자메시지와 함께 네티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로 자리잡아버렸다.  

지난해 12월 인터넷기업협회가 선정해 14일 발표한 '올해의 인터넷 10대 뉴스'의 첫머리도 블로그 형태인 싸이월드 등 '개인 미디어형 서비스의 확산'이 장식했다. 싸이월드는 지난해 '싸이질'이라는 신조어까지 낳으며 회원수 100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선정하는 2004년도 최고 히트상품으로 뽑힌 것도 싸이월드다.

블로그의 인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엄청나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블로그(Blog)'가 '2004년도 인기 검색어'로 선정됐을 만큼 그 인기는 우리나라 못지 않다. 이 단어는 지난해 미국의 최대 이슈였던 대통령선거 기간 동안 구 미디어와 뉴 미디어를 구분해주는 상징처럼 사용되었다.

블로그는 특히 선거보도와 관련 다른 언론에서 다루지 못했던 내용들을 폭로함으로써 이목을 집중시켰다. CBS의 부시 대통령의 군복무 관련보도가 오보라는 사실과 부시 대통령이 텔레비전 토론 당시 전자장치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켰던 내용들도 개인 블로그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블로그는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2005년 버전 메리엄 웹스터 사전(Merriam-Webster Collegiate Dictionary)에도 포함되었다. 메리엄 웹스터측은 이 사전에서 블로그를 '자기 반성이나 코멘트를 담고 있는 개인 온라인저널로 종종 다른 사이트로 연결되는 하이퍼링크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미국 백악관이 한 블로그 운영자, 즉 블로거(Blogger)에게 출입기자증을 내주기로 했다는 내용이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보도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백악관이 블로거에게 출입을 허가한 것은 물론 처음있는 일이다. '출입기자단과 상의해 '피시볼DC'라는 블로그 편집인 가렛 그라프(23)의 출입을 허가하기로 했다'는 것이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의 설명이다.

'피시볼DC'는 언론인들을 위한 웹사이트 미디어비스트로닷컴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다. 그라프는 앞으로 날마다 열리는 백악관 브리핑에 참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하버드대 대학신문 '하버드 크림슨' 편집장을 지낸 사람으로, 아버지는 AP통신 기자, 할아버지는 뉴욕 헤럴드 트리뷴에서 드라마 비평을 했던 '언론인 집안' 출신이다.

블로거가 백악관을 출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블로그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블로그가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은 기존매체인 신문이나 방송 못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백악관이 TV시청자나 신문독자보다 많은 네티즌들끼리 거리낌없이 소통하는 도구가 되고 있는 블로그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미국에서는 블로그에 올린 글 때문에 직장에서 해고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새로운 논란거리가 되기도 한다. 지난 1월에는 미국 델타항공의 여승무원 엘렌 시모네티가 항공기 안에서 유니폼을 입고 브레지어가 약간 드러나 보이는 자세로 찍은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해고당했다.

또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의 전 직원 마크 젠은 지난 1월 블로그에서 회사생활에 대한 글을 올렸다가 해고당했고, H마이크로소프트(MS)의 한 계약직원은 초기화면에 경쟁사인 애플의 컴퓨터 사진을 올렸다가 회사에서 쫓겨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싸이홈피를 갖고 있는 네티즌이 급증하면서 각 기업에서는 골치를 앓고 있다. 근무 중에 일은 안 하고 '싸이질'을 하는 사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금지령'을 내리고 있지만, 근무시간 외에 이루어지는 블로깅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블로그가 1인 미디어로서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다 보니 일반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취재원의 신상을 밝히지 않을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논란이 빚어지기도 한다. 최근 미국 컴퓨터 업체 애플은 블로그와 3개의 소규모 인터넷사이트가 '기업기밀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냈다.

애플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신제품 개발계획과 신기술에 관한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한 '파워페이지 닷 오르그'와 '애플 인사이더', '싱크 시크리트' 등 3개 블로그 또는 웹사이트 운영자들에게 관련정보를 제공한 취재원을 댈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는데, 빠르면 이번주 중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민권단체인 '전자프론티어재단'의 커트 오프살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애플이 승소할 경우 블로거들이 비밀 취재원을 활용하는 데 엄청난 장애가 될 것'이라면서 '온라인 매체의 운영자들도 일반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취재원의 신상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블로그도 취재원을 보호할 권리가 있는가?'다. 이 소송에 대한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판사는 애플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 변호인들의 주장이라고 하지만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만약 애플이 승소한다면 '언론의 자유'가 제약 받는다는 차원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인터넷마케팅 연구업체 마케팅홍보연구소는 최근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블로그 이용자들을 위해 '인기 블로그 만들기 10계명'을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하나의 블로그에 하나의 주제만 담을 것 △화제가 될 만한 이야기나 감동적인 콘텐츠를 올릴 것 △상업성을 적게 할 것 △글보다는 사진, 사진보다는 동영상 멀티미디어를 올릴 것 △핵심 키워드가 검색엔진에 걸리도록 할 것 △내 블로그 콘텐츠를 남들이 복사·전파하기 쉽게 만들 것 △제대로 기획하고 정성을 다해 만들 것 △콘텐츠를 매일 새로 올릴 것 △짧게 쓰고 보기 좋게 편집할 것 △운영 내부 지침을 만들고 관리할 것 등이다.

인기 블로그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찾음으로써 그만큼 영향력을 갖게 된다. 그럴 경우 요구되는 사항이 있다. 바로 그 내용에 블로그 주인이 책임을 지는 일이다. 인기 블로그가 되는 데만 신경 쓰다가는 곤란해질 수도 있다. 만약 잘못된 내용이 실리고, 이를 다른 네티즌(떠는 블로거)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퍼나른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바야흐로 블로그 전성시대를 맞아 책임성이 요구되는 것은 이제 블로그도 엄연한 '언론매체'로 자리매김을 했기 때문이다. 언론매체는 취재한 내용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보도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철저한 책임'을 전제로 할 때 누릴 수 있는 최대의 가치라고 하겠다.
                  - 2005.03.10


서울칼럼니스트모임 http://columnist.org